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은 불편해도 바리스타로 일할 수 있어 너무 행복해요. 앞으로 멋진 카페를 운영해보는 게 꿈입니다."
대구 남구 대구대 대명동캠퍼스 옛 재활과학대학 내 대구보건학교 학교기업인 '카페 위(We)'. 전동휠체어를 탄 중증장애우들이 홀을 이리저리 다니며 주문받은 커피를 손님 테이블에 갖다 준다. 주방에서는 중증장애우의 지시에 따라 흰색 가운을 입은 어머니들이 커피를 뽑느라 손놀림이 분주하다. 카페 일이 힘들지만 장애우들과 어머니들의 얼굴에는 항상 웃음꽃이 핀다.
중증장애 바리스타 4인방인 사공건(20), 김광수(21), 이태영(20), 조상우(20) 씨는 이달 19일부터 대구보건학교가 운영하는 학교기업 '카페 위'에 바리스타로 취업해 일하고 있다. 이들은 모두 대구보건학교 초'중'고를 졸업한 뒤 학교에서 마련한 1년간의 바리스타 직업교육과정을 밟았다.
"아메리카노, 에스프레소, 아이스블루베리라떼… 뭘 드실래요. 메뉴판에 게시된 17종류의 커피와 차를 제공할 수 있답니다."
이곳에서 일하는 장애우들은 장애로 혼자서는 커피와 차를 제조할 수 없다. 그래서 어머니들이 자녀와 함께 바리스타 과정을 배워 장애우들의 손발이 되고 있다. 장애우들이 주문받은 차의 단계별 재료 등을 말하면 어머니들이 그에 맞춰 차 제조를 돕는다.
근이완증을 앓는 사공건 씨는 카페라떼와 에스프레소를 가장 잘 만들 수 있다고 자랑한다. 성격도 가장 활발해 홀 서빙과 차 배달도 잘한다. 뇌병변 장애인인 김광수 씨는 휠체어에 앉아 얼굴도 돌리기 어려울 정도로 증세가 심하다. 하지만 차 제조만큼은 누구한테 뒤지지 않는다. 배움에 대한 의욕도 대단해 재활이나 공학분야 대학진학도 꿈꾸고 있다.
뇌병변과 지체 장애인인 이태영 씨는 왼손으로 아메리카노와 에스프레소 차 제조를 마스터했다. 휠체어를 타지 않는 그는 카페 청소도 가장 잘한다.
역시 뇌병변과 지체 장애인인 조상우 씨는 작년부터 걷기연습을 해 이제 혼자서도 잘 걷는다. 아직도 커피를 제조할 때는 항상 교사가 손을 잡아줘야 할 정도로 소심한 그는 사회성 향상 프로그램에 참여해야 하기 때문에 격일 단위로 카페에 나온다.
"전동휠체어를 타고 차 배달을 씽씽 달려요. 아마 일반인이 걷는 속도보다 더 빠를 거예요. 커피 한잔 주문해도 반드시 배달해주죠."
학교 내 차 배달도 장애우들이 직접 한다. 배달 나갈 때는 차와 영수증, 잔돈 등을 담은 종이 가방을 휠체어에 걸고 나간다. 요즘 주문이 많아 장애우 한 명에 하루 평균 4, 5번은 차 배달을 하고 있다. 또 학교 밖 일반인들도 차를 마시러 많이 온다고 한다.
장애우들은 아침 8시40분에 출근해 오후 5시에 퇴근한다. 건강 증진을 위해 하루에 규칙적으로 달리기 연습과 안마 등을 빼놓지 않는다. 컴퓨터, 바리스타 등 재교육도 병행하고 있다.
학교기업 카페 운영은 대구보건학교 김대원(51) 교사의 역할이 컸다. 특수학교 가운데 직업훈련과 학교기업을 함께 하고 있는 곳은 대구보건학교가 유일하다.
김 교사는 "어머니들의 희생적인 노력 없이는 카페 운영이 불가능하다"며 "장애인과 어머니가 서로 손발이 되어 함께 일하는 모습이 이 세상에서 가장 행복해 보인다"고 했다.
문의 053)629-7614
김동석기자 dotory125@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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