매일신문

[자연음식 이야기] (13)양념

영양 보충'인체 해독제 "양념이 藥이로구나"

양념은 음식을 만들어내는 기본이 되며 조미료 역할을 한다. 잘 만들어진 양념은 음식의 맛과 멋을 풍요롭고 감칠맛 나게 하고, 우리 몸의 고장 난 부분을 치료할 수 있는 약이 되기도 한다.

현대인들은 대부분 바쁘고 과도한 스트레스 속에 살아가고 있다. 과거에 비해 심혈관 질환이나 염증, 만성피로, 아토피, 비만, 당뇨, 고지혈증, 지방간 등과 같은 병이 늘어나고 있는 것. 여기에 비례해 식품 공해는 더욱 심해졌다. 기름의 사용량이 증가했고, 육류의 섭취가 늘었으며, 패스트푸드와 인스턴트 음식을 먹는 횟수도 급증했다. 이러한 음식의 대부분은 정제소금, 정제설탕, 산분해간장, 빙초산, 정제유, 맛기름, 탈지대두와 밀가루를 넣어 만든 된장, 중국산 양념으로 만들어진 고추장, 고춧가루, MSG 같은 화학조미료 등에 노출되어 있는 실정이다.

이런 재료를 섭취하는 일은 가뜩이나 지쳐 있는 현대인들의 간과 신체에 더욱 무리를 줘 만성 피로와 면역력 저하, 성인병 등의 주범이 된다. 그래서 요즘 식문화는 다시 옛날로 돌아가자는 '웰빙'이 인기다. 참기름, 들기름을 주로 사용하는 담백한 음식과 토속적인 발효음식 등이 인기를 끌고 있다. 웰빙 식문화의 흐름 속에 없어서는 안 되는 것이 바로 바람직한 양념 재료다. 양념은 '약념'(藥念)에서 유래된 말로 "약처럼 생각하면서 먹으라"는 말이다. 양념은 단순히 음식을 만들어 내는 보조적인 재료가 아니라 음식에 필요한 기초공사를 이루는 뼈대이며 혈액이라 할 수 있다.

그런데 요즘에는 제대로 된 양념을 찾기가 어렵다. 양념의 제조과정도 과학 기술이 도입되면서 저렴한 가공 양념, 특정 성분만을 추출'정제한 양념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천연미네랄을 그대로 함유하고 있는 양념, 제대로 발효시켜 영양 성분이 그대로 농축된 진배기 양념은 거의 찾아보기 힘든 시대가 돼 버렸다.

현대인들에게 양념은 두 가지 의미가 있다. 하나는 재배식 재료에서 부족한 영양소를 보충하는 것이고, 또 하나는 온갖 독성 물질에 노출된 인체에 해독제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양념의 기본은 오미(五味)로 신맛'단맛'쓴맛'매운맛'짠맛이다. 한의학과 동양철학의 음양오행사상에서 보면 이 다섯 가지 맛은 오장육부를 다스린다고 하고 있다. 신맛은 간과 담에, 단맛은 위와 비장, 쓴맛은 심장과 소장, 매운맛은 폐와 대장, 짠맛은 신장과 방광에 각각 호응한다는 것. 이 때문에 우리는 가끔 어떤 음식이 지나치게 당기거나 보기 싫을 때가 있다. 이건 단지 혀의 변덕스러운 미각 때문이 아니라, 신체의 어떤 부분에서 특정한 영양소나 맛이 필요다고 우리 몸에 과학적인 신호를 보내는 것으로 그것을 무시해서는 안 된다.

맛에도 양의 맛과 음의 맛이 있다. 양의 맛은 기를 양화시켜 밖으로 뻗치게 하고 음의 맛은 기를 수렴시켜 안으로 모이게 한다. 매운맛, 짠맛, 단맛은 양의 기운을 가진 맛이고, 신맛과 쓴맛은 음의 성질을 가진 것으로 분류한다. 양의 맛 중에서도 가장 기운이 강한 것은 매운맛으로 매운 음식을 먹으면 순간적으로 땀이 나며, 인체의 대사와 기혈 순환이 촉진되어 막혀 있던 기운이 뚫려 스트레스를 해소할 수 있다. 흐린 날씨에 관절염, 신경통이 있는 사람들은 몸이 무겁고 더 아픈 법인데 이럴 때 매운맛을 통해 땀을 흘리면 기가 풀리고 습기가 사라져 기분까지 좋아지게 된다.

한편 단맛은 세포의 에너지원이다. 그래서 스트레스로 꽉 차 있을 때 초콜릿이나 사탕을 먹으면 뇌 세포에 포도당이 공급되어 정신이 맑아지고 두뇌 회전이 빨리 되는 것처럼 느껴진다. 짠맛의 주성분인 나트륨 성분 역시 세포의 활성도를 높여주면서 몸이 개운해지는 느낌을 준다.

하지만 계속 밖으로 내보내기만 하면 우리 몸의 기운은 소진될 것이 분명하다. 이것을 제어하는 것이 바로 신맛, 쓴맛 등의 음의 기운을 가진 맛들이다. 아주 신 음식을 먹고 나면 몸이 움츠러들고 침이 고이며 인상도 수축된다. 쓴 한약을 먹어도 우리의 몸은 움츠러든다. 이처럼 신맛과 쓴맛은 기를 수렴(음화)하기 때문이다.

인간은 양념을 통해 우리 몸에 필요한 기운을 보충하고 유지할 수 있다.

신아가 참(眞) 자연음식연구소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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