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화는 전 인류를 이웃으로 만들었다. 미국의 금융위기가 바로 우리나라의 위기로 이어지고, 유럽의 재정위기는 우리집 살림살이까지 뒤흔든다. 환경파괴와 지구온난화, 자원고갈, 에너지난, 청년실업, 고령화, 일자리 부족 등은 인류가 함께 해결해야 할 과제이고, 또 우리 스스로가 풀어내야 할 '개인적 과제'이기도 하다. 특히 고령화와 일자리 부족 현상이 심각한 대구경북으로서는 가장 시급하고 당면한 '지역적 과제'이기도 하다.
대구경북디자인센터의 '더나누기 프로젝트'는 이 같은 문제의식에서 시작됐다. 버려진 자원에다, 의미 있는 디자인을 부가함으로써, 의미 있는 일자리를 창출하고, 우리 대구경북을 '지속가능한 지역'으로 탈바꿈시키겠다는 비전이 담겨 있다. 시제품 단계를 거쳐, 오는 4월부터 본격 판매를 시작하는 더나누기 프로젝트는 2011년 고용노동부 주최 지역 브랜드 일자리 사업 경진대회에서 지역 맞춤형 일자리 사업 부문 최우수상을 차지했다.
◆쓰레기가 아니라, 사회 잠재자본이다
대구(경북)는 섬유도시의 전통을 갖고 있다. 지역 내 산업비중은 예전에 비해 크게 줄어들었지만, 여전히 연간 52만t(전국 생산량의 20%)의 섬유를 생산하는 국내 최대 섬유 생산지이다. 이 때문에 자투리 원단만 연간 8만3천t이 발생한다. 처리비용이 만만치 않을 뿐만 아니라, 불에 태워 버릴 때 나오는 오염물질로 인한 환경공해 피해도 적지 않다.
더나누기는 디자인의 힘에 주목했다. 일반 펠트 6분의 1야드의 가격은 300원에 불과하지만, 디자인 상품으로 변신할 때에는 3만원을 받을 수 있다. 골치 아픈 쓰레기가 패션상품으로 변신하면서 무려 100배의 부가가치가 발생하는 셈이다. 더군다나 패션상품을 생산하는 과정에서 청년 및 노년층의 일자리가 창출되고, 소비자는 핸드메이드 패션 아이템을 구매하는 동시에 구매액의 10%를 자동기부하게 됨으로써 어려운 이웃을 돕는 착한 일을 하게 된다.
더나누기를 위한 지역의 인프라는 완벽에 가깝다. 섬유산업의 침체로 인해 퇴직한 봉제 숙련 인력이 3천여 명에 달하고 봉제, 패션 등과 관련된 인력이 연간 1만4천여 명이 배출되고 있다. 정부의 법적 제도적 지원도 점차 강화되고 있다. 녹색제품구매촉진법에 따라 공공기관의 의무구매 수요가 확대되고 있고, 전국의 녹색매장은 내년에 400개로 확대될 예정이다. 공공 부문과 민간 부문을 모두 포함할 경우 올해 녹색제품의 매출은 4조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정용빈 대구경북디자인센터 원장은 "더나누기를 위한 우리 지역의 인프라에 꽃을 피우는 것은 기부 문화"라면서 "섬유업체들이 버리는 자투리 원단을 기부하고, 디자인을 공부하는 학생'전문가들은 재능을 기부하고, 소비자들은 더나누기 핸드메이드 패션 아이템을 구매함으로써 환경도 살리고 어려운 이웃도 돕는 착한 소비자로 거듭나게 된다"고 설명했다. 더나누기 제품은 자투리 원단을 사용하기 때문에 똑같은 제품을 많이 만들 수 없는 한계가 있다. 이것이 오히려 패셔니스트들에게는 큰 매력이다.
◆ 일자리가 생기고, 미래가 열린다
더나누기 프로젝트가 첫발을 내딛자, 전국의 섬유기업에서 자투리 원단 기부가 잇따랐다. 영원무역, 조양모방, BSG, 대한방직, 시마, 해원통상, ST원창, 미광다이텍, 서도산업, 보보코프레이션, 삼성교역, SNS, 풍신섬유, 도레이첨단소재, 동진상사, 제일모직 등이 기부에 참여했고, 한국산업단지공단 대구지사와 대구경북섬유산업협회에서도 적극 돕고 나섰다.
원단을 얼마만큼 확보할 수 있느냐에 따라 생산량이 결정되기 때문에 원단 확보는 사업성공의 관건이 된다. 따라서 기부된 원단은 시장가격에 따라 기부 영수증이 발행돼 세제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했다. 기부기업은 세제 혜택과 더불어 친환경기업, 사회공헌 기업의 이미지까지 높이게 되는 셈이다. 물론 운송비 부담은 사업자인 대구경북디자인센터에서 진다.
상품개발 역시 아이디어와 재능의 기부로 이루어진다. 디자인 전문기업과 대학생, 국내외 유명 디자이너의 아이디어와 재능을 수시로 받고 있으며, 상품에는 디자이너의 이름이 기재되고 디자인에 대한 지식재산권 보호장치를 마련했다. 매년 일반인, 전문가, 학생 등을 대상으로 패션'잡화, 생활용품, 시각부문 등에 대한 '리사이클디자인 아이디어 콘테스트'도 개최한다.
탁훈식 대구경북디자인센터 디자인진흥실장은 "현재 시중에 나와 있는 더나누기 제품은 기획실에서 완성된 디자인의 견본제품을 바탕으로 수성시니어클럽에서 생산을 하고 있다"면서 "앞으로 시장 수요와 원단 기부자가 늘어나게 되면 퇴직한 봉재 숙련 인력이 많은 대구 서구지역에 생산기반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현재 더나누기 제품은 슬리퍼, 서류 파우치, 디지털 디바이스파우치, 가방, 패션액세서리, 액세서리 등 6종 30여 종이 시판되고 있다.
탁 실장은 "향후 연간 1만5천t의 재활용 원단을 기부받아 100종의 리사이클 제품을 개발해 300억원의 매출을 올리는 것이 목표"라면서 "이 과정에서 디자인'생산공장 15개사, 상품유통숍 5개사 등 18개 회사를 설립해 600명의 청년'시니어 일자리를 창출할 것"이라고 말했다. 문의 053)740-0072.
석민기자 sukmin@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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