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서명수의 집중 인터뷰] 총선 진두지휘 여성 선거사령탑, 이혜훈·박선숙

이혜훈 새누리당 종합상황실장
이혜훈 새누리당 종합상황실장
박선숙 민주통합당 선대본부장
박선숙 민주통합당 선대본부장

4'11 총선의 야전사령관격인 새누리당 중앙선대위 종합상황실장과 민주통합당 중앙선거대책본부장은 공교롭게도 여성이다. 박근혜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과 한명숙 민주통합당 대표 등 여성정치인이 주도하는 시대가 총선에서도 이어지고 있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지역구 여성 공천율은 새누리당이 6.9%에 그쳤고 민주통합당도 9.8%에 머물렀다. 새누리당 이혜훈(48) 종합상황실장도 지역구인 서울 서초갑에서 공천을 받지 못했고 민주통합당 박선숙(51) 선대본부장은 공천을 신청하지도 않았다. 19대 국회에서는 백의종군하게 될 처지의 여성정치인이 총선을 진두지휘하고 있는 셈이다.

양당의 선거사령탑을 각각 만났다.

◆이혜훈 새누리당 종합상황실장

재선의 이 의원은 공천에서 탈락했다. 4년 전 친이계가 주도한 공천에서도 살아남았지만 이번 공천에서는 새누리당 강세지역인 서울 강남지역에서 세 번 공천을 줄 수 없다는 공직후보자추천위원회의 원칙에 걸려 공천을 받지 못했다. 다른 지역으로 옮겨 출마하라는 권유를 받아들이지 않은 이 의원은 공천 탈락이 확정되자 정치를 그만둘 생각으로 미국으로 훌쩍 떠나려고 했다. 군복무 중인 아들 면회를 하고 가려던 이 의원은 박 위원장이 선대위 상황실장을 맡아달라는 요청을 거부할 수 없었다. 그녀는 지난 2007년 한나라당 대선후보 경선 당시 박근혜 선대위 대변인을 지낸 친박핵심으로 꼽힌다.

공천 탈락과정에 대해 먼저 물었다. "이거 받아들일 수 있는 사람이 어디 있겠어요. 다른 사람들처럼 (의정활동) 성적이 나빴다는 것도 아니고 많이 힘들었죠. 아예 모든 전화를 끊고 월요일 미국행 비행기표 끊었는데 그 사이 박 위원장에게 잡힌거죠."

이 의원은 서울 서초갑에서 내리 재선을 했다. 그런 그녀에게 공천위는 서울의 강남 지역구 현역의원은 전부 교체하겠다는 원칙을 세웠다. "비대위가 여성 비례대표의원들을 강남에 공천을 주지않겠다고는 했지만 공천위가 강남에서 3선 의원은 안된다는 원칙을 세운 적이 없는데 낙천시킨 것을 이해할 수가 없어요. 모든 공천을 이해할 수가 있겠습니까…."

하긴 "사람 일을 어떻게 알겠어요?"라는 이 의원의 푸념 속에는 우여곡절을 겪은 정치 입문과정이 담겨 있었다. 그녀는 내무부장관과 신한국당 사무총장을 지낸 4선의 고 김태호 전 의원의 맏며느리다. 2002년 시아버지가 갑작스럽게 타계하자 시아버지의 유지를 이어야 한다는 가족 대표격으로 울산 중구에 공천을 신청했지만 탈락했다. "얼떨결에 등떠밀려서 나왔다가 그 때부터 심각하게 무엇을 할까 고민하다가 정치를 해야겠다고 결심한 끝에 여기까지 온 것이다. 공천을 한 번도 쉽게 받은 적이 없다. 박 위원장한테 한 번도 받은 적은 없어요"라는 말에서는 공천 탈락의 아쉬움이 진하게 느껴졌다.

하루에만 세 차례 이상 선대본부 회의를 주재하고 있는 이 의원은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된 29일 0시가 되자 서울 송파구 거여네거리에서 이준석 비대위원과 이상일 선대위 대변인 등과 함께 첫 지원 유세에 나섰다.

초반 판세에 대해 "너무 어려워요. 당내에서 낙관적인 전망을 내놓고 있는 분들이 있는데 속상해요"라며 엄살을 부리기도 했다. "새누리당이 탄핵(역풍) 때와 마찬가지로 바닥으로 내려갔다가 조금 벗어나는 조짐을 보이고 있지만 굉장히 먼 길이 남아있어요. 자칫하면 유권자들이 오해할 수도 있는데…. 자기 선거하는 사람들이 140석 이야기를 하기도 하는데 자기 선거에 정신없는 사람들이 어떻게 전국적인 판세를 알 수 있다는 것인지…."

"당내 낙관적인 전망의 배후에 정치적인 저의가 있는 것은 아닌지…"라는 말도 내뱉었다. 잔뜩 기대감을 부풀려놓고 기대 이하의 총선 결과가 나왔을 경우 박 위원장 책임론을 제기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대구경북지역에 대해서는 "전국을 놓고 우리가 가장 기댈 수 있는 곳이라는 말씀은 드릴 수 있어요"라면서도 대구지역 공천이 문제였다고 지적하자 "가장 이해하기 어려운 공천이 대구의 어느 지역구였느냐"고 솔직한 속내를 드러내기도 했다. 사실 그녀는 친박 핵심이지만 이번 공천에서 탈락했을 정도로 공천 과정에서 소외돼 있었다.

박 위원장의 역할에 대해 더 물었다.

박 위원장의 유세가 영남 등 비수도권과 수도권에서의 지원 효과가 차이가 있다고 지적하자 "수도권에서는 그동안 별다른 행사가 없어서 안간 것이지 29일 서울에서 첫 지원 유세를 시작하는 것은 서울 수도권을 굉장히 중요하게 본다는 의미"라고 반박하고 "이곳에 112개의 의석이 걸려있는데 수도권이 제일 어려운 지역"이라고 말했다. 이 의원은 " 위원장(지원 유세)외에는 수도권에서 방법이 없지만 박 위원장께서도 이를 숙명처럼 받아들이고 강행군할 각오를 하고 있어요"라며 야권의 MB심판론에 맞서 '박근혜'를 전면에 내세운 총선 전략을 구사하겠다는 방침을 분명히 했다.

그녀는 총선 변수로 안철수 서울대 교수를 꼽았다. 그저께 강연을 통해 대선 출마 가능성을 시사하고 나선 것만으로도 상당한 파장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전망이다. 안 교수의 기성 정당에 대한 비판, 그 자체만으로도 새누리당에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는 것이다.

총선 이후 자신의 역할에 대해 "전혀 생각해본 적이 없어요. 공천에서 굉장히 충격을 받고 곧바로 여기 와서 그 다음을 생각할 겨를도 여유도 없어요"라며 오로지 총선에 올인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강조했다. 아마도 그녀는 총선 이후 전개될 대선가도에서도 박 위원장의 최측근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맡게 될 것임에 틀림없다.

◆박선숙 민주통합당 선대본부장

"제가 무엇을 목표로 하는 사람이 아니잖아요. 제가 권세를 누리는 것 보셨어요? 저에게 국회의원과 청와대 공보수석이든, 혹은 환경부 차관 자리든 그것은 지위가 아니라 일이고 역할일 뿐이었어요. 개인적으로는 이 몫을 제대로 하고 있는지 전전긍긍하고 살아야 하기 때문에 굉장히 버거운 짐이고 숙제입니다."

박선숙 선대본부장은 임종석 사무총장이 사퇴한 자리를 이어받아 벼랑끝에 몰려있던 통합진보당과의 연대 협상의 주역으로 나서 극적 타결을 이끌어냈다. 그녀는 이미 1997년 대선 당시 김종필 자민련 총재와의 'DJP연합'을 성사시켜 대선에서 승리한 경험과 2010년 지방선거 때의 야권연대, 지난해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 때의 후보단일화의 경험을 갖고 있었다. "연대라는 것은 차이가 있는 두 정당이나 세력의 후보가 공동의 목표를 위해 손을 잡는 것입니다. 이런 저런 여러 가지 어려움을 내포하고 가는 것이지만 손을 잡는 것입니다."

그녀는 김대중 전 대통령 시절 청와대 공보비서관으로 청와대에 들어가 5년 내내 청와대에서 공보수석, 대변인을 지냈고 참여정부 시절에는 환경부 차관을 역임했다.

18대 국회에서 비례대표의원으로 활동하고 있지만 박 본부장은 19대 총선에 출마하지 않는다. 비례대표 공천도 받지 않았다.

"선대본부장은 자기 선거가 있으면 전체 선거를 치를 수 없어요. 이번 선거가 과거 어느 때보다 쉽다고 생각하고 있었지만 그런 것 때문에 선거가 어려워질 것이라고 생각했어요. 내부 경쟁이 가장 어렵다고 여겼고 그런 경쟁 속에서 선거를 치르는게 내 몫인가, 다른 역할을 해야 하는가 고민하고 있는 과정에서 야권 협상을 맡았고 그래서 개인적으로 더 나갈 수 없었어요."

야권협상의 실무대표로 나서면서 통합진보당에게 16개 지역을 양보하고 76개 지역을 경선에 부치게 됐는데 그런 지역에서 뛰고 있던 후보들의 기회를 봉쇄해 놓고 자신이 (지역구에 출마하는 등의) 기회를 갖게 되는 것은 도리에 맞지않다고 생각했다는 것이다.

박 본부장은 4'11 총선 전망에 대해 낙관도 비관도 하지 않았다. 다만 "4월 이후 전혀 다른 세계가 펼쳐질 것"이라면서 "4월 이후 국민들께서는 민주당과 민주당 대선주자 한 사람, 한 사람에게 '정말로 무엇을 하려고 하는지, 당신들이 원하는 변화가 무엇인지, 대선 이후 대한민국이 어디로 가는 지'에 대해 엄중하게 질문을 던지게 될 것"이라고 예고하면서 곧바로 대선정국으로 전환될 것임을 시사했다.

안철수 서울대 교수의 대선 출마여부에 대해서는 "자신이 짐을 지겠다고 했으니 스스로의 짐을 지게 될 것"이라고 전망하면서도 위협적인 존재로 보지는 않았다. 민주통합당을 중심으로 한 야권 내에 폭넓은 후보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많은 후보를 갖고 있는 그런 것이 우리의 미래이자 다양성입니다. 다양성 속에서 선의의 경쟁을 하고 어떻게 경쟁을 해야 상처나지 않는지에 대해 잘 알고 있다"는 것이다.

선대본부장으로서 보고 있는 초반 판세에 대해서는 "정당 지지도가 새누리당에 비해 조금 떨어지고 전체적으로 다소 어렵기는 하지만 해볼만 한 싸움"이라고 진단하고 "정당 지지도에도 불구하고 '바꿔봐야겠다'는 MB심판론이 견조한 상승세를 타고 있어서 우리 후보를 받쳐주고 있는 것 같다"고 밝혔다. 제1당이 될 것이라고 대놓고 주장하지는 않았지만 총선 결과를 나쁘게 보지는 않았다.

특히 대구에 출마한 김부겸 후보에 대해 "대구에서 대표적으로 뛰고 있는 김 의원의 경우 30% 정도의 지지도가 나오고 있는데 이는 15%의 민주당 지지도에 인물 경쟁력이 만들어낸 결과"라면서 "김 선배의 대구 도전은 우리 당의 지도부(최고위원)로서 민주당이 전국적으로 고른 지지를 받는데 거름이 될 것"이라고도 평가했다. 그러며서 박 본부장은 "이번 선거는 이명박 대통령과 박근혜 위원장으로 대표되는 부패하고 낡은 TK정치세력의 심판을 바라는 국민과 부패하고 낡은 TK정치세력의 대결이 될 것이며 그 한 가운데에 김부겸 후보가 있습니다"라고도 했다.

이번 민주당 비례대표 공천을 하면서 경북도당위원장을 지낸 홍희락 후보를 당선권에 배치한 것은 대구지역 인물을 키워서 대구로 내려보내겠다는 장기적 플랜의 일환이라는 점도 분명히 했다.

서명수기자 subo801@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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