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뮤직토크(69)] 한국 인디음악의 이정표-언니네 이발관(하)

5집 '가장 보통의 존재', 한국 모던록 최고 음반

데뷔앨범 '비둘기는 하늘의 쥐'의 성공에 고무된 '언니네 이발관'은 2년 동안 공을 들인 2집 앨범 '후일담'을 공개한다. 하지만 앨범은 대중과 평단의 외면을 받고 멤버 간의 불화까지 겹치면서 밴드는 기약 없는 휴지기에 들어간다. 표면적으로는 활동 중단이었지만 팬들은 해체로 생각했고 평단은 오랜만에 등장한 실력 있는 밴드가 사라지는 것을 아쉬워했다.

하지만 2000년대 들어 인디음악이 하나의 문화로 자리 잡기 시작했고 언니네 이발관의 2집 앨범은 재평가를 받게 된다. 앨범에 수록된 '어제 만난 슈팅 스타'와 '꿈의 팝송' 같은 곡들이 라디오 전파를 타고 음악차트에서 상위에 랭크된다. 인디음악을 생소하게 여기던 대중들에게도 언니네 이발관이라는 이름이 알려지게 되고 인터넷을 통해 밴드의 활동 재개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진다.

음악과 관련 없는 회사원으로 지내던 이석원은 다시 언니네 이발관을 개장할 준비를 한다. 원년 멤버와 세션으로 참여했던 멤버들로 새롭게 정비된 밴드는 기존의 기타 중심 음악에 신시사이저를 수용한 신시팝, 발라드, 심지어 1970년대 스쿨 밴드 사운드까지 수용한다. 모던록 종합세트라는 이야기를 들으며 공개한 3집 앨범 '꿈의 팝송'은 4년을 기다린 팬들뿐만 아니라 새롭게 인디신에 발을 담근 팬들을 흥분시킨다. 음반시장 몰락의 전조를 예고한 2002년에 초도 물량 1만5천 장이 선주문으로 매진됐을 뿐 아니라 쇼케이스에는 예상보다 많은 인파가 몰려 사인회가 취소되는 소동이 있기도 했다. 특히 3집 앨범은 이후 수많은 모던록 밴드의 등장과 인디레이블이 등장하는 중요한 이정표가 된다. 또 언니네 이발관을 거쳐 간 멤버들의 활동도 주목할 만하다. '데이트리퍼' '윈디시티' '줄리아하트' '로우다운 30' '조이박스' 같은 밴드들은 언니네 이발관 출신 음악인들이 참여하여 독창적인 음악스타일을 선보이면서 한국 인디신의 중심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언니네 이발관은 지금까지 5장의 정규 앨범을 공개했다. 특히 5집 앨범 '가장 보통의 존재'는 한국 모던록 역사상 가장 뛰어난 음반으로 평가받기도 하는데 가사와 작곡, 사운드 등 음반을 구성하는 모든 요소에서 높은 완성도를 보인다. 상업적 성과는 차치하고 한국에서 이런 수준의 앨범이 나올 수 있었다는 사실이 놀랍다. 그리고 이런 앨범이 대단한 연예기획사나 선진적인 문화 정책으로 만들어진다고 알고 있는 사람들에게는 더 놀라운 일일 것이다.

권오성 대중음악평론가 museeros@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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