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학교 여교사 A씨는 요즘 교실 문을 들어서기 전에 남몰래 심호흡을 하는 버릇이 생겼다. 얼마 전 수업시간에 딴 짓을 하는 남학생을 야단친 후 등 뒤에서 들린 욕설 때문이다.
A씨는 "혼잣말이었는데 들었느냐며 당당하게 말하는 그 남학생이나, 구경거리가 생겼다는 표정으로 쳐다보는 주위 아이들의 얼굴을 잊을 수 없다. 그 후로 반 아이들과도 눈 맞추기가 힘들다"고 하소연했다.
#.중학교 여교사인 B씨는 얼마 전 교실에서 어이없는 일을 당했다. 수업 중 휴대전화를 만지작거리는 남학생을 꾸짖었더니 '문자 전송도, 게임도 안 했는데 왜 뺏느냐'며 대든 것. B씨는 "아이들이 교실에선 친구들 시선 때문에 더 기세등등하게 대드는 경향이 있다. 그 후로 꾸짖을 일이 있으면 반드시 교무실로 불러서 야단친다"고 했다.
대구의 한 여중생이 자신을 꾸짖는 여교사에게 폭력을 휘두른 사건(본지 22일자 6면 보도)으로 신학기를 맞은 지역의 학교 현장이 우울하다. 교사들은 만성화된 교권 추락 실태에 '교단에 서기가 너무 힘들다'며 고충을 토로하고 있다.
대구시교육청에 보고된 대구 초'중'고교의 교권침해 사례는 최근 들어 꾸준히 늘고 있다. 2009년 151건이던 교권침해 사례는 2010년 186건으로 늘었고, 2011년 상반기에는 93건이 보고됐다.
교권침해 유형 중에는 교사에 대한 폭언이나 욕설이 압도적이었다. 교사들은 '빈정거리는 듯한 학생의 불손한 태도에 모멸감을 느꼈다'고 토로하고 있다. 그다음이 '수업 진행 방해' '교원 폭행' 등의 순이었다. 특히 초'중'고교생 가운데 중학생에 의한 교권침해가 많았다.
대구교총 서상희 사무총장은 "올 들어서만 10여 건의 교권침해 상담전화를 받았다"며 "한 선생님은 '흡연학생을 수차례 적발했는데 처벌은 사회봉사 일주일밖에 없더라. 그 학생은 오히려 학교에 안 가서 좋다면서 고맙다고 빈정대더라'며 가슴 아파했다"고 전했다.
교권침해로 교사들의 사기는 갈수록 떨어지고 있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가 지난해 5월 유치원과 초'중'고교 교원 1천700여 명을 설문조사한 결과 79%가 "교직 만족도와 사기가 떨어졌다"고 답했다. 교직 만족도가 떨어졌다고 답한 비율이 2009년 55%, 2010년 63%보다 크게 높아진 것.
그 원인으로 체벌금지, 학생인권조례 등으로 인한 권위 상실(40%)을 가장 많이 꼽았다.
전교조 대구지부 한 관계자는 "정규 교사 이외에 기간제 교사나 수준별 강사, 겸무교사가 특히 이런 교권침해 피해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피해를 당했더라도 '아이들도 못 다루는 사람'으로 찍히기 십상이어서 학교에 적극적으로 알리기도 어렵다"며 "최근에는 못다 쓴 육아휴직을 다시 쓸 수 있는 방법이 없느냐는 여교사들의 문의가 자주 오는데 그중엔 학생들에게 심하게 시달린 경우가 상당수"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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