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무상보육 재정 문제, 중앙정부가 맡아야

전국 시'도지사협의회가 29일 정부의 영'유아 무상보육 정책에 대해 재정 마련이 어렵다는 공동 성명을 발표했다.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가 재정을 공동 부담하는 '매칭 사업'이지만 지방정부가 당장 3천279억 원을 부담해야 하며 신규 수요까지 고려하면 부담액이 7천200여억 원에 달해 감당할 여력이 없다는 것이다. 이에 따른 재정 대책이 세워지지 않으면 6, 7월쯤 사업 자체를 중단할 수밖에 없다는 점도 밝혔다.

이러한 사태는 어느 정도 예견됐다. 정부가 지난해 하반기에 영'유아 무상보육 확대 정책을 추진하고 국회가 관련 예산을 통과시켰지만, 재원의 40~50%를 담당할 지방정부와는 사전에 협의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소득 하위 70%의 0~2세 영'유아에 대한 무상보육 정책을 전 계층으로 확대하면서 소요 예산 7천억 원 중 3천280억 원을 지방정부에 떠넘기자 뒤늦게 반발하는 상황이 됐다.

올해 3월부터 도입된 무상보육 확대 정책은 만 0~2세와 5세의 자녀를 둔 부모가 어린이집을 이용하면 소득과 상관없이 월 20만 원을 지원하는 제도이다. 그러나 확실한 재정 대책 없이 졸속으로 추진하다 어긋나게 됨으로써 정부의 정책 신뢰도가 떨어지게 됐다. 정부는 지방자치단체의 반발이 커지자 그제야 총리실 안에 지자체의 재정 문제를 다루는 태스크포스를 구성하기로 했지만, 순서가 뒤바뀐 꼴이다.

무상보육과 같은 복지 정책은 궁극적으로 중앙정부가 책임져야 한다. 지난 2005년부터 복지 사업의 지방 이양을 추진하면서 재정 부담의 상당액도 지방 스스로 해결하도록 했지만, 지방정부의 열악한 재정 여건을 고려하지 않은 방식이다. 정부는 복지 지출에 대한 분담 기준과 원칙을 조정하고 지방정부의 재정 부담 완화, 복지 사업 전액 국비 전환 등에 나서야 한다.

이번 사태가 저출산 문제 해결을 위한 복지 정책 확대의 취지를 흐리게 하는 것도 경계해야 한다. 아이를 더 많이 낳도록 지원하고 사회 보육 시설 등을 늘려 여성 인력을 잘 활용하는 것은 국가 경쟁력 강화와 맞닿아 있기 때문이다. 또 0~2세 영'유아는 보육 시설보다는 부모와 함께 지내는 것이 성장에 좋다는 전문가들의 지적을 고려, 보육 정책을 세심하게 가다듬을 필요가 있다. 보육 수당의 양육 수당 전환, 일률적인 종일제 보육의 다양한 요구에 따른 맞춤형으로의 전환, 육아휴직 확대 등이 검토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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