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유통 대기업, 대구가 그리 만만했나

매출액 1조 가까이 낮춰 자료 제출…대구市만 몰라

대구시의 유통대기업 지역 기여도(2011년 기준) 조사가 엉터리로 드러났다.

유통대기업들은 실제 금액보다 훨씬 축소된 매출액을 시에 제출하고, 시는 축소된 매출액을 그대로 인용해 신뢰할 수 없는 조사 결과가 나온 것.

이로 인해 지역 기여도 실적 공개를 통해 유통대기업들의 지역 기여 강화를 유도해 나가겠다는 당초 취지가 무색해지고 있다는 비난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엉터리 매출액 조사

대구시가 28일 언론에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롯데, 이마트, 홈플러스, 현대백화점, 이랜드리테일, 코스트코홀세일 등 대구에 진출해 있는 유통대기업들이 2011년 지역에서 거둬 들인 돈은 2조5천76억원으로 지난해 2조5천913억원과 비교해 837억원이나 줄어든 것으로 집계됐다.

지역 유통계는 어처구니가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지난해 대구에는 현대백화점과 홈플러스 2개점이 동시에 개장했고, 2010년 7월 개점한 롯데아울렛이 본격 영업에 뛰어들면서 사상 최대 매출을 기록했기 때문이다.

실제 통계청 조사에 따르면 2011년 대구 지역 대형소매점 판매액은 3조4천144억원으로 2010년 2조9천310억원에 비해 4천834억원이나 증가했다.

반면 시 자료에서 유통대기업별 2011년 매출액은 롯데백화점 4천164억원(-2천170억원), 이마트 5천975억원(-1천151억원), 홈플러스 4천921억원(-840억원), 이랜드리테일(-300억원), 코스트코홀세일(-110억원) 등으로 2010년 대비 수백억원에서 수천억원씩 감소했다.

유통계는 "유통계 종사자가 아니더라도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수치다. 대기업들이 매출액을 고의로 낮췄다고 볼 수밖에 없다"며 "시가 엉터리 매출액에 놀아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유통대기업 관계자는 "시가 매출액 대비 지역 기여도가 낮으면 행정 압박이 불가피하다고 해 실적을 축소해 제출했다"며 "매출액을 제외한 조사에는 성실하게 임했다"고 털어놨다.

시는 이 같은 축소 매출액을 근거로 매출액 대비 유통대기업들의 지역 생산제품 매입 비율이 2010년 대비 4.3% 증가했다는 엉터리 결과를 내놨다.

시는 "유통대기업들이 매출액을 축소 제출할 것이라고는 미처 생각지 못했다"며 "재조사를 통해 정확한 매출액을 파악하겠다"고 해명했다.

◆지역 기여도 낙제점

매출액 축소에도 불구하고 지역 내 유통대기업의 지역 기여도는 수준 이하인 것으로 나타났다.

유통대기업들이 성실하게 임했다는 지역금융 이용, 용역발주, 지역민 고용창출, 지역상품 판로제공, 지역업체 입점, 영업이익 사회환원, 물가안정 추진 실적 등 나머지 7개 분야의 지역 기여도 조사에서도 낙제점 수준의 결과가 나왔다.

평균 잔고 기준으로 롯데마트, 롯데아울렛, 코스트코홀세일의 지역은행 예치 금액은 0원으로 역외 자금 유출 구조가 심각했다. 이마트(15억원) 롯데백화점(20억원) 현대백화점(25억원) 역시 마찬가지였다.

이마트는 용역서비스 지역발주가 0%로 나타났다. 시는 수차례 개선을 요청했으나 이마트는 본사 일괄발주를 고집하고 있다.

또 홈플러스와 롯데아울렛에는 지역업체 입점이 전무했고, 코스트코홀세일 롯데마트 롯데아울렛은 판로 제공을 위한 지역상품기획전을 연중 단 차례도 열지 않았다.

대구시는 "29일 유통업상생발전협의회를 통해 지역 기여도가 미흡한 분야에 대해 대기업 유통업체의 적극적 협조를 요청할 계획"이라며 "앞으로 실질적이고 지속가능한 상생 협력방안을 이끌어 내겠다"고 밝혔다.

이상준기자 all4you@msnet.co.kr

임상준기자 news@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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