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시민기자] 12년째 자원봉사 이영숙 해바라기봉사회장

"딸아이 마지막 길에 받은 도움을 생각하면 제 전부를 나누어도 모자라요."

지난달 14일 동구지역 저소득가구 연탄나눔에서 만난 이영숙(62'대구 동구 효목동) 씨의 얼굴은 땀범벅이 되어 있었다. 이날 전달한 연탄만도 10가구에 3천 장이다. 올해 들어 2번째다. 몸은 흥건히 젖고 볼을 타고내리는 땀을 훔치면서도 얼굴에는 생글생글 미소가 넘친다.

이 씨는 12년째 지역 노인복지관과 중증장애시설 등을 찾아다니며 나눔을 실천해 오고 있다. 이 씨가 자신의 편안함보다 어려운 이웃을 먼저 챙기는 데는 남몰래 가슴에 묻어둔 사연이 있다. 1970년 23세 때 지금의 남편을 만나 1남 6녀를 낳고 불행이 닥치기 전까지는 칠 남매 뒷바라지로 바쁘게 지낸 평범한 주부였다. 그러나 세상에서 자신이 제일 행복한 사람이라 생각했던 그 행복은 오래가지 않았다.

1999년 암 투병 중이던 딸이 많은 사람의 도움에도 불구하고 20세 나이에 세상과 이별했다.

1남 6녀 중 넷째 딸로 태어난 딸 혜정(가명)이는 생전에 칠 남매 중에서 유난히 인정이 많고 착한 딸이었다. 이 씨는 "하늘나라로 간 딸에게 입원비를 대준 고마운 사람들을 생각하면 슬픔에 빠져 있을 수만은 없었다"며 "고마움을 갚기 위해 봉사활동을 시작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 씨는 딸을 가슴에 묻고 이웃한 한부모가정 밑반찬지원을 시작으로 마이홈, 대구경북시각장애인 나들이 동행 등 도움의 손길이 필요한 곳이면 어디든지 달려갔다. 또한 딸이 다니던 병원을 찾아 남편과 함께 장기기증에도 동참했다.

이 씨는 자신의 딸처럼 희귀병에 걸려 장기를 구하지 못해 세상과 이별하는 이들을 위해 장기기증을 하고 돌아서는 발걸음이 너무 가벼웠다고 회상했다. 남은 가족들도 틈틈이 헌혈에 동참, 모은 헌혈증이 70장이 넘는다. 언젠가는 꼭 필요한 사람에게 전하고 싶다고 했다.

또 이 씨는 해바라기봉사단을 만들어 5년째 매월 2회 쪽방촌과 노숙인쉼터를 찾아 밑반찬 지원과 대구경북시각장애인 나들이, 취약계층을 위한 연탄나눔과 김장나눔에도 6년째 참여하고 있다. 60이 훌쩍 넘은 나이에도 자신의 손길이 필요한 곳이면 마다하지 않고 달려가 봉사를 펼친 이 씨는 작년 12월 대구시자원봉사포럼 주최 제5회 '아름다운자원봉사상'을 받았다.

글'사진 오금희 시민기자 ohkh7510@naver.com

멘토:배성훈기자 baedor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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