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 부끄러운 대구경북

하도(下道)라는 말이 있다. 요즘에는 잘 쓰이지 않지만, 예전 안동, 영주의 양반들은 경상도 아래쪽 지역을 '하도'라고 부르곤 했다. '상놈'이 사는 곳이라는 의미다. '하도'에는 물론 대구도 포함돼 있었다. 원래는 한양에서 멀리 떨어진 충청도 경상도 전라도를 가리키는 뜻으로 쓰였다. 그 말 속에는 권력 중심지에서 떨어져 사는, 힘없는 '촌놈'을 무시하는 뉘앙스가 깔려 있었다. 결국 '하도'라는 말은 '촌놈' '상놈'을 지칭하는 것이다.

며칠 앞으로 다가온 이번 총선의 판도를 지켜보면 '하도'라는 말이 계속 머리에서 맴돈다. 대구경북지역은 '하도일 수밖에 없는가'라는 생각이 들어서이다. 대구경북에서 새누리당이 싹쓸이할 기세다. 일부 지역에서 접전을 벌이고 있다지만, 야당이나 무소속 후보들이 그다지 유리한 상황은 아니라고 한다. 주말에 큰 이변이 없다면 새누리당이 전석을 차지할 가능성이 높은 것이다. 27대 0. 이럴 경우 '해도 해도 너무한다'는 비난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 대구경북 사람들이 다른 지역에 갔다가 얼굴 들고 다닐 수 있을지 모르겠다. 광주에서도 새누리당 후보가 선전을 하고 있는데 대구경북에서는 힘조차 쓰지 못했다고 하면 얼마나 부끄러울 것인가.

찍어 줄 후보가 없어서 여당 후보에게 투표했다고 하더라도 변명이 될 수 없다. 의석수가 대구 12개, 경북 15개나 되는데 새누리당 후보를 제외하고는 찍어줄 만한 인물이 없다고 한다면 어불성설이다. 야당'무소속 후보 중에 정상적인 상황이라면 압도적인 1위를 차지한다고 해도 그리 손색 없는 기량을 갖춘 이들이 여럿 있다.

특정 정당의 독식은 스스로 독약을 마시는 것과 마찬가지다. 유권자의 권리를 포기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 손쉽게 이긴 후보는 절대 유권자들에게 충성할 리 없다. 이런 현상은 투표일을 코앞에 둔 일부 새누리당 후보들에게도 나타난다. 승리를 장담하고 선거운동을 게을리하는 이들이 꽤 많다. 다른 후보들은 새벽부터 주요 교차로에서 인사하고 손을 흔드느라 정신없는데 얼굴조차 보이지 않는 이들도 있다. 이들은 일정도 최대한 줄이고 잠도 충분히 잔다고 한다. 열심히 하지 않아도 이기는데 힘들여 선거운동을 할 필요가 없다는 태도다. 괘씸한 소행이다. 지역민들의 현명한 선택이 무엇보다 필요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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