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접적인 이해관계가 걸리지 않으면 좀처럼 목소리를 내지 않던 20대들이 사회변화를 위해 '행동'하고 있다. 등록금과 취업 문제 등 공동의 이슈에서부터 선거 참여를 통한 20대들의 움직임으로 변화를 끌어내자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내 문제는 내가 해결해야"
김인(24'계명대 한국어문학과 3학년) 씨는 학교에서 유명 인사다. 그는 지난해 6월 대구에서 최초로 대학 캠퍼스와 대구 동성로를 돌며 반값 등록금 실현을 촉구하는 1인 시위를 펼쳤다.
김 씨는 지금도 4'11 총선에 20대가 투표를 해야 한다며 주말 오후마다 동성로에서 1인 시위를 하고 있다. 김 씨가 길거리로 나선 것은 정부에 대한 불신 때문이다.
"현 정부가 대학 등록금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해놓고 지금도 손 놓고 있잖아요. 등록금 문제를 어떻게 사회에 알릴까 고민하다가 여러 사람을 모아야 하는 집회보다 1인 시위가 손쉽고 재밌는 것 같아서 지금도 계속 이어가고 있어요."
김 씨가 든 피켓에 적힌 멘트는 직설적이면서 재미있다. '대학은 방학만 되면 건물 짓고 나무 심고' '정치인은 선거철만 되면 서민인 척 가식 떠네, 4'11 투표 때 봅시다'.
김 씨는 "가벼운 재미를 추구하기보다 또래 젊은이들이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도록 구체적으로 쓴다"며 "1인 시위가 학업에 지장이 있지만 앞으로 20대 관련 문제가 이슈로 떠오르면 계속해서 피켓을 들고 거리에 설 것"이라고 말했다.
올해 2월 경북대를 졸업한 취업준비생 윤기쁨(24'여) 씨는 얼마 전 참가비 1만원을 주고 '기성회비 반환청구소송'에 참여했다. 올해 1월 법원이'국'공립대 기성회비가 법적 근거가 없다'는 판결을 내리자 자신의 권리를 되찾기 위해 지갑을 열었다.
"등록금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기성회비가 어떻게 쓰이는지 큰 의문을 갖지 않았어요. 법원판결 이후 내지 않아도 될 돈을 학교에 냈다는 생각을 하니 억울하더라구고요."
그는 대학 재학 시절 학점과 토익 점수, 취업에만 관심을 가졌지 사회문제에는 별다른 관심을 갖지 않았다. 윤 씨는 "생각만 하고 행동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바뀌지 않는다고 생각한다"며 "만약 승소하지 못하더라도 내 문제를 내가 해결하려 했다는 행동의 '상징'을 남기고 싶다"고 했다.
◆ 20대, 행동으로 말하다
최근 전국 국공립대 학생들 사이에서 기성회비 반환 움직임이 일고 있다. 기성회비는 대학에 대한 정부 재정지원이 적었던 1960년대 시설과 교육 환경 개선에 쓰라는 취지로 마련됐지만 대학 측은 교직원 인건비 등으로 지출하면서 논란이 되고 있다.
작년 1차 소송 때는 경북대를 비롯한 8개 국공립대가 참여했고 올해는 30여 곳이 학교 측을 상대로 제2차 기성회비 반환청구소송 참가인단을 모집 중이다.
경북대는 다음 달 4일까지 소송인단 참가를 접수하고 있으며 현재까지 졸업생을 포함해 500여 명이 소송에 참여했다. 김영직 기성회비 반환운동본부장(22'일반사회교육과 3년)은 "소송 참가비가 1만원이지만 학생들이 적극적으로 소송에 참여하고 있어 600명을 돌파할 것으로 보인다. 등록금 문제는 학생들이 직접 나서야 해결할 수 있다는 우리들의 믿음이 통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젊은 층의 인식과 행동 변화를 정치 참여로 이끌려는 노력도 사회 곳곳에서 엿보인다. 이번 총선에서 젊은 층의 투표 참여를 이끌어 내기 위해 20, 30대 20여 명이 모여 '닥투(닥치고 투표) the 대구'라는 모임을 만들었다.
닥투 모임은 이달 24일 대구 중구 2'28기념공원에서 처음 캠페인을 펼쳤다. 앞으로 총선 선거일 전날까지 대구 시내의 광장, 번화가, 전통시장 등을 돌며 젊은이들을 상대로 투표 참여를 독려하는 깜짝 퍼포먼스를 펼칠 예정이다. 모임 결성을 주도한 참언론시민연대 허미옥 사무국장은 "대구는 역대 선거에서 투표율이 늘 하위권을 맴돌았는데 저조한 젊은 층의 투표율을 끌어올려야 지역 정치 변화의 물꼬를 틀 수 있다"며 "인터넷에 직접 제작한 패러디 동영상, 웹툰으로 투표를 독려하고 '투표 인증샷'을 SNS에 올릴 계획"이라고 밝혔다.
취업준비생 신주현(24'여'북구 침산동) 씨는 "88만원 세대의 저자인 우석훈 교수가 '20대들의 행동 변화가 없어 절판을 선언한다'는 이야기 해 충격을 받았다. 등록금과 취업 문제 등 우리의 문제가 사회적 화두로 떠오른 지금 이 시점에 우리의 생각을 행동으로 보여줄 것"이라고 말했다.
황수영기자 swimming@msnet.co.kr
황희진기자 hhj@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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