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중국 세법 모르면 투자·거래 때 불이익당하죠"

"우리가 회계나 세무 업무와 관련해 흔히 쓰는 '減價償却費'(감가상각비)를 중국인들에게 번자체나 간자체로 써서 보여줘도 그들은 이 말을 모릅니다. 중국어로 '折舊'(절구)로 쓰거나 '져지우'라고 말해야만 알아듣습니다."

한'중 수교 20년째인 올해 중국은 한국의 최대 교역국이 됐지만 중국어 전공자는 물론 특정 분야 전문가는 여전히 모자란다. 중국사회과학원에서 4년(2005~2008년) 간 유학한 공인회계사 김준호(46'사진) 씨가 회계법인 동료 4명과 함께 1천여 쪽이 넘는 '최신 중국세법실무'란 책을 출간했다. 김 씨는 중국 유학 경험을 바탕으로 내용의 약 70%를 책임 집필했다.

"중국은 현재 급격한 경제발전과 더불어 세법을 현실에 맞게 대대적으로 개정하고 있는데 이런 변화를 제때 파악하지 않으면 한국 측 투자자나 무역거래자들이 고스란히 불이익을 떠안을 수밖에 없습니다."

김 씨가 책을 쓴 계기는 유학시절 중소기업진흥공단의 현지기업 컨설팅 지원업무를 하면서 겪은 황당한(?) 일 때문. 중국 현지공장을 갖춘 한국의 한 제조업체의 자산부채표를 검토하던 김 씨는 서류에 제품 재고가 하나도 없는 점이 이상해서 중국인 직원에게 물었다. 그 직원은 "중국에선 제품을 생산하면 증치세(增値稅'우리나라 부가가치세에 해당)를 내야 하니 서류상 제품 재고를 계상하지 않는다"고 했다. 김 씨는 중국 직원에게 중국세법을 보여주며 "본래 부가가치세는 재화가 거래될 때만 부가되는 세금이 아니냐"고 따졌지만 그 직원은 "모르면 가만히 있어라"는 식의 대답만 했다.

"중국에선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려 들지 않는 특유의 태도가 만연합니다. 이래선 안 되겠다 싶어 중국세법에 대한 책을 써서 한국기업들에게 도움을 주고 싶었습니다."

3년(2008~2011년)에 걸쳐 집필한 책은 중국의 각종 회계와 세법 관련 용어부터 다양한 세법서식을 중국과 우리말로 동시 게재해 한눈에 쉽게 알아보도록 했다. 부록엔 중국의 5대 세법과 한'중 조세협정 대조표를 실어 중국 진출회사나 진출 모색 회사들에 도움이 되도록 꾸몄다.

김 씨는 41세의 적잖은 나이에 중국 유학길에 올랐다. 2001년 우연히 상하이에 갔다가 고급 호텔 프론트에서도 영어가 통하지 않아 늦깎이 중국어 공부를 시작했다. 그런 뒤 어학 공부와 회계실무를 접목시켜 볼 마음에 중국 유학을 떠났다.

"중국에선 '법이 곧 진리'입니다. 관련 법을 모르면 억지스런 일을 당할 수밖에 없습니다. 아무쪼록 이 책이 국내 투자자 및 회사들이 손해를 막는 방패가 되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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