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데스크칼럼] 경기조작 근절 대책은?

경기조작 파문이 스포츠계를 강타했다. 대중 스포츠인 프로축구와 프로야구, 프로배구 선수들이 경기조작을 한 사실이 드러나 죗값을 받은 것이다. 프로 스포츠 경기조작은 이를 수사한 대구지검이 최근 수사를 마무리해 일단 수면 아래로 들어간 상태다. 더 이상의 경기조작이 없었기를 바라지만 사건을 주도한 전주와 브로커의 말에 따라 다시 사건화될 여지는 남아 있는 듯하다.

그런데 경기조작에 가담한 몇몇 프로 선수들의 거짓말 행보가 아이러니하다. 이미 앞선 경기조작 파문으로 온 나라가 시끄러운 상황에서 아무렇지도 않게 경기조작에 가담하고, 금방 들통날 거짓말을 왜 했는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프로야구 A선수. 26세로 장래가 촉망되는 투수였다. 지난해 13승을 거둔 것만으로도 돈방석에 앉을 토대를 마련했다.

그는 검찰의 소환 수사를 받기 전까지 일관되게 경기조작 연루 사실을 강하게 부인했다. 경기조작 사실을 확인하는 기자들 앞에서 밝게 웃기도 했다.

그런 그가 검찰 수사를 받자마자 한나절을 넘기지 못하고 경기조작 사실을 시인했다고 한다. 그는 또 불구속 상태에서 모 언론사 기자를 만나 경기조작 전말을 밝혔는데, 자신보다 먼저 경기조작에 가담했다 브로커의 협박을 받은 후배 B선수를 돕기 위해 가담했다는 것이다. B선수는 한 차례 경기조작에 가담해 돈을 받았고, 두 번째 경기조작에 실패하면서 브로커의 협박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리고 A선수는 경기조작에 가담하고 브로커로부터 받은 돈으로 B선수를 도왔다고 했다.

프로축구 C선수. 국가대표까지 지낸 그는 A선수 이상의 튀는 행보로 세상 사람들을 어리둥절케 했다. 2010년 6월 두 차례 프로축구 경기조작에 가담하고, 선수를 섭외한 혐의로 올 2월 징역 6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은 그는 거짓말과 위선적인 행동으로 일관했다. 경기조작 연루설이 나돌자 기자회견을 자청해 자신의 무죄를 외쳤고, 혐의 사실이 구체적으로 알려지자 자진 신고하는 뻔뻔한 태도를 보였다. 이어 대한축구협회의 영구 제명 징계를 받자 마케도니아로 도주, 그곳 프로팀의 테스트를 받으며 선수 생활을 계속하려고 했다. 결국 그는 '대한축구협회의 영구 제명 징계가 전 세계적으로 유효하다'는 국제축구연맹(FIFA)의 제재에 따라 더 이상 국민들을 우롱하는 행동을 하지 못하게 됐다.

스포츠맨십, 즉 공정함을 바탕으로 하는 스포츠계에서 어떻게 이런 선수들이 발생했을까? 이들이 죄의식 없는 행동을 자연스레 한 것은 제대로 교육받지 못했기 때문이다. 어릴 때부터 공부를 등한시하고 운동 기계를 만드는 잘못된 운동부 운영 시스템이 그 잘못된 시발점이다. 또한 비리로 만연한 우리나라의 잘못된 사회적 풍토가 스포츠계에도 깊이 물들어 있기 때문이다.

경기조작 파문 후 각종 사후약방문이 쏟아졌는데, 정부와 프로 스포츠계가 낸 대책은 '영구 제명' '무관용 원칙' 등 하나같이 경고성 문구로 가득 차 있다. 당연히 훌륭한 대안은 아닌 듯하다. 경기조작 행위를 근절하기 위해서는 운동선수에 대한 근본적인 예방 대책이 필요하다. 운동부 지도자나 학부모들은 운동 실력 이상으로 인성의 중요성을 자각하고, 이를 가르쳐야 한다. 많은 운동선수들을 취재하면서 인성을 갖추지 못한 선수가 대스타로 성장하는 것을 잘 보지 못했다. 반짝 스타로 사라진 선수들의 경우 실력이 아니라 인성에 문제가 있었다.

또한 운동선수들이 학교생활을 등한시하지 않도록 잘못된 시스템을 뜯어고쳐야 한다. 수년 전부터 검도, 축구, 야구 등 여러 종목에서 공부를 병행하는 운동선수를 만들기 위한 노력이 시행되고 있지만 일부에서는 여전히 수업을 빼먹는 편법이 난무하고 있다. 이름을 날리는 대스타를 만드는 것도 좋지만 사회적 문제아를 만들지 않는 것이 더 중요하다.

이와 함께 프로 스포츠계는 선수들을 대상으로 사회 재교육을 해야 한다. 프로에 입문하는 선수들을 한곳에 모아 프로가 무엇인지를 가르쳐야 한다. 프로 선수는 대중 스타로 큰 인기를 누리며 엄청난 돈을 벌 수 있지만, 사회적으로 인정받는 공인이 되는 만큼 그에 따른 책무를 져야 한다. 대중의 절대적 신뢰 속에는 공인으로서의 책임을 다할 것이란 믿음이 깔려 있음을 프로 선수는 한시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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