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대박 할인혜택? 눈속임 낚였어!…휴대전화 보조금 '꼼수 마케팅'

휴대전화 가격 구조는 복잡하기로 악명 높다. 워낙 이리 꼬이고 저리 꼬이다 보니 소비자들은 발품 팔아 이곳저곳을 비교해보고 최저가를 선택해 놓고도 왠지 당한다는 느낌을 지우기 힘들다. 게다가 가격 구조 역시 상식선을 넘나든다. 고기능의 스마트폰보다는 당연히 저렴해야 할 피처폰이지만 보조금이 적다 보니 오히려 비싼 값을 지불하고 구매할 수밖에 없고, 중고 휴대전화 구매 역시 통화 사용량에 따른 보조금 혜택이 없다 보니 신제품보다 더 비싼 비용을 지불해야 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이게 다 '보조금'이라고 불리는 그 속내를 알기 힘든 마케팅 전략 때문이다.

◆공정위에 딱 걸린 가격 부풀리기

공정거래위원회는 이달 15일 휴대전화 가격을 부풀린 후 보조금을 지급하여 고가 휴대전화를 할인 판매하는 것처럼 소비자를 기만한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등 통신 3사와 삼성전자, LG전자, 팬택 등 휴대전화 제조 3사에 대해 시정명령과 과징금 총 453억3천만원을 부과했다고 밝혔다.

공정위가 밝힌 가격 부풀리기 유형은 통신사가 주도한 출고가 부풀리기와 제조사가 주도한 공급가 부풀리기의 2가지였다. 통신 3사는 제조사와 협의를 통해 지난 2008년부터 2010년까지 총 44개 휴대전화 모델에 대해 향후 지급할 보조금을 감안하여 공급가에 비해 출고가를 현저히 높게 책정하고 출고가와 공급가의 차이에 해당하는 금액을 보조금 지급에 활용했다. 또 제조 3사는 출고가가 높은 경우 소비자에게 '고가 휴대전화 이미지' 형성이 가능하다는 점을 감안해 통신사에 공급가와 큰 차이가 있는 높은 출고가를 제안하는 등의 방식으로 관여했다는 것이다.

공정위 관계자는 "소비자가 휴대전화 가격구조를 잘 알지 못하는 점을 이용하여 통신 3사와 제조 3사가 휴대전화 가격을 부풀린 후 마치 할인해 주는 것처럼 소비자를 기만하는 영업 관행에 제동이 걸리게 됐다"고 밝혔다.

이 과정에서 공정위는 삼성전자의 내부 문서를 증거물로 제출하기도 했다. 문서에는 "(이동통신) 사업자는 (휴대전화 제조사의) 공급가격 대비 고가로 명목 출고가를 책정하고, 명목 출고가와 공급가의 차이를 활용하여 높은 보조금 규모를 운영. 사업자는 고가의 단말기를 저가로 구매하는 것 같은 (소비자의) '착시현상'을 마케팅 툴로 활용…." 등의 내용이 쓰여져 있었다. 결국 소비자들은 할인혜택을 받는 것이 아니라 눈속임을 당하는 것일 뿐인 것이다.

◆보조금 난맥상

사실 판매사원들조차 보조금의 정확한 규모와 운영 형태에 대해 알지 못한다. 단말기와 요금제, 부가서비스 선택 사양에 따라 천차만별인데다 그 액수도 며칠 간격으로 조금씩 변하기 때문이다.

한 휴대전화 판매사원은 "할부 원금 84만7천원짜리 갤럭시 S2를 예로 들 경우 소비자에게 5만4천원 요금제를 선택하고 2천원 부가서비스 3개월, 500원 부가서비스 2년을 약정하도록 유도했을 때 처음 S2가 출시됐을 때는 판매 마진이 10만원 남짓이었지만 지금은 56만5천원이 남는다"며 "이 때문에 일부 업체들이 '위약금 대납'이라고 손님을 유혹하는 것은 일부 마진 폭을 줄이더라도 결국은 남는 장사이기 때문"이라고 털어놨다. 하지만 그는 "어떻게 판매업체가 50만원이 넘는 엄청난 수익을 남길 수 있는지 그 정확한 원리에 대해서는 알지 못한다"며 "다만 그렇게 팔라고 가격을 알려줄 뿐"이라고 했다. 그래서 그는 자신이 휴대전화 판매업체에서 일을 하지만 가까운 지인들이 휴대전화 구매에 대해 물어오면 "차라리 인터넷을 통해 구매하라"고 말을 한다고 했다. 인터넷 업체들의 경우 마진율을 최대한 낮춰 소비자들에게 돌려주는 보조금 혜택이 더욱 크기 때문이란다.

대구 중구 통신골목을 찾아 '갤럭시 노트'의 가격을 문의했다. 매장마다 가격은 조금씩 달랐다. 한 곳에서는 현재 사용 중인 휴대전화에 남아있는 위약금 27만원을 모두 대납해 주고 단말기 가격 93만3천원을 30개월로 분납하는 대신 6만2천원 요금제 선택에 따른 할인 혜택 등을 더하면 결국 단말기 가격은 월 1만원가량을 부담하면 된다고 설명했다. 그리고 현재 사용 중인 아이폰4 단말기를 중고로 매입하는 조건으로 30만원을 추가 할인해 줄 수 있기 때문에 '사실상 단말기 가격은 공짜가 된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매장에서는 현재 사용 중인 아이폰4 단말기를 중고로 30만원에 매입하는 것으로 위약금 27만원을 대체하고, 대신 매장 측에서 추가 할인 혜택으로 단말기 가격 10만원을 지원해주겠다고 했다. 그래서 단말기 83만3천원을 30개월로 분납하는 대신 6만2천원 요금제를 선택하면 통신비 할인혜택으로 1만7천800원을 지원받을 수 있기 때문에 매달 9천원 정도의 비용을 지불하면 된다는 설명이었다. 이 매장에서는 아예 중고폰 매입 시세표를 만들어놓고 있었다. 아이폰3는 11만~13만원, 아이폰4는 33만~34만원 선이었지만 매장 측은 "혹시라도 기계 상태가 나빠 더 낮은 가격이 책정될 수 있기 때문에 최소 가격인 30만원을 제시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기이한 가격구조 형성

우리나라의 휴대전화 교체 주기는 세계에서 가장 짧다. 새것을 좋아하는 성향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보조금 남발에 따른 부작용이라고 보는 시각도 많다. 휴대전화를 많이 팔면 팔수록 유통업체가 얻는 수익이 커지는 구조이다 보니 많은 보조금을 얻기 위기 위해 가급적 통신요금 부담이 큰 고성능 스마트폰 구매를 권유하기 때문이다.

2010년 기준, 우리나라 국민들의 휴대전화 교체 주기는 평균 26.9개월로 집계됐다. 할부 약정이 끝나기 무섭게 새로운 휴대전화로 바꾸는 것이다. 일본 46.3개월, 이탈리아 51.5개월, 핀란드 74.5개월보다 훨씬 짧다.

이 중 제조사 보조금 제도를 택하고 있는 곳은 한국밖에 없다. 이 때문에 최신 스마트폰과 별다른 기능이 없는 피처폰 가격이 역전되는 기현상도 벌어지고 있다. 이용에 따른 보조금 혜택 등이 없다 보니 결국 이를 구매하는 소비자 입장에서는 비싼 값을 치러야 하는 것이다.

보조금은 해외와 최고 4배 차이가 나는 기형적인 휴대전화 단말기 가격을 형성하게 했다. 지난해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 소속 한나라당 이경재 의원이 밝힌 성낙일 서울시립대 경제학과 교수의 '제조사 장려금의 문제점과 개선 방안 보고서'에 따르면 작년 국산 휴대전화(삼성전자'LG전자'팬택)의 평균 국내 출고가는 63만8천922원, 평균 국외 판매가는 47만6천483원으로 국내가 약 16만원 비쌌다. 특히 가장 큰 차이를 보인 LG전자의 '쿠키폰'의 경우 국내 출고가가 59만4천원인 데 비해 국외 평균 판매가는 15만2천395원으로 4배에 가까운 차이가 났으며, 삼성전자의 갤럭시S2는 평균적으로 국외에서 75만3천627원에 팔린 반면 국내 출고가는 94만9천300원이었다. 이 의원은 "우리나라는 제조사가 휴대전화 가격을 실제 원가보다 높게 책정하고 대리점 등에 장려금을 지급하는 등 가격을 왜곡하고 있기 때문에 우리나라 단말기 가격이 더 비싼 것"이라고 분석했다.

◆중고 휴대전화 거래 활발

최근에는 중고 휴대전화 유통이 활성화하면서 이런 휴대전화 시장에 변화의 움직임이 감지되고 있다. 얼마 전 인터넷 직거래를 통해 중고 스마트폰을 구매한 조희연(27'여) 씨는 "스마트폰을 사용하고 싶었지만 비싼 단말기 가격과 통신요금이 부담이 돼서 중고폰을 구매하게 됐다"며 "요금제를 마음대로 선택 가능한데다 24개월 약정이 없다는 것도 장점이라서 오히려 통신비 부담을 줄일 수 있다"고 했다.

특히 각 통신사업자들이 중고 휴대전화 유통 경쟁에 뛰어들면서 중고시장은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 KT는 이달 22일부터 전국 250개 올레매장에서 중고 휴대전화를 사고팔 수 있는 '올레 그린폰' 서비스를 시작했다. 매장에서 중고 휴대전화 보상금액을 즉시 산출해 단말기 상태에 따라 최소 1만원부터 최대 21만원까지 보상하는 방식으로 매각대금만큼 새 단말기 가격이나 통신요금을 깎아주는 방식이다. 다만 중고 휴대전화 매각은 KT 가입자만 가능하다.

지난해 이미 중고 휴대전화 사업을 시작한 SKT는 단말기 매입 통신업체나 모델 등의 제한이 없다는 것이 장점으로, 전문 감정사들의 감정을 거쳐 단말기 가격을 결정하게 된다. SKT의 중고 휴대전화 유통 실적은 지난해 7월과 8월 각각 150대, 280대에 불과했지만, 올 1월에는 2만 대, 2월에는 3만6천여 대로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다.

한윤조기자 cgdream@msnet.ci,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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