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역사 속의 인물] 노예에서 전쟁 영웅으로, 윌리엄 카니

"우린 노예로 도망쳤지만 군인으로 돌아왔다."

남북전쟁 때 군인으로서 가장 큰 영예인 의회 명예훈장(메달 오브 아너)을 받은 도망자 노예가 있었다. 윌리엄 카니(1840~1908) 상사였다.

그는 1840년 오늘, 버지니아 주에서 태어난 노예였지만 가족과 함께 북부 매사추세츠 주로 탈주했다. 선원으로 일하다 남북전쟁이 발발하자 1863년 최초의 흑인 군대인 '매사추세츠 54연대'에 자원입대했다. 오합지졸인 흑인 군대가 강병으로 바뀌는 눈물겨운 과정은 영화 '영광의 깃발'(1989년 작'원제 Glory)에 잘 묘사돼 있다. 배우 모건 프리먼이 카니 역을 했다.

54연대는 우여곡절 끝에 와그너 요새를 공격하는 첫 전투에 투입됐다. 그는 포화 속에서 4차례 부상을 당하면서도 군기를 끝까지 지키며 분전했지만 요새 점령에는 실패했다. 그는 부상으로 신음하면서 부대원들에게 "나는 내 임무를 다했다. 군기를 절대 땅에 떨어뜨리지 않았다"고 했다. 마치 영화 대사 같은 멘트다. 전쟁 후 우체부로 일하던 그가 뒤늦게 명예훈장을 받은 것은 37년 뒤인 1900년이다. 흑인 18만 명이 북군으로 참전해 피를 흘렸지만, 그들의 사회적 지위는 크게 나아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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