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대한민국에서 경제성장을 말하는 사람은 없다. 19대 총선 승리를 위해 진흙탕 싸움을 벌이고 있는 정치권은 물론 일반국민도 그렇다. 모두들 복지만 얘기한다. 기획재정부가 한국개발연구원(KDI)에 의뢰해 성인 1천 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는 이를 잘 보여준다. 조사 결과 가장 시급한 중장기 정책 과제로 일자리 창출이 꼽힌 반면 성장 잠재력 확충은 맨 꼴찌로 밀렸다. 요약하자면 '선(先) 복지 후(後) 성장'이다.
이는 매우 모순된 의식이다. 복지 확대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돈이 있어야 한다. 그 돈은 국민 모두가 열심히 일해 경제 규모를 키워야 만들어진다. 곧 성장이 없으면 복지도 없다. 성장 없이 복지를 하려면 방법은 간단하다. 빚을 내면 된다. 그러나 그 종착점이 어디인지는 국가 부도 위기에 몰리고 있는 그리스가 웅변해 주고 있지 않은가.
물론 우리나라에서 성장이 국민의 삶의 질 향상으로 이어지지 않는 문제점은 분명히 있다. 최근 10년간 우리 경제는 연평균 4.1% 성장했지만 일자리는 1.2% 증가에 그쳤다. 무역 의존도가 90%에 육박하는 경제구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수출 대기업은 사상 최대 실적에 즐거운 비명을 지르는 사이 내수 산업과 중소기업은 죽어가고 있다. 이런 문제는 분배 정책 개선으로 풀 일이지 성장을 그만둔다고 해결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정치권은 이런 사실을 분명히 말해야 한다. 그러나 지금 정치권의 행태는 비겁하기 짝이 없다. 권력을 잡기 위해 복지 담론을 남발하면서 그 재원을 만들어 주는 성장은 금기시하고 있다. 성장 없이 복지를 누리겠다는 것은 일하지 않고 놀고먹겠다는 것과 같다. 공짜 심보다. 그런 의식 수준으로 복지국가가 건설된 예는 단 하나도 없다. 성장과 복지는 동전의 양면임을 우리는 잘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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