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시장 주변 도로 사용 '商-商 갈등'

"노점 철거해 시설현대화를" "비켜나면 당장 살길 막막" 점포 노

26일 오후 대구 중구 번개시장 상가 건물의 한 점포에서 상인들이 노점이 있는 시장 북쪽 도로 쪽 벽을 허물고 통로 확보 공사를 하고 있다. 성일권기자
26일 오후 대구 중구 번개시장 상가 건물의 한 점포에서 상인들이 노점이 있는 시장 북쪽 도로 쪽 벽을 허물고 통로 확보 공사를 하고 있다. 성일권기자

전통시장 주변 도로 사용을 두고 상가 점포 상인들과 노점상들간 갈등이 곳곳에서 불거지고 있다.

대구 달서구 상인동 대동시장은 노점상이 들어선 도로 활용을 두고 점포 상인들과 노점상들이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시장 활성화를 위해 노점을 철거하고 주차장 조성을 해야한다는 점포 상인들의 요구에 대해 노점상들은 20여 년 지켜온 삶의 터전을 내줄 수 없다며 반발하고 있다.

27일 대동시장 상가 건물 주변 도로에는 노점 50여 곳이 6m 넓이의 도로 양편을 차지하고 있었는데 문을 열지 않은 노점 앞에는 승용차들이 주차돼 차량 소통이 어려웠다.

점포 상인들은 수시로 영업을 않는 노점들이 도로를 차지해 심각한 주차난을 겪고 있다고 주장했다. 시장상인회 조영복(55) 회장은 "시장이 활성화되려면 손님들의 편의를 위해 주차장을 확보해야 한다"며 "50여 노점 중 20여 곳만 실제 영업을 하고 있어 노점을 철거한 뒤 노상 주차장을 만들면 영업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상인회 측은 노점을 모두 철거할 경우 차량 50여 대를 주차할 수 있는 공간이 확보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대해 노점상들은 노점이 유일한 생계수단인 상황에서 빈 손으로 떠날 수 없다며 반발하고 있다. 노점상들의 모임인 대동시장 번영회 관계자는 "노점 때문에 시장 손님도 늘고 상가에도 도움이 많이 되는데 일방적으로 떠나라는 것은 받아들일 수 없다. 상생하기 위해 일부 노점은 철거하겠다는 의견까지 냈지만 점포 상인들이 받아들이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대구 중구 태평로1가 번개시장도 상가 건물주들과 건물에 붙어 장사를 하는 노점상들 간에 마찰이 일고 있다. 건물주들이 북쪽 도로와 맞닿은 외벽에 입구를 내려하자 벽에 붙어 장사를 하던 노점들이 물러날 수 없다며 맞서고 있는 것. 일부 건물주들은 20일부터 시장 북쪽 도로 쪽 벽을 허물고 통로를 확보하는 공사에 들어갔다. 상인들에 따르면 번개시장 상가 건물 북편에서 장사를 하는 노점상은 130여 명이다. 이들은 중구청에 도로점용 허가를 신청했지만 상가 건물주들의 재산권을 침해하고 도로 통행에 지장을 준다는 이유로 반려됐다.

상가 건물주들은 시장 안전과 영업 활성화를 위해 노점상들이 비켜나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곳 상인 김모(39) 씨는 "좁은 도로를 소방도로 기준에 맞게 확보하고 노점상들이 마구잡이로 설치한 전기선, 냉장고 등을 철거해 화재 원인을 없애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반면 노점들이 회원인 번개시장상인회 허애자 회장은 "노점들은 비켜나면 당장 먹고 살수 없게 된다. 중구청이 대책을 마련해줘야 한다"고 반발했다.

상황이 이런 데도 도로 관리와 갈등을 중재해야 할 구청은 "노점상과 상인들이 합의하라"며 뒷짐만 지고 있다. 대구 중구청 관계자는 "건물주들과 노점들이 주장하는 건물과 도로의 경계가 서로 다르다"며 "도로 사용 여부는 양측이 합의해야 한다"고 해명했다.

장성현기자 jacksoul@msnet.co.kr

황희진기자 hhj@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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