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니하오 통신] (70)'헤이처'(黑車)

"중국 대도시, 불법 영업차량 횡행"

상하이(上海)는 중국의 상업'금융 1번지이며 연평균 1인당 주민 소득도 최고다. 물가 수준 역시 세계적 도시와 맞먹는다. 이에 비해 버스'지하철'택시 등 공공요금은 싼 편이다. 버스는 1위안(약 185원'노선 거리 13㎞ 이하)과 1.5위안(노선 거리 13㎞ 이상)이며 지하철은 구간에 따라 3~7위안, 택시는 14위안(3㎞ 이하), 3㎞부터 1㎞당 2위안씩 올라가며 자정 이후엔 18위안부터 요금이 적용된다.

일전에 상하이에 들렀다. 상하이는 지하철이 13호선까지 거미줄처럼 짜여 있어 다른 교통수단보다 편리하다. 푸둥(浦東) 국제공항에서 7위안짜리 지하철 티켓을 끊고 목적지인 난징둥루역(南京東路站)에 내렸다. 지하철역을 나오자 이방인의 눈에 옛날 향수를 자극하는 인력거가 눈에 띄었다. 예전과 다른 점은 오토바이 엔진을 달고 운행을 한다는 것이었다. 신기한 마음에 '오토바이 인력거'를 타고 5분 거리의 호텔로 향했다. 차비가 2위안(약 370원)이란 기사의 말에 순진하게 탔는데 내리자마자 100위안(약 1만8천500원)을 요구했다. 알고 보니 외국인을 상대로 사기를 치는 '헤이처'(黑車'불법운행 차량)였다. '오토바이 인력거'의 기본요금은 10위안이며 거리에 따라 기사 마음대로 요구한다는 것이다.

정식 영업허가를 받지 않은 채 운행하기 때문에 교통사고가 나도 보험도 적용되지 않는다. '오토바이 인력거'뿐만 아니라 베이징이나 상하이 등 중국 대도시에는 자기 차로 택시처럼 불법 영업을 하는 '헤이처'가 버젓이 도로를 누비고 있다. 택시를 잡으려고 도로변에 서 있다 보면 무면허 차량이 호객을 하는 경우가 많은데 자칫 비싼 요금을 물어야 하는 낭패를 당하기 쉽기 때문에 주의해야 한다. 정식 면허가 부착된 택시를 타는 것이 가장 안전하다.

중국에는 '헤이처'처럼 흑(黑)가 들어간 용어가 많다. 호적이 없거나 비자가 없어 숨어 사는 사람을 헤이런(黑人), 등기를 하지 않고 숨기고 있는 땅은 헤이띠(黑地), 사업자등록을 하지 않고 영업하는 상점은 헤이후(黑戶), 횡령이나 뇌물로 받은 돈은 헤이치엔(黑錢)이라 한다. 흑(黑)가 들어가는 나쁜 말은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암시장은 헤이스(黑市), 블랙리스트는 헤이밍딴(黑名單), 블랙홀은 헤이둥(黑洞), 다크호스는 헤이마(黑馬)로 부른다. 이 모든 것을 아우르는 말은 헤이신(黑心'나쁜 마음)이다.

중국어에 흑(黑)자가 들어가는 말이 이처럼 많은 것을 보면 중국 사회가 아직도 그만큼 밝지 못하다는 것을 방증한다. 5천 년의 긴 역사 동안 260여 회의 농민 봉기가 일어날 정도로 사회는 불안정했고, 전쟁에 지친 민초들은 눈치를 보며 어둠 속(黑)으로 자신을 숨겨야 살아남는다는 것을 깨달았는지도 모른다. 미국에 이어 세계 2대 경제대국으로 떠오른 중국의 대도시에서 아직도 '흑'자가 난무한다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다. '허시에'(和諧'공평 정의) 사회를 모토로 내건 중국 정부는 더이상 '흑'자가 발붙이지 못하도록 노력할 때다.

전수영기자 poi2@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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