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전화도 드리지 않고 오랜만에 친정에 다니러 갔더니 부지런하신 우리 부모님 봄맞이 대청소를 하고 계시느라 한참 분주하셨다. "잘됐네" 일손이 부족했는데 하시면서 내게도 이것저것 시키신다. 창고에 가득 찬 잡동사니까지 오랜만에 모두 바깥세상을 구경하고 있었다.
그중에서 내 눈을 번쩍 뜨이게 하는 게 있었으니 바로 오래전 기억 속의 턴테이블이었다."엄마, 저거 버리지 않고 여태 가지고 계셨어요?" 하고 여쭈니 "그래 그걸 어떻게 장만했는데…. 하지만 앞으로는 뭐 쓸모 있겠냐" 하시며 "오늘 버리려던 참이었다"고 하셨다. 이런 재수 좋은 날이 있다니 "그럼 제가 가져갈게요"하니 "요즘 좋은 것들 천지인데 뭐 할려구. 네가 좋으면 그래라" 하신다. 사실 얼마 전부터 LP판의 음색이 너무 그리워 중고시장에라도 나가볼 참이었다. 애들도 처음 보는 거여서 다들 신기해하면서 어서 집에 가져가서 틀어보자고 부산을 떨었다.
여고시절 팝의 황제 마이클 잭슨의 음악을 듣는 것조차 쉽지 않았던 시골이었지만 끈질긴 애교와 설득으로 아버지께서 어렵게 장만해주신 턴테이블이었다. 그 후 하나둘씩 LP판을 모으는 재미가 쏠쏠했다. 쉽게 인터넷으로 다운받아 들을 수 있는 시대에 살고 있지만 돈을 주고도 다시 못사는 아름다운 추억까지 공유하며 들을 수 있는 그 기분을 누가 알겠는가. 얼마나 깨끗하게 보관해 두셨던지 턴테이블이며 LP판 속엔 먼지 하나 없었다. 이런 장날엔 얼마든지 다시 오고 싶다. 심마니의 외침이 그날의 내 기분이었다.
"심봤다~!"
이순이(대구 동구 효목2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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