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천위(不遷位), 부조위(不位)란 나라에 큰 공을 세웠거나 도덕성과 학문이 높으신 분에 대해 신주를 사당(祠堂)에 영구히 두면서 제사 지내는 것을 말한다. 불천위를 굳이 나눈다면 사불천위, 유림불천위, 국불천위다.
문중불천위는 사불천위라고도 한다. 집안 차원에서 본받을 만한 인물을 모시는 경우다. 향불천위는 유림불천위 혹은 도천(道遷)이라고 부른다. 유림에서 천거해 불천위로 옹립한 인물을 말한다. 국불천위는 시호를 받은 2품 이상의 관리 가운데 교지가 내려졌거나 설총, 최치원 등 문묘에 배향된 18명의 인물로 한정하나 실상 이렇게 구분하기가 여간 애매한 것이 아니다.
안동시 서후면 교리에 있는 단계 하위지 종택(18대 종손 하용락)처럼 멸문지화(滅門之禍)를 입은 후손의 존재가 증명되어 조정에서 부조위 교지를 내린 것은 아주 특별한 경우다. 이를 두고 예안향교 박원갑 전교는 "국가적 인물이면 국불천위고 지역적 인물이면 향불천위라고 규정, 문묘배향이나 부조위 교지가 내려지지 않았으나 서애 류성룡, 학봉 김성일, 충재 권벌처럼 국가적 인물이면 국불천위라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말한다.
이재업 전 안동청년유도회장은 "진정한 불천위는 종택, 종손, 문집, 학자, 서원, 정자라는 요건을 갖추어야 한다"며 "지금도 불천위 문화가 살아있는 안동의 예를 보면 종택의 종손을 구심으로 문중과 유림이 지원하는 구조로 영속성을 이어가고 있다"고 말한다.
최근 통계에 의하면 대구경북의 불천위 문중은 116집안으로 집계됐다. 그중 안동이 48집안으로 96명의 불천위가 존재하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종손 주손의 현황은 88명으로 조사 되었는데 안동을 중심으로 대구경북을 벗어나면 종가 불천위 문화는 거의 사라졌다고 보는 것이 옳을 듯하다. 전라도에는 윤선도의 종택인 녹우당이 전부고, 충청도는 윤증의 명재종택이 겨우 명함을 내밀뿐 조선왕조실록에 이름이 3천 번 넘게 등장하는 송시열의 종택조차 없다.
형편은 경기도도 마찬가지다. 사상과 문학으로 일가를 이룬 다산과 율곡의 종택이 있을 법하지만 이들 종택이 있다는 말을 들어보지 못했다. 경상남도에는 그나마 정여창의 일두종택과 정온의 동계종택이 명맥을 유지하고 있으나 퇴계와 동시대를 살며 영남 좌우도의 정신을 나누어 이끌었던 남명 조식의 종가는 어디에도 없다.
격세지감이지만 남들은 고루하다 여겨 버린 지 오래된 불천위 문화를 천금같이 지킨 덕분에 경북 안동은 세계적인 유교도시가 되고 공맹의 종손마저 불러들이는 저력을 발휘하고 있다. 불천위 문화가 안동을 먹여 살리는 킬러 콘텐츠가 된 것을 보니 역시 오래된 우리 것은 좋은가 보다.
안동시 역사기록관'
시나리오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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