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교육과학기술부(이하 교과부)는 '대학 평가지표'를 통해 구조조정 대학을 선정하고 있다. 평가가 좋지 않은 대학은 학자금 대출을 제한하거나 정부 지원사업에서 불이익을 주는 방식으로 하위대학들을 압박하는 방식이다. 이는 저출산으로 학령인구보다 대학정원이 많아지는 부작용 때문에 대학이 부실화되는 것을 막겠다는 출구전략의 일환이지만 각종 지표라는 숫자에 연연해 천편일률적인 잣대를 학문에 적용함에 따른 부작용 역시 적지 않다.
이 중 대표적인 것이 '취업률' 지표인데 대학 평가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취업률을 향상하기 위해서는 모순이 발생한다. 우선 국내의 일자리 수요는 정해져 있는데 대학끼리 취업률 경쟁을 한다는 것 자체가 서로 뺏고 빼앗기는 적자생존의 법칙에 해당하여 무한경쟁만을 요구하고 있다. 또한, 이 취업률은 4대 보험 가입이 되는 사업장만을 대상으로 하는데 해당 학문분야의 구조 자체가 특수하거나 영세한 경우 직격탄을 맞게 되어 있다.
그러한 학문 중 대표적인 분야가 예술계열이며 필자가 몸담은 '영화학'은 그 중심에 있다. 영화 계열 졸업생은 전공분야를 포기하지 않는 한 취업을 해도 교과부의 취업률 계산에 포함되지 않는다. 4대 보험 가입이 가능한 직장이 전무하기 때문이다. 일 자체의 특성이 프리랜서에 가까워 대부분의 취업은 단기계약 형식이 되는데 덕분에 각 대학의 전체 학과 중에서 영화학과는 늘 취업률 하위권에 속하게 되어 학내의 천덕꾸러기로 전락하고 있다. 그 결과 많은 대학은 교과부의 구조조정 칼날을 피하고자 영화학과 자체를 폐과하거나 다른 학과와의 통폐합을 유도하고 있는 실정이다.
물론 시대나 사회구조의 변동에 따라 학문의 도태는 받아들일 수 있다. 그러나 해당 사례는 졸업생들이 멀쩡하게 사회에 나가 자신의 전공분야에 취업하고 있고 정부 역시 문화 강국을 외치고 있는 가운데 그 기초 근간을 뿌리째 흔드는 행위가 너무 쉽게 용인되고 있다는 점에서 매우 억울하고 안타깝다. 학문의 특수성에 관한 이야기를 꺼내려고만 해도 안 힘든 분야가 어디 있느냐는 비난과 안 하면 그만인 것 아니냐는 폭력적인 논리가 되돌아오고 대학은 급한 불을 끄기에 급급하다. 전공분야 취업을 취업률에 반영하면 끝나는 문제를 교과부의 학문에 대한 몰이해 때문에 소모적인 논쟁이 유발되고 해당 분야는 고사위기에 봉착해 있는 것이다.
이에 대한 대책이라고 최근 교과부에서 내놓은 것이 예술계열 학생이 졸업 후 사업자등록을 하고 소득세액을 증빙하면 취업으로 인정하거나 도서를 출판하는 등의 영리활동을 인정하겠다는 것인데 이 역시 갓 대학을 졸업한 20대 중반의 젊은이가 꼭 그렇게 해야 할 이유가 있는 것인지 묻고 싶다.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시대 상황의 변화에 따른 대학의 혁신은 반드시 필요하다. 그러나 학생 개개인의 특성이나 미래와는 전혀 무관한 숫자놀음에 지나지 않는 지표 관리와 개혁정책이 교육적으로 바람직한 것인지 그리고 특정 학문이 인위적인 조정이나 잘못된 판단으로 사라졌을 때 그 책임을 교과부는 질 수 있는지 또한 묻지 않을 수 없다.영산대 영화영상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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