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년수업/가와기타 요시노리 지음/장은주 옮김/위즈덤하우스 펴냄
중년에 가까워지거나 접어들면 슬슬 불안해지기 시작한다. 평균수명은 점점 늘어나고 정년퇴직은 보장되지 않는 이 상황에서,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걱정만 늘어난다. 이렇게 나이에 떠밀리며 무기력하게 걱정만 끌어안고 살아갈 날이 암담하다.
그런데 저자는 "중년 이후에 대한 대다수의 불안감은 쓸데없이 간섭하기 좋아하는 조언꾼들이 만들어낸 허상에 불과하다"며 "중년 이후 앞으로 당신은 지금껏 맛보지 못한 알짜배기 시간을 만나게 될 것"이라고 주장한다. 중년 이후야말로 남 눈치 볼 것 없이 그저 '자신이 주인공'이 되는 시기이기 때문에, 뭘 하든 본인 마음이며 그게 바로 나이 든 자의 즐거움이라는 것이다.
우리 현실에 비춰볼 때 별로 현실성 없는 얘기 같지만 '저축은 자신을 위해 쓰는 것이 최고!'라는 글에서 사고방식과 행동을 아주 조금 바꾸는 것만으로도 나이 드는 것이 지금보다 훨씬 즐거워질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을 갖게 한다.
"재산을 물려주면 자식들이 과연 행복해질까? 천만에! 얼토당토않은 착각이다. (…) 부모 자식 관계를 떠나 삶이란 궁극적으로 '각자의 몫'이다. 자식을 제대로 사랑하는 것도 부모가 자신의 삶을 당당하고 즐겁게 살아갈 수 있어야 가능하다. 그러므로 노후에 대한 계획에 있어 자식들에게 물려줄 유산을 걱정하는 것은 어리석은 생각이다. (…) 어설프게 재산을 물려줌으로 인해 부모는 부모대로 자신의 삶을 제대로 즐기지 못하고, 자식은 자식대로 나약한 인생을 살게 된다면 결국 모두가 손해인 셈이다. 원칙적으로 인생은 스스로 고생을 경험하면서 헤쳐나갈 수 있어야 한다. 진정 자식을 위한다면 '인생이라는 밭을 열심히 일구면 반드시 행복해진다'는 진리를 몸으로 터득할 수 있도록 해줘야 할 것이다."
만약 한국의 부모들이 자식 교육에 올인하고, 그래도 모자라 유산까지 물려줘야 한다는 부당한 압박감에서 벗어날 수 있다면 중년 이후의 삶은 확실히 달라질 수 있을 것 같다. 이제 답은 간단해진다. 인생에 정답은 없으며, 따라서 도중에 잘못되면 다른 길을 찾으면 된다. '만족'이란 진정 원하는 것과 자식의 역량이 딱 들어맞는 순간을 뜻한다. 그래서 만족을 알면 인생은 즐겁다. 남들이 어떻게 생각하든 자신이 행복하다면 그것으로 된 것이다.
설령 정년을 맞는다 하더라도 30~40년 일해 온 시간과 정년 후 삶을 마칠 때까지의 자유시간은 거의 맞먹는다. 저자는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정년 후의 창업, 해외 장기 체류, 시골생활, 주택 대출금, 퇴직금, 건강검진에서 소중한 사람들과의 이별, 황혼이혼, 고독을 즐기는 법, 죽음을 맞이하는 자세에 이르까지 '중년에 미리 생각해 보고 준비해야 할 것들'을 담았다.
나이는 우리에게 흰머리와 주름살만 주는 게 아니다. 그 나이가 되어야만 비로소 어울리는 깊이 있는 멋도 함께 준다. 막연한 불안감을 털어내고 선물을 받듯이 나이를 받아들일 수 있어야 하지 않을까. 248쪽, 1만3천800원.
석민기자 sukmin@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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