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올림픽 본선 7회 연속 진출에 성공한 올림픽 축구대표팀은 20년간 아시아 최종 예선에서 한 번도 패하지 않은 기록을 갖고 있다. 1992년 1월 이후 29경기에서 21승 8무의 경이로운 성적을 거뒀다. 한국 올림픽 축구가 가장 치열한 단계의 예선에서 난공불락의 경기력을 선보이는 동안 숱한 상대팀들은 좌절감을 곱씹어야 했다. 대구의 국회의원 선거에서 새누리당의 벽을 넘지 못하는 민주통합당의 심정도 그러할 것이다.
민주통합당은 과거 다른 당명 시절부터 거슬러 올라가 1988년 13대 총선 이후 대구에서 단 한 명의 국회의원도 배출하지 못했다. 14대 총선의 통일국민당, 15대 총선의 자민련이 대구에서 돌풍을 일으키기도 했지만 양대 정당만을 따져 봤을 때 과거 정당 시절부터 민주통합당은 대구에서 새누리당의 적수가 되지 못했다. 한국 축구가 다른 국가들의 올림픽 본선 진출을 틀어막는 기간보다 더 오랫동안 민주통합당은 대구에서 실패만 거듭했다.
새누리당의 전신인 한나라당 이전 시절부터 대구에서는 깃발만 꽂으면 당선이 보장되다 보니 정치권은 대구를 소홀히 대했다. 새누리당은 지역에 공을 들이지 않아도 되었고 민주통합당은 아예 공들일 엄두조차 내지 못했다. 대구의 지식인들이 19대 4'11 총선을 맞아 특정 정당의 독점 구조를 깨야 한다는 시국 선언을 한 것도 이러한 정치 현실을 우려했기 때문이다.
그러한 현상은 여전하다. 최근 일부 여론조사에서 이름도 들어보지 못한 대구의 새누리당 후보들이 상당한 격차로 앞서지만 새누리당 공천에서 탈락한 현역 의원 출신 후보들의 지지율은 높지 않다. 이는 현역 의원들이라 하더라도 새누리당에서 배제되는 순간 미약한 처지로 전락하며 인물보다 정당을 선택하는 '묻지 마'식 경향이 공고함을 나타낸다.
대구 새누리당 후보들의 지지율이 높은 것은 그들이 예뻐서 그런 것이 아니라 박근혜 새누리당 중앙선거대책위원장의 존재감 때문일 것이다. 이번 총선이 올해 말 대통령 선거와 맞물려 있는 만큼 박 위원장을 지지하는 대구의 유권자들이 총선에서 새누리당을 밀어줘야 대선에 나서는 박 위원장에게 힘이 실릴 수 있다고 보는 것일 게다. 그래서 '서울 TK'의 낙하산 공천이라고 말들이 많고 뜬금없이 등장한 새누리당 후보들에 뜨악해하면서도 지지 의사를 보내는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현상들로 말미암아 새누리당의 독점 구조가 깨지기 어려울 것으로 여겨지지만, 가능성이 사라진 것만은 아니다. 최근 실시된 지역의 여론조사는 유선전화만을 대상으로 해 휴대전화를 주로 사용하는 젊은 유권자들의 여론을 제대로 포착하지 못하는 맹점이 있다. 또 대구에서는 새누리당에 반대하는 의사를 표출하기를 꺼리는 유권자들의 성향이 있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공식 선거운동을 막 시작한 만큼 여러 변수도 나올 수 있는 상황이다. 민주통합당과 야권 연대 후보, 다른 야당이나 무소속 후보들이 선전할 수 있는 여지가 아예 없지는 않다.
이번 4'11 총선에서 대구 유권자들의 선택은 다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특정 정당의 독점 구조가 일으키는 폐해를 이미 여러 번 겪었기 때문이다. 대선을 염두에 두고 한 표를 결정하는 유권자들도 많을 것이다. 어떤 기준으로 투표하든 '묻지 마'식 경향에서 탈피해 후보들을 꼼꼼히 살펴보는 것이 중요하다. 막연한 기대 심리나 지금까지의 관성적 투표 행태에서 벗어나 명확한 기준을 세우고 나서 최선, 아니면 차선의 후보를 골라야 한다.
대선과 연계된 이번 총선에서 '정의'의 기준을 적용할 필요가 있다. 경제, 지역 간 양극화가 심화하고 불공정이 좀처럼 개선되지 않는 현실에서 부를 독식하고 골목 상권을 침해하는 재벌을 개혁할 후보를 골라야 한다. 수도권 집중 현상을 개선해 지방 분권을 추구하는 후보를 골라야 한다. 민간인 불법 사찰 등으로 크게 후퇴된 민주적 가치를 되살릴 후보를 골라야 한다. 정당과 후보들의 공약이 비슷해 보이겠지만 삶의 경로와 경력을 잘 살펴야 한다. 여당에 대한 심판적 성격의 총선과 새로운 지도자를 뽑는 미래 지향적 대선이 분리되지 않는 만큼 지역의 유권자들은 냉정한 시선으로 총선 후보들과 대선에 힘을 실어줄 인물의 공과를 헤아려야 한다. 우리나라의 앞날을 결정하고 대구의 현실을 개선할 엄중한 책임이 대구 유권자들의 어깨에 얹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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