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경산의 한 대학에 다니는 정모(24'여) 씨는 지난해 7월 친구에게서 솔깃한 제안을 받았다. 서울 디자인 관련 업체에 취직해보지 않겠느냐는 제의였다. 정 씨는 돈도 벌고 전공 관련 업체에서 경력도 쌓자는 생각에 짐을 싸 상경했다.
그러나 업체는 3일간 영업 방식과 물품 구매, 회원 소개 등에 대한 설명만 늘어놨고 교육이 끝나자 1천만원 상당의 생활용품 구입을 강요했다. 정 씨는 부모님께 전세보증금을 내야 한다며 1천500만원을 받아 물건을 구입했다. 이후 정 씨는 감시와 통제를 받으며 생활했다. 휴대전화는 빼앗겼고 경기도 성남의 반지하 주택에서 매달 10만원씩 내며 또 다른 구직자 15명과 살아야 했다.
관리자가 24시간 상주하며 이들을 감시했다. 매일 오전 7시부터 하루종일 친구들에게 전화를 걸어 '취업해보지 않겠냐'고 유혹하는 게 유일한 업무였다. 정 씨는 "남자친구를 만나야 한다고 울고 불며 소란을 피우고서야 겨우 탈출할 수 있었다"며 "부모님께는 사기를 당해 전세보증금을 날렸다고 거짓말을 했다"고 울먹였다.
취업난에 시름하는 대학생과 취업준비생들을 대상으로 한 각종 취업사기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최근 들어 가장 기승을 부리는 취업사기는 휴대전화 판매 딜러다. 사기업체들은 휴대전화를 한 대 팔 때마다 현금을 10만에서 48만원까지 준다고 미끼를 던진다. 21일 오후 대구 중구 남산동 모 휴대전화 판매업체. 기자가 휴대전화 딜러 계약을 하러 왔다고 말하자 업체 직원은 "휴대전화 한 대를 개통하면 딜러 계약을 맺을 수 있고 지인들을 딜러로 가입시키면 사용 요금의 1%를 지급한다"며 "초기 자본이 거의 들지 않아 황금 창업이라고 현혹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들로부터 휴대전화를 구입하면 매달 5만4천원 이상 정액요금제를 써야 하고 휴대전화 단말기 값을 24개월 할부로 내야 한다. 통신사에서 제공하는 보조금과 요금 할인 혜택은 한 푼도 받지 못한다.
취업준비생을 상대로 한 허위'과대 광고도 기승을 부리고 있다. 각종 생활정보지에는 매달 수백만 원의 성과급을 준다는 내용의 광고가 즐비하지만 대부분 허위 광고라는 것. 실제 월 최대 500만원을 지급한다는 한 업체 사장은 "IT 관련 사업인데 회사홍보와 상담, 회원 유치를 할 경우 성과급을 준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어떤 물건을 판매하는지 구체적인 업종이나 성과급은 제대로 알려주지 않았다.
이에 대해 경북대 인재개발원 김장억 교수는 "고수익을 약속하거나 회원 가입 등을 요구하면 불법 다단계업체나 거짓 구인광고일 가능성이 크다"며 "취업이 당장 급하더라도 구인하는 업체의 규모와 성격을 정확히 파악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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