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교실 밖 돋보기] - 한국형 '토플' 니트(NEAT)

의사소통 능력 강화 목적…말하기'듣기'읽기'쓰기 평가

입시제도가 바뀐다고 하면 학부모들은 우선 불안하다. 현재 중학교 3학년 아이를 둔 엄마들 마음이 요즘 그렇다. 바로 올 하반기부터 시행되는 국가영어 능력시험(NEAT'National English Ability Test) 때문이다.

한국형 '토플'로 불리는 니트는 이미 2013학년도부터 입시에 반영하는 대학이 있을 정도로 빠르게 확산될 조짐을 보인다. 하지만 수험생이나 학부모들에게 제공되는 정보의 양은 많지 않다. 니트가 과연 어떤 시험이고, 또 어떻게 준비해야 하는지, 수학능력시험을 대체한다는 것이 사실인지 등의 의문이 꼬리에 꼬리를 문다. 이는 아직 시험의 일시나 문제의 난이도 같은 세부적인 계획이 발표되지 않은 탓이 크다.

그런데 교육과학기술부는 왜 기존의 영어평가 대신에 니트라는 평가시험을 개발한 것일까? 무엇보다도 실용영어 교육을 강화해 학생들의 의사소통을 원활히 하겠다는 목표를 설정했기 때문이다. 지금까지의 영어교육은 독해를 중심으로 읽기와 듣기 교육이 주류였다. 따라서 이 같은 교육을 받고 문제풀이에 익숙한 학생들이 의사소통의 실력을 기르는 데는 한계가 있다고 본 것이다.

이에 따라 말하기와 듣기, 읽기, 쓰기 등 4개 영역을 고루 평가하는 시스템을 개발한 것이다. 기존의 수능 외국어 시험 영역과는 달리 니트는 인터넷 기반 시험(IBT'Internet-Based Test)이다. 다시 말하면 말하기와 쓰기를 직접 평가하는 것이 가능해졌다는 것이다. 현재의 수능은 말하기와 쓰기를 제대로 평가하는 것이 불가능했다.

하지만 니트는 직접 마이크에 대고 말을 녹음한다. 또 쓰기도 컴퓨터에 직접 기록하기 때문에 실질적인 평가가 가능하다. 기존 수능에서 이루어졌던 읽기와 듣기도 인터넷 시험의 특성을 살려 위치나 도표정보 찾기 등 클릭형 문항의 평가를 실시할 수 있게 된다. 이는 지금까지의 수능 외국어 영역 시험과는 적지 않은 차이가 난다.

니트는 1급과 2, 3급으로 나눠 시험을 치른다. 1급은 대학생 및 성인 수준이고 2, 3급은 고등학생 수준에 맞춰져 있다. 따라서 수험생들이 수준이나 진로 대학에 따라 2, 3급을 선택해 응시할 수 있다. 이는 2013년부터 이원화해 수준별로 시험을 치르는 언어영역과도 연결된다. 니트 2, 3급은 수능 B, A형과 연계될 수 있기 때문이다.

예컨대 수능 A형은 니트 3급 수준으로 일상생활에 필요한 실용영어 능력을 평가하고 B형은 니트 2급 수준으로 대학수학능력에 필요한 영어 능력을 평가한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니트는 수능과는 달리 외국어 영역 전체 점수가 나오지 않고 영역별로 점수가 나온다. 말하기, 쓰기, 읽기, 듣기 영역별로 A, B, C, F의 등급을 주게 된다. 경우에 따라서는 특정영역의 등급만을 요구하는 대학이 나올 수도 있다.

무엇보다 학부모나 교사, 학생의 관심사는 니트가 수능 외국어 영역을 대체할 것인가이다. 교과부는 여러 가지 문제점을 검토하고 의견수렴 과정을 거쳐 올 하반기에 수능 대체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라고 한다. 만일 니트가 수능의 외국어 영역을 대체하기로 결정된다면 지금 중 3학년이 대학 입학시험을 치르는 2016년부터 적용된다.

하지만 니트의 수능 대체 등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인터넷을 통해 수만 명이 한꺼번에 시험을 치르는 니트의 특성상 자칫 기계적 오류가 생긴다면 큰 혼란이 발생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또 학생들의 학습 부담이 늘고 어렸을 때부터 영어를 익히기 위한 사교육이 늘어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니트가 이른바 스펙 쌓기 경쟁의 제물이 된다면 학부모의 부담 증가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 문제다. 예를 들어 말하기의 경우 어학연수를 다녀온 학생이 아무래도 유리하지 않겠느냐는 시각이다. 물론 EBS 프로그램과 공교육을 연계한다고 하니 세부적인 방안이 나와 봐야 보다 정확한 판단이 가능할 것이다. 그렇더라도 니트의 도입이 학생들에게 영어교육의 흥미와 의사소통이라는 두 마리의 토기를 안겨 준다면 얼마간의 걱정에 비길까.

송은경(와이즈만영재교육 중부센터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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