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저장성(浙江省) 항저우(杭州)에 가면 꼭 들러야 할 곳이 서호(西湖)다. 서호를 찾은 날 마침 봄비가 부슬부슬 호수 위에 흩날리고 있었다. 서호는 '갠 날보다 비오는 날이 더 아름답다'고 했다. 빗속의 서호는 또다른 매력으로 다가왔다.
유람선을 타고 호수로 나아가니 마치 바다 한가운데 떠 있는 것처럼 착각할 정도다. 볼 끝에는 천 년의 흔적을 담은 바람이 스치고, 가없는 호수는 가슴 속에 작은 고요로 일렁인다.
서호에 가면 사계절의 정취를 한꺼번에 만끽할 수 있다. 봄을 알리는 나무소리, 여름철에 절정을 이루는 연꽃, 호숫가에 은은히 비치는 가을 달빛, 끊어진 다리 위에 쌓인 잔설은 보는 이로 하여금 탄성을 자아내게 한다. 특히 삼담인월(三潭印月)은 허공에 솟은 보름달과 호수에 비낀 달. 인위적으로 생겨난 달빛과 그 빛이 호숫물에 비끼게 될 때쯤 무려 33개의 달을 볼 수 있다.
이런 아름다운 서호를 수많은 문인가객들은 노래했다. 대문호 소동파는 항저우 지부(知府'일급 행정수장)로 일하면서 '서호를 서시와 비교하면, 옅은 화장 짙은 분이라 하면 서로 맞겠네'(欲把西湖比西子, 濃粧淡抹悤相宜)라고 읊었다. 서호라는 이름이 항저우 서쪽의 호수가 아닌 미인 서시(西施)와 견줄 만큼 아름답다고 비유했다.
서호는 그 아름다움 못잖게 진미로도 유명하다. 800년 전 남송(南宋) 때 수도를 임안(臨安'현 항저우)으로 옮기면서 북방 사람들이 이주해왔다. 이로써 요리 또한 남북의 맛이 어우러지게 됐다. 그 대표적인 요리가 서호초어(西湖醋魚)다. 서호 입구에는 서호초어 요리로 유명한 루외루(樓外樓)란 식당이 있다. 이곳에는 유명한 서호초어를 맛보기 위해 매일 관광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주 재료인 초어(草魚)는 육질을 단단하게 하고 비린내를 없애기 위해 사흘간 굶긴 것을 쓴다. 서호초어는 조리법이 간단하기 때문에 칼질은 반드시 7번 하며 물고기를 팔팔 끓는 물에 넣고 3분쯤 데쳐낸다. 단지 짧은 시간에 데쳐내야 하기 때문에 재료의 두께를 고르게 하고 불 세기를 조절하는 게 중요하다. 그 맛은 짭조름한 가운데 감칠맛이 돌고 담백하면서 고소하다. 특히 소흥 황주, 쌀 식초, 간장, 백설탕과 녹말로 만든 양념장이 맛의 비결이다.
소동파가 백성을 위해 만든 동파육(東坡肉)도 유명하다. 동파육은 저장성의 금화양두오(金華兩頭烏)란 돼지고기로 만든다. 네모나게 썬 돼지고기를 파와 생강 위에 얹고 소흥 황주와 간장을 끼얹은 다음 센 불로 끓인다. 끓기 시작하면 냄비 뚜껑을 닫고 약한 불로 다시 끓이는데 관건은 물을 적게 넣고 약한 불로 오래 고아 맛이 우러나도록 한다는 것이다. 얇은 돼지고기 껍질의 아삭한 맛과 적당한 비율의 비계, 깊이 밴 양념 맛이 입안에서 조화를 이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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