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링거 꽂은 주산지 왕버들, 얼마나 힘들었니?

뿌리 썩어 14그루 고사 위기…전문가 "물속 가둬둔 탓"

국립공원관리공단 주왕산관리사무소가 주산지 왕버들 복원에 안간힘을 쏟고 있다. 주왕산관리사무소 제공
국립공원관리공단 주왕산관리사무소가 주산지 왕버들 복원에 안간힘을 쏟고 있다. 주왕산관리사무소 제공

주산지를 배경으로 한 김기덕 감독의 영화 '봄 여름 가을 겨울 그리고 봄' 촬영지로 알려지면서 영화는 물론 TV 드라마와 CF 촬영 관계자, 사진작가들로 문전성시를 이뤄온 청송 주왕산 경내 주산지의 왕버들이 물속에서 하얗게 말라가고 있다.

국립공원관리공단 주왕산관리사무소가 최근 3년간 실태조사를 벌인 결과 청송군 부동면 이전리 주산지의 수령 100년 이상 된 왕버들이 현재 23그루만 남은데다 이 가운데 14그루가 고사 직전의 위기에 몰렸다는 것. 불과 10년 전만 해도 왕버들은 30여 그루에 달했고, 고사현상은 심각하지 않았다. 전문가들은 고사현상이 주산지 수위가 높아지면서 왕버들의 뿌리가 물속에서 썩고 있기 때문으로 보고 있다.

◆말라가는 왕버들

주산지는 1721년 조선 숙종 때 계곡에 제방을 쌓아 물을 가둬 농번기 때 쓸 수 있는 농업용 저수지 용도로 만들어졌다. 제방이 축조되기 전 이곳은 주산천이 흐르고 있었는데, 주산천 주위로 왕버들이 서식하다 제방 축조 이후 물속에 잠겨 물속에서도 잘 사는 나무처럼 보이는 것이다. 수목 전문가들에 따르면 버드나무는 일단 뿌리를 내린 후에는 물속에 줄기가 잠기더라도 썩지 않을 뿐 아니라 성장에도 아무런 지장을 받지 않는다고 한다.

주산지 밑 주민들은 농사를 짓기 위해 4월 중순∼5월 중순 모내기용으로 물을 사용해왔고, 주산지는 이 기간 잠시 물이 빠져 바닥을 드러낸다. 주산지 왕버들은 장마철에 물이 다시 찰 때까지 뿌리가 다져지고 그 다음 해가 될 때까지 살아갈 수 있는 힘을 얻게 된다. 주산지 왕버들은 이렇게 해서 100년이 넘도록 물속에서도 살 수 있었던 것이다.

황정걸 주왕산관리사무소장은 "영화 '봄 여름 가을 겨울 그리고 봄' 개봉 이후 한 해 관광객이 100만 명까지 늘어나자 관광객이 계속 찾을 수 있도록 물을 따로 빼지 않았다"며 "이로 인해 2m에 불과했던 주산지 수심이 4∼8m까지 높아졌다"고 말했다.

국립생물자원관 관계자는 "왕버들은 수면 위로 뿌리가 나와 어느 정도 호흡할 수 있겠지만, 큰 나무가 이렇게 장기간 연명하기는 힘들 것"이라고 설명했다.

일반 왕버들의 평균 수령은 300년인 반면 주산지 왕버들은 깊은 수심 탓에 70∼150년에 불과하다.

◆왕버들 살릴 방법은

청송군과 국립공원관리공단은 최근 수년 동안 주산지 왕버들 복원에 힘을 쏟고 있다.

군과 공단은 2009년부터 작년까지 2억여원을 투입해 후계목을 육성하는 한편 대체 저수지 조성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 하지만 대체 저수지 조성에 따른 재원(50여억원) 마련이 여의치 않은 실정이다.

공단은 다음 달부터 왕버들의 썩은 부위를 칼로 긁어낸 후 방수처리를 하고, 영양제도 투입할 계획이다.

황정걸 소장은 "당장 주산지에서 물을 빼는 일은 주민 생존권과 직접적으로 엮인 문제이기 때문에 고민이 많다"며 "대체 저수지 조성 등 주민과 원만한 협의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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