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오후 대구 동구와 칠곡 동명면 경계지점에 있는 도성사 앞 계곡. 1만1천507㎡ 규모의 계곡 논에는 외부에서 가져온 것으로 추정되는 수십t의 흙이 쌓여 있었다. 이 흙 때문에 논 높이가 이전보다 1.5m가량 높아졌다. 논에는 평탄화 작업에 이용됐던 굴삭기의 바퀴 흔적이 이곳저곳에서 목격됐다. 대구 동구청에 따르면 이달 10일쯤 대구 동구 이시아폴리스의 한 아파트 공사 현장에서 나온 수십t의 흙을 덤프트럭이 싣고 와 이곳에 쏟아부었다는 것.
동구청 관계자는 "주민 신고를 받고 구청 공무원들이 현장에 출동한 뒤에야 흙 반입 작업은 중단됐지만 이미 수십t의 흙이 계곡 아래로 뿌려진 뒤였다"고 설명했다.
경북 칠곡군 동명면 한티재 한 자동차극장의 스크린과 주차장 서쪽 낭떠러지 아래에도 외부에서 가져온 것으로 추정되는 수십t의 흙이 쌓여 있었다. 흙은 주차장 옆의 숲과 골짜기를 메우다시피 했다. 일부 나무들은 흙의 힘에 못 이겨 휘어지거나 쓰러져 있었다. 반대편 낭떠러지에서도 상당량의 흙을 반입한 흔적이 보였다. 하지만 이 지역은 2종 지구단위구역으로 묶여 있어 흙을 야적하려면 개발 행위 허가를 받아야 한다.
동명면사무소 관계자는 "얼마 전 토지 소유자에게 원상복구 명령을 내렸다. 한 달 뒤에도 시정되지 않을 경우 군 차원에서 계고 조치를 하거나 검찰 고발 또는 배상을 요구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대구 동구 이시아폴리스 한 아파트 공사 현장에서 나온 흙을 아파트 시공사 하청업체가 팔공산 일대 논밭 수십 곳에 무단으로 뿌리고 있다.
대구 동구청과 지역 주민들은 팔공산 일대 논밭에 이시아폴리스 공동주택 부지(9만2천152㎡)의 지하주차장 공사 현장에서 발생하는 토사들이 무단으로 반입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아파트 시공사 하청업체가 덤프트럭 업자들을 동원해 해당 관청에 신고조차 하지 않고 팔공산 일대 논밭에 몰래 실어나르고 있다는 것.
동구청 관계자는 "성토를 하려면 사전에 신고해야 하지만 지금까지 신고한 지주는 없다. 수십 곳에 무단 성토가 이뤄져 구청에서도 일일이 확인하기 어려울 정도"라고 말했다.
하청업체가 흙을 무료로 반입해 주겠다며 지주들을 찾아다녔다는 주장도 나왔다. 이모 씨는 "업체 측에서 무료로 흙을 넣어 준다며 수차례 성토를 권해 흙을 반입하는 데 동의했다"고 털어놨다.
이에 대해 해당 하청업체 관계자는 "지주의 요청에 따라 성토 동의 확인서, 인감까지 받은 후에 흙을 넣어주고 있다"며 "성토 신고는 지주들이 해야 하고 농사짓는 데 도움을 주기 위해 무료로 흙을 넣어주고 있다"고 해명했다. 시공업체 관계자는 "구청에 신고를 한 것으로 알고 있고 감리단의 승인까지 받아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주장했다.
이창환기자 lc156@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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