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이별요구 앙심 대낮 여친 얼굴에 빙초산 테러

눈에 화상 입히고 도주

"피해 여성은 오른쪽 눈을 제대로 뜨지 못했고, 왼쪽 이마에 피가 고여 있었어요. 비상등을 켠 채 정신없이 차를 몰아 병원으로 달렸지요."

27일 오후 4시쯤 대구 동구 동대구역 택시승강장에서 택시기사 이모 씨의 차에 B(31'여) 씨가 얼굴이 벌겋게 달아오른 채 급하게 올랐다. 이 씨는 "황급히 택시에 오른 여성에게서 역한 냄새가 심하게 났다. 병원 의사는 렌즈가 녹을 정도로 빙초산이 독했고, 심하면 실명에까지 이를 수 있었다고 했다"며 급박했던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한 40대 남성이 자신을 만나주지 않는다는 이유로 평소 알고 지내던 여성에게 대낮에 우유팩에 든 빙초산을 얼굴에 뿌리고 도주했다.

대구 동부경찰서는 27일 오후 4시쯤 동대구역 광장 벤치에서 A(48) 씨가 B씨와 다투던 중 미리 갖고 있던 빙초산을 뿌리고 달아났다고 밝혔다. 얼굴에 화상을 입은 B씨는 사고 직후 택시로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았다. 경찰 관계자는 "B씨의 화상 정도는 심하지 않았고 27일 밤 자신의 거주지인 경남으로 내려갔다"고 말했다. 경찰은 달아난 A씨를 쫓고 있다.

경찰 조사결과 A씨와 미혼이었던 B씨는 10여 년 전 친구의 소개로 만났다. 뚜렷한 직업이 없던 A씨는 5년 전 이혼했고, 지금은 홀로 지내고 있다. 두 사람은 잘못된 만남이었지만 관계를 청산하지 못했다. 하지만 B씨는 지난해 결혼하면서 A씨와의 관계를 끝냈다.

이날은 B씨의 생일이었다. A씨는 "마지막이다. 생일 파티를 열어주겠다"며 만날 것을 요구했고, A씨의 마지막이라는 말을 믿은 B씨는 A씨가 사는 대구로 이날 오후 올라왔다. 하지만 두 사람은 만나자마자 티격태격 싸웠고, 격분한 A씨는 미리 준비했던 빙초산을 B씨에게 뿌린 후 도주했다.

경찰은 달아난 A씨를 쫓고 있다. 이창환기자 lc156@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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