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나만의 개성표현, 타투] 타투이스트들의 요구

불법 의료시술 아닌 '예술의 한 분야' 인정을

타투이스트(tattooist'문신 시술자)들은 타투를 '예술의 한 분야'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 의료인이 아닌 사람이 다른 사람의 피부에 상처를 내고 물감을 들여 시술하는 타투는 불법이다. 그래서 경찰과 타투이스트들은 '단속'과 '숨바꼭질'을 하고 있다. 타투이스트들은 타투가 젊은층 문화의 한 형태로 자리 잡고 있는 현실을 내세우며 "타투도 하나의 문화로 인정해 달라"고 목소리를 높인다.

◆타투는 하나의 문화

"예전에는 남에게 위압감을 주려고 타투를 시술하는 사람들이 많았습니다. 당연히 타투에 대한 인식이 좋지 않았죠. 하지만 요즘에는 패션의 한 분야로 바뀌고 있습니다." 대구시 중구 삼덕동 타투 전문점 '타투 짱' 장성호 대표는 지역의 대표적 타투이스트다. 국내 타투의 본거지라고 할 수 있는 서울 홍대 주변에서 활동을 했다. 5년 전 대구에 아직 타투가 잘 알려지지 않았을 때 중심가에 타투 전문점을 열었다. 장 대표는 "이제 타투는 자기만의 개성을 표현하는 수단이다. 20대 대학생이 가장 많은 관심을 보인다"고 말한다. 타투 시술을 받는 사람의 대부분(60~70%)은 젊은 여성이다.

요즘은 남학생들도 부쩍 관심을 갖는다고 한다. 장 대표는 실력을 인정받는 타투 전문가가 되기 위해 피부 미용 국가자격증을 획득했다.

"최근엔 군인들도 휴가 중에 타투를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주로 용맹을 상징하는 용, 호랑이 등을 새겨서 귀대하지요." 대구에 살거나 관광온 외국인들도 주요 고객이다. 요즘은 젊은 커플 사이에 사랑의 글귀를 새기는 '레터링'도 인기다.

장 대표는 "화상 흉터를 숨겨 주는 등 이제 문신을 바라보는 사람들의 시선도 '두려움'을 벗어나 '호기심'과 '미'(美)를 추구하는 한 분야로 정착하고 있다"고 말한다.

◆타투 법제화 요구

이름 밝히기를 꺼려하는 타투이스트 구모 씨. 그는 전국에서도 알아주는 실력있는 타투이스트다. 하지만 타투에 대해서는 할 말이 많다. 지난주 수소문 끝에 만난 구 씨는 첫마디로 "비의료인의 타투 시술행위는 여전히 불법의 영역"이라고 조심스럽게 말을 꺼낸다.

구 씨는 "지구상에 타투를 의사만 하도록 허가한 나라는 대한민국뿐"이라며 "타투는 자기표현의 수단이며 개인의 자유다. 현재 타투 시술을 의료행위로 간주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주장한다. 특히 "직업 선택과 예술표현의 자유에 대한 침해이며 몸을 아름답게 치장하려는 인간의 기본적인 욕구를 제한하는 발상"이라며 "타투의 법제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현재 문신을 하는 사람은 연간 80만 명 정도로 추정되고 있다. 하지만 정작 전국에서 문신을 해주는 의사는 10명 내외에 불과하다는 것. "타투를 해주는 의사들이 별로 없기 때문에 전문 타투업소(비의료인)에서 시술을 할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라는 것. 현재 대구에서 활동 중인 타투이스트는 50명 안팎이다. 하지만 실제로 알려지지 않은 타투이스트를 포함하면 500여 명이 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구 씨는 "의사가 아닌 타투이스트들이 몸에 상처를 내면서 하는 시술행위는 분명 불법이다. 하지만 현재 타투를 하려는 젊은이들이 많고, 타투 자체가 예술의 한 분야이기 때문에 양성화가 필요한 시점이다"며 "언제 전과자가 될지 모르는 게 타투이스트의 현실"이라고 말한다.

이홍섭기자 hslee@msnet.co.kr

사진·이채근기자 mincho@msnet.co.kr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