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캠퍼스 못 떠나는 대학 '5학년' 들

2005년 경북대에 입학한 박준민(가명'26) 씨는 내년 2월에 졸업할 계획이다. 이번 학기가 9학기째지만 취업 걱정 때문에 올 가을 10학기까지 마친 뒤 졸업하기로 결정했다. 그는 이번 학기에 18학점만 채우면 졸업이 가능하지만 일부러 9학점만 채우고 10학기 때 남은 9학점을 더 수강할 계획이다.

박 씨는 "요즘 토익 고득점자와 다양한 경험을 쌓은 학생들이 많아 학생 신분을 유지하면서 취업 준비를 하고 싶었다. 대기업에 취업하려면 졸업생들은 불리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취업난으로 대학교를 한 학기 이상 더 다니는 '대학 5학년생'들이 늘고 있다. 학점 이수 등 졸업 요건을 다 갖추고도 취업 스펙을 더 쌓고 구직활동의 불리함을 줄이기 위해 대학에 적을 두는 '졸업 연기자'가 늘고 있다는 것. 이들은 학생 신분을 유지하기 위해 일부러 9학기 이상(휴학 제외) 수강하고 있다.

계명대에 따르면 졸업연기 신청자는 2009년 412명에서 2010년 489명, 2011년 696명으로 증가했다. 2012년 2월 졸업연기 신청자만 679명에 달해 올 한 해 졸업연기를 신청하는 학생 수는 예년에 비해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학생들은 8학기를 다 채우고도 복수전공에 따른 추가 학점을 따거나, 사회복지사, 평생교육사 등 자격증 취득을 위해 졸업을 연기하거나, 학교에 적을 둔 채 취업활동을 하기 위해 자발적으로 졸업을 미루고 있다.

계명대 측은 "졸업연기제도가 본래 취지에서 벗어나 취업 활동 수단으로 활용되는 사례가 많아 내년 2월 졸업예정자부터는 졸업연기 신청 자격을 복수전공이나 자격증 취득 등으로 제한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대구대도 2010년 158명이던 졸업연기 신청자가 2011년 497명으로 크게 늘어났다. 대구대 관계자는 "취업난으로 인해 학생들이 보다 유리한 조건으로 구직 활동을 하기 위해 재학생 신분을 유지할 수 있는 졸업연기제도를 만들어달라는 민원이 많아 2009년부터 이 제도를 도입했다"고 했다.

대구가톨릭대도 2010년 220명이던 졸업연기자 수가 2011년 330명으로 늘었다. 이 대학 역시 학생들의 요구 때문에 2009년부터 취업이나 해외연수 등의 조건에 한해 졸업연기를 받아주고 있다.

경북대 경우 졸업연기제도는 없지만 정규 8학기 이외에 9학기 이상 학교를 더 다닌 졸업생이 2010년 850명, 2011년 1천62명으로 늘었다. 2012년 2월에는 942명이었다.

경북대 관계자는 "9학기 이상 수강학생들 중에는 복수전공이나 전공이수 학점을 채우기 위한 경우도 있지만 취업 때문에 자발적으로 한 학기를 더 다니는 경우도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병고기자 cb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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