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김재호 판사 기소청탁 파헤치겟다더니… 슬며시 꼬리내리는 경찰

관련자 모두 무혐의 결론 검찰에 불기소 송치 방침

새누리당 나경원 전 의원의 남편 김재호 서울동부지법 부장판사의 기소청탁 의혹 사건을 수사 중인 경찰이 관련자들에 대해 모두 무혐의 결론짓고 검찰에 불기소 의견으로 송치할 방침이어서 '법'검에 한없이 무기력한 경찰'이라는 비난이 쇄도하고 있다.

서울경찰청은 27일 나 전 의원과 김 판사, 기소청탁 의혹을 제기한 '시사인'의 주진우 기자에 대해 혐의가 없는 것으로 결론짓고 이번 주 내 검찰에 불기소 의견으로 송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경찰 관계자는 "기소청탁 의혹을 제기한 주 기자나 이를 반박하는 보도자료를 낸 나 전 의원 측 모두 허위사실을 공표하고 명예를 훼손했다는 혐의를 인정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경찰은 이달 9일 김 판사와 김 판사로부터 기소청탁을 받았다는 박은정 인천지검 부천지청 검사, 박 검사로부터 사건을 넘겨받은 최영운 대구지검 김천지청 부장검사 등 3명을 소환해 대질하겠다고 밝혔지만 보름 만에 꼬리를 내린 것.

한 시민은 "경찰이 3명의 판'검사를 소환하지 못한 채 모두 서면이나 전화로만 조사하고 조현오 경찰청장까지 나서 '법 앞에 만인이 평등하다는 것을 보여주라'고 지시했는데, 서둘러 이번 사건을 덮으려 하는 저의를 모르겠다"고 꼬집었다.

대구의 한 경찰은 "최근 경찰의 검사 고소 사건을 맡은 대구 경찰도 사기가 한풀 꺾일 수밖에 없다. 참고인 신분인 박 검사와 최 검사를 강제로 부르기가 쉽지 않겠지만 소환조사 대신 서면 진술로만 수사를 한 것은 법'검에 무기력한 경찰상을 보이는 꼴"이라고 아쉬워했다.

경찰은 그동안 김 판사에게 세 차례 출석 요구를 했지만 김 판사는 모두 불응했으며 25일 서면 진술서를 보냈다. 경찰에 따르면 김 판사의 진술서에는 '오래전 일이라 잘 기억나지 않는다. 박은정 검사에게 전화를 했다면, 인터넷에 게시된 부인에 대한 비방 글을 삭제하도록 해달라는 내용이었던 것으로 짐작된다'는 취지의 진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동안 나 전 의원은 경찰 조사에서 "남편(김 판사)은 2005년 당시 해외 연수를 떠나 있었기 때문에 박은정 검사에게 청탁전화를 했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며 주장했다.

이에 대해 서울경찰청 한 관계자는 "김판사가 '기소청탁은 하지 않았다'고 밝힌 만큼 김 판사에게 주 기자에 대한 명예훼손 혐의를 적용하지는 않을 방침이다. 소환에 불응한 박 검사나 주 기자에 대해서도 더 이상 출석을 요구하지 않고 사건을 마무리하기로 했다"고 해명했다.

정욱진기자 penchok@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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