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 인체공학

채광을 위한 창의 크기는 방바닥 면적의 약 7분의 1이 적당하다고 한다. 실제 집을 지을 때 채광창의 크기를 어느 정도로 할 것인지는 법률로 정하고 있어 그 범위 내에서 해야 한다. 또 창을 어느 방향으로 낼 것인지도 중요한 문제다. 창의 방위는 거주자의 심리 상태나 신체 리듬 등에 많은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창문이 남쪽이나 서쪽으로 난 방은 밝기 때문에 활동성은 뛰어나지만 집중력을 떨어뜨리는 단점이 있다고 한다. 신체 리듬을 안정적으로 유지해 주는 동쪽 창은 공부방 용도로, 밝기의 변화가 없는 북창은 사무실 공간에 적합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진주를 고를 때는 북쪽 창문이 있는 방이 좋다'는 말도 빛의 방해가 없는 북창이 심리 상태를 침착하게 만드는 등 안정된 환경을 제공해 주는 특성이 있어서다.

이처럼 빛이나 소음, 색깔, 공간 크기 등은 인간 심리에 큰 영향을 미치는 요소다. 하지만 우리 생활 주변에서 이런 요소들을 고려하지 않은 채 관행이나 습관적으로 이뤄지는 경우가 많다. 차량 경적과 구급차'순찰차의 사이렌이 대표적인 예다. 경적은 지정된 구간이나 위급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울릴 수 없도록 법으로 규정하고 있지만 마구잡이로 울리는 경적 때문에 많은 운전자들이 스트레스를 느낀다. '웽웽웽' 하는 구급차의 경음도 불안감을 주기에 충분하다. 반면 '삐뽀삐뽀' 소리를 내는 유럽 각국의 구급차 경음과 비교해 보는 것도 의미 있는 일이다.

국토해양부가 7월부터 신축 아파트와 빌딩 주차장, 야외 주차장의 주차면 크기를 20㎝ 더 넓힌 대형차 주차면을 30% 이상 설치하도록 의무화했다. 현행 시행규칙의 최소 주차 너비 기준을 2.3m에서 2.5m로 확대한 것이다. 주차면 크기를 키울 경우 3%의 추가 비용 부담이 있지만 주차 불편을 줄일 수 있다는 점에서 적절한 제도 개선이라 할 수 있다.

우리나라 전체 주택에서 아파트가 차지하는 비중이 지난해 기준으로 60%에 달한다. 많은 아파트 거주자들이 좁은 주차면 때문에 스트레스를 느낀다는 조사 결과도 있다. 한 건설회사가 주차면 크기를 10㎝ 더 넓힌 아파트를 분양해 호응을 얻은 것도 이 점을 고려한 것이다. 생활 속의 불편들을 제도적으로 해소함으로써 얻는 심리적 여유와 사회적 효과는 크다. 소음이나 공간 크기가 인체에 주는 영향에 대해 보다 깊은 연구가 이뤄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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