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스마트폰 하나·단돈 5만원이면 누구나 "레디∼액션!"

캠퍼스 '나도 영화감독' 시대

대구대 영상동아리
대구대 영상동아리 '미우'의 멤버들이 각자의 역할을 분담해 영화의 한 장면을 찍고 있다. 실제 영화 세트장과 거의 흡사했다.
계명대 언론영상학과
계명대 언론영상학과 '방송연구회' 회원들이 캠퍼스에서 단편 영화의 한 장면을 담아내고 있다. 배우들의 연기도 실감이 났다.

전문 분야에 일반인들의 도전이 잇따르고 있다. 아마추어 영화감독'PD'기자'작가들이 늘고 있는 것이다. 누구나 자신만의 방식으로 프로그램 제작, 기사 쓰기, 글쓰기, 영상제작을 할 수 있다. 온갖 정성을 쏟아 잘만 하면 전문가의 영역을 넘볼 수도 있는 시대가 열린 것이다.

특히 디지털 시대가 본격화되면서 대형 장비들이 초소형화되면서 개인 휴대용으로도 아름다운 장면을 담아 편집이 가능하다. 3∼10분 정도의 짧은 동영상을 유튜브라는 글로벌 동영상 사이트에 올리면 내용에 따라 엄청난 파급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 스마트폰의 등장도 '나도 영화감독' 시대를 가속화시키고 있다. 스마트폰으로 찍은 동영상을 '스플라이스'(Splice)라는 편집 프로그램을 통해 누구나 자신이 찍은 영상을 잘라내고 붙이고 할 수 있다. 그렇게 해서 만든 단편 및 독립영화는 영화제에 출품도 가능하다.

'나도 영화감독' 시대는 이미 활짝 열렸다. 각종 독립영화제가 일반인들이 직접 감독한 각종 영상들을 심사하고 상을 주고 있으며, KT '올레'(Olleh)는 지난해부터 매년 스마트폰 영화제를 열어 스마트폰으로 찍은 영상들이 더 널리 퍼지도록 장려하고 있다. 상금도 적지 않다. 유명인들도 스마트폰으로 직접 찍은 동영상을 소개하면서 '내가 만든 영화'라고 소개하기도 한다. 고교나 대학에도 영상 동아리들의 자체 제작 능력이 커져 프로페셔널한 수준의 영화까지 만들어내고 있다. 열린 시대의 활짝 핀 영상 세대들을 들여다봤다.

◆대구대 영상 동아리 '미우'(美友)

대구대 영상 동아리 '미우'는 독립영화의 강자다. 독립영화제, 스마트폰 영화제 등 각종 대회에서 상을 휩쓸고 있을 뿐 아니라 다양한 주제의 흥미로운 영상들을 많이 제작했다. 이 동아리를 지도하고 있는 대구대 신문방송학과 김동윤 학과장은 "영화는 영상미학의 최고봉이라고 말할 수 있지만 너무 전문가적 관점에서 보는 것은 지금 시대에 맞지 않다"며 "신문방송학이 이론으로는 한계가 있는 만큼 학생들로 하여금 창의적인 영상 콘텐츠를 제작하도록 학교 차원에서도 적극 장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2008년 발족한 '미우'의 수상 경력은 화려하다. 지난해 11월에는 '정치 드라마가 시청자들에게 끼치는 영향'이라는 주제로 15분짜리 영상을 만들어 한국방송학회 가을 정기 학술대회의 시청자 참여 방송대상에서 학생 부문 최우수상을 차지했다. 이 영상은 특히 SBS 드라마 '대물'의 여자 대통령 역(고현정 분)이 박근혜의 이미지를 만들어내고 있는 면을 날카롭게 지적했다. 2009년에는 단돈 5만원의 제작비로 만든 '우리 할매'라는 단편영화가 제3회 상록수 단편 영화제 최우수상을 받기도 했다. 지난해 2월 올레 스마트폰 영화제에서도 군대 입대 전 한 남학생의 24시간을 찍은 'Like a virgin'이라는 작품이 심사위원 추천작에 소개되기도 했다.

'미우' 동아리 멤버들의 이력도 특이했다. 동아리를 주도적으로 이끌고 있는 김헌(26'신문방송학과 4년) 씨는 이 동아리를 만든 주역으로 창의적 아이디어와 발군의 기획력 등으로 연출 면에서 실제 영화감독 수준의 능력을 인정받고 있다. 영상 촬영 담당인 이준홍(25'신문방송학과 4년) 씨는 서울의 PP회사인 CU미디어에서 인턴으로 일한 경력까지 갖고 있다. 김영현(21'여'신문방송학과 3년) 씨는 대구MBC에서 영상팀 스태프로 자원봉사 겸 인턴으로 일하고 있다. 서다혜(20'여'신문방송학과 2년) 씨는 시민기자로 활동한 경험도 갖고 있다. 공기성(22'신문방송학과 3년) 씨는 국제청소년연합 영상팀에서 일한 경력이 있으며, 최지원(22'신문방송학과 2년) 씨는 국군방송 창작영상물 공모전에서 군복무 기간을 애벌레가 나비가 되는 과정 중 '번데기' 시절에 비유한 영상을 만들어 우수상을 받기도 했다. 전은주(20'여'신문방송학과 2년) 씨는 다큐멘터리 감독을 꿈꾸며 열심히 영상에 대해 연구하고 있다.

'미우'는 전국 대학생 영상 동아리 중에도 최상급의 실력을 갖추고 있으며, 국내외 각종 독립영화제, 스마트폰 영화제 등 20회 수상을 통해 누구나 영화감독이 될 수 있음을 잘 보여주고 있다.

◆계명대 방송연구회

스마트폰만 있으면 누구나 영화를 찍을 수 있는 시대로 들어섰다. 누구나 영화를 만들 수 있다. 계명대 언론영상학과 '방송연구회'는 스마트폰으로 촬영한 영화로 수상한 경력을 갖고 있다. 이 방송연구회는 1985년 창립해 올해로 창립한 지 27년째다.

연구회 이우신(23'언론영상학 2년) 회장은 "스스로 무엇을 찍고 싶은지를 알아야 한다"며 "기획은 연출, 촬영, 배우 등 영화 제작에 관련된 모든 사람들이 참석해 브레인스토밍 과정을 거쳐 치밀한 제작 계획을 세워야 한다"고 말했다. 김세흔(19'여'언론영상학 2년) 부회장은 "예전에는 고가의 카메라로 촬영해야 고화질의 영상을 얻을 수 있었지만, 최근에는 카메라 기술의 급속한 발전으로 인해 DSLR 카메라나 스마트폰으로도 좋은 화질의 동영상을 얻을 수 있고 영화 제작도 가능하다"고 조언했다.

실제 '방송연구회'의 작품들을 보면 대학생들의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풀어보기 위해 노력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지난해 11월에 열린 제22회 방송제에 출품한 작품은 '나는 선비다' '값' '반짝반짝 작은별' '정말 없었는지….' 'Happy Birth day' '할미꽃이 피었습니다' 등 다큐멘터리, 단편영화, M/V 등 다양한 장르의 영상들이다. 흥행을 목적으로 한 영화에선 다뤄지기 어려운 우리 주변의 문제나 소재를 순수한 젊은이의 시선으로 바라보고 느낀 그대로를 작품으로 만든 것이다. 그래서 관객들에게 신선함을 선사한다.

일반인이 아마추어 영화 제작자로서 혹은 감독으로서 제작할 수 있는 장르는 단편영화에서부터 다큐멘터리, VJ(비디오 저널리즘), 광고, 뮤직비디오, 뉴스 등 갈수록 그 폭이 넓어지고 있다.

특히 젊은 영상 세대에는 스마트폰이 큰 무기가 되고 있다. 일반적인 영화 장비들이 대부분 크기가 크고 사용하기도 힘들기 때문에 영화를 찍고 싶어도 사실 엄두를 낼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하지만 스마트폰을 이용하면 나만의 영화를 쉽게 만들 수 있다.

권성훈기자 cdrom@msnet.co.kr

사진'정운철기자 woon@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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