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신남희의 즐거운 책읽기] 우리가 걸어가면 길이 됩니다/파울로 프레이리'마일스 호튼 지음,

교육학·사회비판·집단투쟁 등에 대한 통찰 제시

교육은 무엇이며 공부란 무엇일까? 누구나 교육을 말하고 학습이 넘쳐나는 시대에 교육의 본질적 의미가 무엇인지 의문을 느낄 때가 있다. 친구를 괴롭히며 자학하는 아이들, 스스로 목숨을 끊거나 학교를 그만두는 아이들을 무기력하게 지켜보며 부모세대로서 죄책감에 사로잡히기도 한다. 교육계의 탁월한 사상가이자 실천가인 파울로 프레이리와 마일스 호튼의 대화에서 그 답을 찾아본다.

1987년 12월, '사회변화를 위한 교육'의 개척자인 호튼과 프레이리는 자신들의 경험과 사상에 대한 책을 발간하기 위해 대화를 나누었다. 한 사람은 미국의 애팔래치아 산자락의 시골, 또 한 사람은 브라질의 가장 번화한 공업도시인 상파울루에서 살고 있었다. 두 사람은 이처럼 서로 다른 삶의 배경을 가지고 있지만, 가난한 자와 힘없는 자들을 세력화하기 위한 참여교육의 역사와 비전을 공유하고 있었다. 이 두 사람이 각자 일구어온 경험은 지난 100 년간 있었던 수많은 교육실천들을 대표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호튼의 활동이 공식적인 학교운영체제나 국가 바깥에서 소규모의 독립적인 교육센터를 운영하는 형태였다면, 프레이리의 활동은 대학에 기반을 두거나 혹은 국가로부터 지원을 받아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형태였다. 이들의 사상은 일련의 추론을 통해 얻어진 것이 아니라 자신들이 발 딛고 서 있는 구체적인 사회의 맥락과 상호작용한 결과이며, 참여와 자유를 위한 대중투쟁에 헌신하여 얻어낸 결과였다. 이 대화에서 프레이리는 초등교육부터 대학교육까지 교육 전반에 대해 말하고, 호튼은 지역사회에서 민중과 더불어 일하면서 사회를 변화시키는 성인교육을 강조한다.

프레이리는 교육자가 어디에서 활동하든 가장 어려운 일은 교육이 진지하고 엄격하며 체계적인 하나의 일관된 과정 속에서 행복과 기쁨을 만들어내는 일이 되게 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교육은 위대한 모험이며, 훌륭한 교사란 늘 놀랄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한다. 인생에서 가장 나쁜 일은 더 이상 놀랄 일이 없어지는 것이다. 교육자는 직관력이 있어야 하며, 멈추지 말아야 한다." 그는 과도한 진지함이 행복을 앗아가는 일도 경계해야 한다고 말한다.

"공부는 엄격하고, 무미건조하고, 고된 일이다. 그러나 고됨 속에서도 행복이 솟아오른다. 어느 순간 공부의 성과 때문에 행복해지는데 이는 진지함과 엄격함으로부터 나온 것이다. 교육자는 이런 복잡성을 기억하고 어떤 요소도 빠뜨리지 않아야 한다. 왜 학교가 가기 싫은 곳이 되었는지 알 수 없다. 공부의 기쁨을 앗아가는 학교는 나쁘다. 아이들을 놀게만 하는 학교도 용납할 수 없다. 그런 학교도 나쁘다. 좋은 학교는 공부를 하면서도 놀이의 즐거움을 얻을 수 있는 곳이어야 한다."

호튼은 사람들에게 자신의 경계를 확장시키도록 부추겼다는 비판을 받지만 이것은 무척 흥미로운 경험이라고 말한다. 그들은 스스로가 이제 자신을 둘러싼 경계 안에 머물고 싶어 하지 않으며, 사람은 일단 한계 바깥에서도 살아갈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 훨씬 더 행복해진다는 것이다. 그래서 사람들에게 할 수 있는 한 자신의 경계를 밀어낼 것을 촉구할 수 있으며 어려움이 있어도 괜찮다고 말한다. 자신들이 원했던 일이라면 그다지 나쁠 것도 없기 때문에.

그들은 부모와 교사들이 세계와 현실과 미래에 대해 분명한 비전을 갖고 있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부모가 서로를 사랑하면 할수록 아이들은 더 건강하게 자라며, 그 사랑은 노력해서 이루어지는 것이라고 말한다. 타고난 사랑이란 없기 때문이다. 경험을 직접 알려주는 게 아니라 경험을 학습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줘야 하며, 모든 지식은 자유롭게 소통되어야 한다는 신념도 피력한다. 자신들의 성장배경과 교육사상, 실천에 대한 폭넓고 열린 대화가 서로에 대한 존경과 신뢰의 분위기에서 진솔하게 이루어진다. '페다고지'로 유명한 프레이리와 지역사회의 성인교육을 성공적으로 일구어낸 호튼의 대담은 일인칭 저작과는 또 다른 깊이와 감동을 준다.

수성구립 용학도서관 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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