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경제칼럼] 지역 여론조사 기관·전문가 육성을

4·11 국회의원 선거가 이제 얼마 남지 않았다. 그동안 지역구 단위로 수많은 여론조사가 실시되었으며 그 결과를 토대로 각 당의 후보들이 결정되었다.

잘 알려진 대로 과거 총선에서 여론조사를 통한 당선자 예측은 그 부정확성 때문에 많은 비판을 받은 바 있다. 이러한 부정확한 예측의 원인은 크게 세 가지로 생각된다.

첫 번째, 여론조사에 사용된 표본의 대표성 부족이다. 즉 여론조사를 위하여 표본을 추출하였으나 추출된 표본이 선거에 참여한 유권자들의 표심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했던 것으로 보인다.

표본의 대표성을 확보하기 위해 주로 사용되는 기법은 전화여론조사 방법이다. 예전에는 전화번호부에 등록된 가구 응답자를 대상으로 조사를 하였으나 상당수 비중의 미등록 가구 응답자가 제외된다는 단점 때문에 최근에는 집 전화 RDD(random digit dialing:임의번호 걸기)가 사용되고 있으며 이를 통해 집전화 가구 응답자의 70~80%를 조사대상에 포함시킬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이 방법도 집 전화 없이 휴대전화만 사용하는 응답자, 외부 활동이 많고 귀가시간이 늦은 저연령층 응답자, 인터넷 전화(070) 사용자 등이 조사대상에서 제외되며 이런 이유로 인해 보수층에 편향된 여론조사 결과를 낳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집전화 RDD를 보완하기 위해서 휴대전화 RDD 조사가 대안으로 고려되고 있으나 휴대전화 RDD는 반대로 진보층에 편향된 여론조사 결과를 낳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흥미로운 점은 현재 여론조사를 위해 새누리당은 집전화 RDD를, 민주통합당은 휴대전화 RDD를 선호하고 있다는 점이다.

두 번째, 시간의 흐름에 따른 여론의 역동적인 변화이다. 이는 인터넷, SNS 등 통신 미디어의 발달에 따른 당연한 결과이다. 현재 선거 관련 여론조사는 선거 1주일 전부터 발표가 금지되고 있는데 1주일 전의 여론조사와 최종 선거 결과가 다르게 나오는 것이 이제는 더 이상 놀라운 일이 아니다.

시간의 흐름에 따른 여론 변화의 정확한 예측을 위한 최선의 해결책은 출구조사이다. 출구조사는 선거를 마치고 나오는 유권자를 대상으로 표본을 추출하는 만큼 전화 표본조사에 비해 역동적인 변화를 훨씬 더 잘 파악할 수 있다. 그러나 이 경우에도 마지막 두 시간의 투표자들이 제외되거나, 투표자들이 제대로 응답하지 않는 등의 문제가 있다.

이번 총선에서 공중파 방송 등 대부분의 언론기관이 예측의 정확성을 높이기 위해 많은 비용을 들여 모든 지역구에 대해 출구조사를 계획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과거에는 경합지역에 한해 출구조사가 실시되었다.

세 번째, 여론조사를 담당하는 전문기관들이 대부분 서울에 집중되어 있어 지역 유권자에 관한 세밀한 정보의 부족이다. 선거구마다 투표소가 40~80곳이며 같은 선거구 안에서도 투표소마다 여론 편차가 심한 경우가 많은데 이러한 정보는 지역 전문 조사기관이 아니면 구체적으로 알기 어렵다. 서울에 있는 여론조사 전문기관들이 전국 곳곳에서 벌어지는 변화를 손금을 보듯 들여다볼 수는 없는 일이다. 지역에 관한 세밀한 정보의 부족으로 인해 발생하는 부정확한 예측은 결국 해당 지역의 조사기관 및 전문가 육성으로 해결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전화여론조작도 해당 지역을 잘 아는 전문조사기관이 공정하게 조사를 했다면 어느 정도 방지가 가능했을 것이다.

대구경북의 경우 소수의 여론조사 전문기관들이 있으나 서울의 여론조사 전문기관들에 비해 기술력, 정보력 등이 뒤떨어지고 있어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것으로 보인다. 지역기반의 경쟁력 있는 여론조사 전문기관은 총선 예측뿐만 아니라 지역의 객관적이고 창의적인 다양한 정책 개발을 위해서도 반드시 필요하다. 지역 여론조사를 비롯하여 대부분의 통계자료를 외부에 의존하여 수집 분석하는 경우 원천 데이터 확보 미비, 지역 정보의 세밀성 결여 등으로 인해 지자체 정책의 성공적 개발, 수행, 감독, 평가 등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통계자료를 정확하게 수집 분석 관리 예측하는 능력이 지자체 경영의 성공과 실패를 좌우하는 중요한 요인이다. 통계를 뜻하는 영어 단어 Statistics의 어원이 국가를 뜻하는 State와 동일하다는 점에서도 이는 구체적으로 확인된다.

김태윤/계명대학교 통계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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