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무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의 민간인 불법사찰 문건이 공개되면서 11일 앞으로 다가온 총선 판도가 요동치고 있다. 야권은 이명박 대통령의 하야까지 거론하며 총공세를 폈고, 새누리당은 'MB(이명박) 정권'과의 거리 두기에 나서면서 파장이 어디까지 미칠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야권은 30일 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이 2천600여 건의 민간인 불법사찰을 자행했다는 내용의 문건이 폭로된 데 대해 맹비난을 퍼부었다. 총선 승리뿐 아니라 정권 교체의 촉매로 적극 활용하겠다는 전략으로 해석된다. 민주통합당 'MB새누리심판국민위원회' 박영선 위원장은 "대통령 하야를 논의해야 할 시점이 아닌가 싶다"고 주장했다. 또 문성근 최고위원은 "대통령의 책임이 있다면 여야 공동으로 탄핵 절차를 밟을 것을 제안한다"고 말했고, 한명숙 대표는 "이 대통령이 증거 인멸을 인지했는지 여부 등 사실 관계를 밝혀야 한다"고 말했다. 김유정 대변인은 "청와대를 지칭하는 약자인 BH가 범죄하우스임이 여실히 드러난 셈"이라고 꼬집었다.
야권 연대의 한 축인 통합진보당은 즉각 '청와대 민간인 불법사찰 대책위원회'를 구성했다. 페이스북에 '가카의 빅엿'이라는 표현을 올려 논란을 일으킨 서기호 전 판사가 위원장에 임명됐다. 우위영 대변인은 "이명박 대통령은 국민 앞에 석고대죄하고 스스로 권좌에서 물러나는 것만이 최선"이라고 가세했다.
새누리당은 논란이 일파만파로 커지면서 곤혹감을 감추지 못하는 분위기다. 당 내부에선 총선은 물론 박근혜 중앙선거대책위원장의 대권 가도에도 빨간불이 켜졌다며 우려하고 있다. 이상일 선대위 대변인은 "민간인 사찰 실태가 사실이라면 매우 충격적"이라며 "검찰 수사를 예의 주시할 것이며 수사가 미흡하다는 판단이 들면 다른 조치를 강구하겠다"고 말했다.
이상돈'조현정 등 외부 출신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들은 긴급 회동을 갖고 "청와대, 총리실 등 정부 중추 기관이 개입된 정황에 놀라지 않을 수 없다"며 "청와대의 즉각적이고도 분명한 해명이 있어야 국민들이 납득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사찰 대상이 된 새누리당 의원들이 더 있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있다. 박근혜 위원장도 그 대상이 아니었을까 생각하게 된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선제적 대응을 통해 이번 사건의 파장을 최소화하겠다는 계산이 깔린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 박근혜 위원장은 "그 일을 저지른 사람이 누구인지 상관없이 철저하게 수사해 책임 있는 사람은 엄벌해 아주 근절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는 원칙론을 강조했다. 당 일각에서는 이 대통령에 대한 탈당을 요구하는 등 현 정부와의 단절에 적극 나서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지만 여권에서 앞장서 확대할 경우 오히려 선거전에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란 반론도 제기되고 있다.
한편 청와대는 공식 입장을 내지 않은 채 여론 추이를 주시하고 있다. 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 차원에서 진행한 일인 만큼 청와대가 사건의 정황을 알 수 없는데다 현재 검찰 수사가 진행 중이라는 이유에서다. 청와대 관계자는 "검찰 수사가 끝나지도 않은 사안에 대해 대통령이 무슨 사과를 하느냐"며 정치 공세라는 반응을 보였다.
이상헌기자 davai@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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