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대구 북갑…무소속 후보 "한번 뭉쳐봐라" 양강구도땐 "아무도 모른데이"

낙하산-토종TK 논쟁, 현역 무소속 출마 '유일' 서로 "지역 적임

대구 북갑에 출마한 새누리당 권은희 후보, 무소속 이명규·양명모(왼쪽부터) 후보가 유권자들을 만나 득표 활동을 펼치고 있다. 성일권기자 sungig@msnet.co.kr
대구 북갑에 출마한 새누리당 권은희 후보, 무소속 이명규·양명모(왼쪽부터) 후보가 유권자들을 만나 득표 활동을 펼치고 있다. 성일권기자 sungig@msnet.co.kr

"새로 공천받은 사람이 서울사람이라 카던데." "어데예 학교는 대구서 나왔다던데요." "그런데 이명규는 와 공천을 못 받았노?" "모르겠심더, 박근혜가 비미 알아서 했겠능교."

공식선거운동이 시작된 29일 오후 북구 산격동 산격종합시장 입구. 후보와 선거운동원들이 시끄러운 확성기 소리와 함께 유세를 펼치고 있는 가운데 시장 골목 안에서 유세에 귀기울이던 손님들 사이에 이 같은 대화가 오가고 있었다. 상인들은 이런 소란이 그리 달갑지 않은 반응이었다.

"국회의원이나 시의원이 되려는 사람이 와 이리 많노. 몇몇 말고는 누가 누군지 모르겠다"는 어물전 주인의 말에 물건을 고른던 손님도 후보가 너무 많은 것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며 고개를 저었다. "이번 선거에서는 누가 국회의원 후보고 시의원 후보인지 정신이 하나도 없네"라며 못마땅해 했다.

이곳에서는 국회의원 선거운동원을 비롯해 시의원 후보들까지 가세해 유세차량, 선거운동원으로 발디딜 틈이 없었다. 가로수나 건물에는 권은희'이명규'양명모'김용락'구본항 후보 등 국회의원 출마자들의 현수막과 최길영 '권오현'조수갑'김석환 등 시의원 출마자들의 현수막이 빽빽이 들어차 하늘을 가리고 있었다.

국회의원 후보 5명이 출마한 이곳은 타 지역구에 비해 많은 편은 아니지만 시의원 후보 4명이 함께 나와 유권자들을 혼란에 빠뜨리고 있다.

낙하산 논란을 불러일으키며 새누리당 공천을 받은 권은희 후보와 대구에서 현역의원으로서는 유일하게 무소속으로 출마하는 이명규 의원, 그리고 전직 시의원으로 '토종 TK'임을 자처하는 양명모 후보가 접전을 펼치고 있다. 여기다 민주통합당의 김용락 후보, 무소속 구본항 후보도 만만찮은 지지세를 과시하고 있다.

최대 관심사는 무소속 후보단일화다. 권 후보에 맞서 이 후보와 양 후보가 완주할지, 아니면 막판 후보단일화에 극적으로 합의할지가 선거판을 흔들 수 있는 주요 변수이기 때문이다. 단일화가 성사되면 새누리당 권은희 후보와 사실상 양강 구도를 형성하며 예측 불허의 승부가 펼쳐질 것으로 예상된다.

새누리당 공천이라는 강력한 무기를 손에 쥔 권은희 후보는 경북대를 졸업했지만 이렇다 할 다른 지역 연고는 없다. 권 후보는 대구 수성갑 지역에 공천신청을 했다 막판에 이곳으로 지역을 옮겨 공천을 받았다. 본격적인 이름을 알린 것도 2주일 정도에 불과하다. 이 후보가 3선 북구청장과 재선 국회의원으로 20년 가까이 지역에서 이름을 알렸고, 양 후보가 재선 시의원을 지낸 것과는 대조적이다. 그래도 새누리당 간판의 위력은 만만치 않아 보였다

30일 칠성동 꽃시장에서 유세를 펼치던 이명규 후보는 "지역을 조금이라도 아는 후보가 공천받았다면 나도 출마하지 않았을 것이다"고 했다. 유권자들을 만날 때마다 "지역을 잘 아는 사람을 뽑아달라"라는 말을 주문처럼 했다.

앞서 29일 산격종합시장 유세에서 만난 권 후보는 "공천과정에서 제일 힘들고 당황한 것은 나다. 그러나 새누리당과 박근혜 위원장이 지역의 미래를 생각하고 잘 알아서 나를 공천을 했을 것이다"고 했다.

30일 빗속 유세를 강행한 양명모 후보는 "두 번이나 국회의원을 지내며 지역을 책임져 왔지만 결국 북구를 가장 낙후된 지역으로 만든 이명규 후보와 수성구에 공천을 신청했다 돌려막기식으로 공천을 받은 권 후보는 지역의 대표가 될 자격이 없다"고 두 후보를 공격했다.

최창희기자 cchee@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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