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정치신인 입막아버린 '5% 룰'…기존 못채운 후보들 발동동

TV 토론 초대 지지율 규정 대구경북 늑장공천으로 언론사 여론조사 못해

새누리당 일부 후보가 각종 후보 초청 TV 토론회를 사실상 비토하면서 새누리당의 횡포에 대한 비판여론이 비등한 가운데(본지 26일자 1면 보도) 새누리당의 '늑장 공천'이 결과적으로 새누리당의 기득권에 도전하는 대구경북 정치 신인들의 입을 막았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이 같은 현상이 일어난 것은 새누리당이 총선을 한 달도 채 남기지 않은 시점까지 공천자를 확정하지 않고 시간을 질질 끄는 바람에 선거구도가 제대로 잡히지 않았고, 그에 따라 유권자들은 후보를 제대로 알 수 있는 시간이 없었으며, 언론사들 역시 선거 판세 전망을 위한 여론조사를 할 기회조차 갖지 못했기 때문이다.

현행 공직선거법에 따르면 TV 토론회는 후보자 초청 기준을 정하고 있는데 ▷국회에 5석 이상의 소속의원을 가진 정당이 추천한 후보자 ▷최근 4년 이내 해당 선거구에서 실시된 대통령선거, 국회의원 선거, 지방자치단체장 선거에서 유효 투표 총수의 10% 이상을 득표한 후보자 ▷언론기관이 선거기간 개시일 전 30일부터 선거기간 개시일 전일까지 실시'공표한 여론조사에서 평균 지지율이 5% 이상인 후보자만 해당된다. 이 중 한 가지 요건만 해당하면 TV 토론회 출연이 가능한데 새롭게 등장한 정치 신인은 언론사 여론조사 결과가 없으면 TV 토론회 참가가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다.

일부 언론기관이 공식 선거기간 전인 28일까지 여론조사 결과를 내놓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그것도 박빙 지역이나 접전 지역에만 해당돼 상대적으로 관심이 적은 지역구의 정치 신인은 이러저러한 이유로 TV에 얼굴조차 내밀 수 없게 됐다.

또 대구의 '특별한' 정치구도도 정치 신인의 입을 막는 데 일조하고 있다. '새누리당세가 너무 강하고 야당의 당세가 상대적으로 너무 약하다'는 것이다. 모든 선수가 링 위에 올라도 '새누리당 선수'가 준비되지 않으면 선거구도가 잡히지 않게 된다. 새누리당 후보가 정해지지 않은 상황에서 언론사가 여론조사를 실시하지 못한 결정적 이유가 있다.

이 문제를 해결할 방법은 TV 토론회 초청 대상 후보자가 합의해 초청받지 않은 후보자를 토론회에 참여시키는 것이다. 하지만 실현 가능성은 제로에 가깝다. 현재까지 이런 '아량'을 베푼 새누리당 후보는 단 한 명도 없다.

법적으로 여론조사 5% 룰을 정한 것은 효율적인 토론을 위해 후보 난립을 막겠다는 취지였다. 하지만 새누리당이 늑장 공천한 탓에 선거구도가 너무 늦게 잡혔고, 특히 이번 총선에서는 새누리당이 유력 무소속 후보와의 토론을 거부하거나 불가능하게 하는 장치로 악용하고 있다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서상현기자 subo801@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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