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딱히 볼만한 작품 없을 때…예술영화 한 편 어때요

★달팽이의 별

청각·시각 장애자인 남편과 척추장애 부인의 아름다운 사랑

★로맨스 조

다방아가씨가 전한 러브스토리 잊었던 첫사랑을 떠올리는데…

★홈 스위트 홈

집 잃을 위기로 위장이혼 남자 고시원 여고생과 불안한 만남

★핑크

슬픔이 모여 생긴 작은섬 '핑크' 소외당한 이의 아픔과 상처 그려

정신없이 새해를 맞이하여 설 명절을 보내고 2012년의 1분기가 막 끝나가고 있는 요즘, 극장을 찾기가 조금은 망설여진다. 극장가의 본격적인 비수기가 찾아왔기 때문이다. 주말에 볼 영화를 고르려고 해도 다 고만고만한 것 같고, 배급사들은 연이어 개봉 대기 중이던 애매한 작품들을 극장으로 보내고 있다. 이럴 때 평소에 보던 영화들과 다른 영화 한 편을 관람하면 어떨까?

최근 화제의 국내 예술영화들이 잇달아 개봉했기 때문에 프로그램도 풍성하고 예술영화관을 찾아가는 것이 귀찮은 관객들을 위해 IPTV나 인터넷상영관에서 극장과 동시 개봉하는 작품들도 여럿 있다.

먼저 소개할 작품은 '암스테르담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에서 대상을 받은 '달팽이의 별'이다. 이 영화는 눈과 귀 모두 장애를 가진 남편과 척추장애로 다른 사람들보다 몸이 작은 아내의 생활을 다룬다. 보이지 않는 눈과 들리지 않는 귀를 가졌기 때문에 달팽이처럼 오직 촉각에만 의지해 아주 느린 삶을 사는 영찬 씨와 그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인이라고 생각하는 순호 씨의 실화다. 순호 씨는 영찬 씨를 세상 밖으로 이끌어 꿈에 도전하도록 돕는다. 전체 관람가, 상영시간 85분.

한편 '로맨스 조'는 홍상수 감독 밑에서 5년간 조감독으로 활동한 이광국 감독의 데뷔작이라 기대를 모으고 있다. 스타감독인 '이감독'은 새로운 시나리오 집필을 위해 허름한 시골 여관에 머무르게 되고, 다방 아가씨에게서 '로맨스 조'의 러브스토리를 듣게 된다. 이야긴즉슨 인기 여배우가 자살하던 날. 그녀가 작업한 마지막 영화의 조감독이었던 '로맨스 조'는 영화를 그만두기로 결심한다. 시골로 내려간 '로맨스 조'는 더는 하고 싶은 이야기가 없음에 절망하고 자살을 시도하는데 그 순간 우연히 다방 아가씨와 마주치게 되고, 이를 통해 오래도록 잊고 있었던 첫사랑 초희를 떠올리게 된다는 내용이다. 15세 관람가, 상영시간 115분.

이에 맞서 김기덕 감독의 첫 여성 조감독 출신으로 도전장을 내미는 문시현 감독의 '홈 스위트 홈'은 행복의 가치가 집으로 대변되는 현대 사회의 불안과 그 보이지 않은 이면을 다룬다. 주인공 태수는 빚보증을 잘못 섰다가 집까지 넘어갈 지경에 이르게 되자 아내인 연주와 위장이혼을 하기로 결심한다. 주위의 시선을 피해 부산으로 내려가 숨어 있기로 한 태수는 고시원에 거처를 마련하고 그런 그에게 여고생 세라가 호감을 보이며 다가온다. 집을 잃을 위기의 남자와 고시원에 거주하는 여고생의 불안한 만남이 시작된 것이다. 청소년 관람불가, 95분

마지막으로 전수일 감독의 '핑크'는 부산국제영화제 상영작으로 바다 위를 떠다니는 슬픔이 한데 모여 생긴 작은 섬인 핑크에서 소외당한 이들의 아픔과 상처를 보여주는 작품이다. 한국 예술영화계의 거장 중 한 사람인 그의 작품을 다시 관람할 기회가 관객들에게 생겼다. 청소년 관람불가, 97분.

위 영화들은 예술영화전용관 동성아트홀(053-425-2845)에서 만나볼 수 있다.

김삼력<영산대 영화영상학과 교수 ksr@ys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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