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교실 밖 돋보기] - 수학교육의 변신

다양한 분야에서 수학 개념 탐색…실용능력 길러야

이집트, 그리스, 로마, 중국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일찍이 고대문명을 꽃피운 나라? 물론이다. 게다가 수학이 탄생하고 발달한 국가라는 공통점도 있다. 달력을 제작하고 천문을 관측하고 토지를 측량하고 각종 토목공사를 벌이고 세금을 징수하는 등 국가의 면모를 갖추는 데는 수학의 공을 무시할 수 없다.

우리가 수학을 배우는 이유를 한마디로 요약하면 무엇일까? 예측하기 힘든 미래 사회에서 사물이나 현상 속에 존재하는 규칙성을 찾아내 풍요로운 삶을 살기 위해서다. 20세기 들어 현대 수학은 문명의 언어로서 그 위상이 나날이 높아졌다. 수학은 자연현상과 사물, 인간의 활동에서 질서와 규칙을 정의하고 이를 통해 논리정연한 의사소통 및 문제해결 능력을 배양하는 학문이다.

지난 1월 교육과학기술부는 이른바 '수학교육 선진화 방안'이라는 것을 내놨다. 지금의 수학교육은 입시에서 좋은 점수를 받기 위한 수단으로 전락한 지 오래다. 그것도 변별력이 큰 과목으로서 말이다. 사고력과 창의력을 키우고 수학에 대한 흥미와 긍정적 인식을 높이는 것은 그래서 중요한 과제가 되고 있다.

아마 교과부도 이를 심각하게 받아들인 모양이다. 수학교육을 바꿔 수학의 본질적인 목적에 다가가겠다는 것이 이번 발표의 주요 내용이다. 말하자면 '생각하는 힘을 키우는 수학, 쉽게 이해하고 재미있게 배우는 수학, 더불어 함께하는 수학'으로 수학교육의 변화를 꾀하겠다는 것이다.

공식의 암기, 반복학습, 많은 양의 문제풀이 등으로 현재 수학 교육에는 많은 시간이 투자된다. 물론 이것도 수학 학업 성취도를 높이는 요인이다.

하지만 수학에 투자하는 시간과 노력에 비해 흥미와 자신감은 최하위권으로 나타나고 있다.(2007년 국제 수학'과학성취도평가연구 TIMSS 자료) 이는 수학공부에 대한 동기부여가 오로지 입시라는 한길로 치우쳐 있기 때문이다.

이제는 미래사회가 원하는 창의적 인재를 키우기 위해 수학교육의 혁신이 필요한 시점이다.

수학의 기본 개념과 원리의 이해에 초점을 맞춘 교수학습을 지원하겠다는 교과부의 방침은 그래서 첫 단추를 잘 끼운 셈이다. 정치'경제'음악'미술 등 다양한 분야에 숨어 있는 수학적 개념과 원리를 탐색해서 통합적이고 입체적인 시각으로 실생활에서 활용할 수 있는 문제해결 능력을 길러야 한다는 것이다.

계산능력을 키우는 것이 목적이 아닌 경우 계산기, 컴퓨터 등 공학적 도구를 사용하고 교육용 소프트웨어 등 다양한 교구를 활용하는 수업을 권장한다. 또 평가의 방법에 있어서도 추론, 문제해결, 의사소통 등 2009년 개정 교육과정에서 도입된 수학적 요소를 반영한다는 것이다.

예컨대 조선시대 화가 김홍도가 그린 '씨름' 속에 숨어 있는 수학적 의미를 찾아보자. 바로 '마방진'이다. 마방진은 정사각형 모양의 칸에 가로, 세로, 대각선의 각각의 합이 같도록 배열한 것을 말한다. 두 사람이 가운데서 씨름을 하고 있고 그 주위에 여러 사람이 둘러싸고 구경을 하고 있다. 가운데 2명을 중심으로 오른쪽 위에 8명 아래에 5명, 왼쪽 위에 5명 아래에 2명이 있는데 가로, 세로, 대각선 어느 쪽을 더해도 12라는 숫자가 나오는 것이다. 이 같은 평가를 통해 생각하는 힘을 키울 수 있는 것이다.

'쉽게 이해하고 재미있게 배우는 수학'을 위해 스토리텔링(story-telling) 방식을 도입하겠다는 점도 눈여겨봐야 한다. 스토리텔링 수업은 수학적 의미와 역사적 맥락, 실생활 사례 등을 유기적으로 엮는 것을 말한다. 예를 들면 고대 그리스 사모스섬 터널은 어떻게 뚫었는지를 통해 수학사를 탐구할 수 있다. 또 소수(素數)의 역사와 암호의 등장이 어떤 연관성을 가지는지 알아볼 수 있다. 수학도 과학처럼 다양한 체험이나 탐구활동이 가능하다면 수학에 대한 이해와 흥미도 함께 커질 것이다.

수학은 시험을 위해서 교실 안에서만 존재하는 학문이 아니다. 다양한 수학학습 기회를 통해 모든 아이들이 수학의 가치를 느껴 '더불어 함께하는 생활 속 수학'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수학은 우리 삶을 풍요롭게 하는 생활 속의 친구다. 곧 우리 아이들이 가장 친하게 지내야 할 친구인 셈이다.

송은경(와이즈만영재교육 중부센터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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