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승자 독식 이제 그만! 개인·사회 공동번영 해법은?

경쟁의 종말/로버트 프랭크 지음/안세민 옮김/웅진하우스 펴냄

최근 경제성장률은 매우 낮았고, 소득 양극화는 심화되었다. 상류층의 호주머니는 계속 불어난 반면에 물가인상을 감안한 노동자의 실질 임금은 오히려 마이너스이다. 그리고 중산층은 빚에 시달리고 있다. 승자들이 모든 부를 독식하고 또 그 영향으로 사회 전체를 위기에 빠뜨리는 비극을 더 이상 되풀이 하지 말고, 부자와 가난한 자, 개인과 사회 모두가 행복해질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는 주장이 점차 거세지고 있다.

1995년 '승자독식사회'(Winner-Take-All-Society'필립 콕 공저)로 주목을 받았던 저자(미 코넬대 교수)는 미래의 경제질서는 경쟁이 아닌 분배라고 말한다. 잘 작동하는 경쟁시장 시스템이 사회에 바람직한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는 주장에 일침을 가하고, 효율적 분배를 통해서만 경제적 파이를 키우고, 부채를 줄이고, 더 나은 복지를 실현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지금껏 시장 경제를 지배해온 애덤 스미스의 '보이지 않는 손'은 이론일 뿐 현실은 아니라는 것이다.

경제 위기를 불러올 정도의 심각한 낭비는 공공부문이 아닌 민간부문에서 발생한다. 애덤 스미스의 보이지 않는 손에 대한 자유주의자들의 믿음은 한 사람의 소비가 본질적으로 다른 사람들의 소비와 무관하다는 가정을 전제로 하고 있다. 그러나 실제는 다른 사람들의 과시적 소비가 결정적인 인센티브가 되어 엄청난 낭비를 초래하게 된다. 각종 기념일, 주택 구입, 결혼식 등에 쓰이는 비용이 점점 늘어나는 것이다.

수십 년 동안 소득이 폭발적으로 늘어난 상위 계층에서 이런 소비를 주도했고, 이러한 소비패턴이 소득 증가가 별로 이루어지지 않은 중산층으로, 또 더 소득이 낮은 계층으로 확산되었다. 이런 '지출연쇄작용'이 경제 위기를 불러온 중요한 요인 중 하나라는 설명이다.

진화주의자 찰스 다윈은 자유주의자들의 문제 해결 방식인 경쟁 과정 자체에 내재된 문제를 정확하게 지적했다. 자연선택 이론은 때로 개체와 집단의 이해관계가 일치할 수 있고, 이 경우 종종 보이지 않는 손의 원리가 작동할 때와 같은 결과를 얻는다는 사실을 인식했다. 하지만 때로는 개별 동물의 이해관계가 종족 전체의 이해관계와 크게 상충하는 결과를 초래한다는 사실 또한 인식했다.

수컷 말코손바닥사슴의 뿔은 외부 포식자에게 맞서는 무기가 아니라 번식 경쟁에서 승리하기 위한 무기이다. 큰 뿔을 가진 수컷들은 번식경쟁에서 승리할 가능성이 큰 만큼, 큰 뿔을 가진 돌연변이가 빨리 퍼져간다. 그러나 개별 말코손바닥사슴의 입장에서는 번식 적합성이 높아지지만, 종족 전체에는 참담한 결과를 가져오게 된다. 뿔이 커지면서 숲이 우거진 지역에서 기동력이 떨어지고 결과적으로 천적에게 잡아먹힐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수컷들의 뿔 경쟁에서는 상대적인 크기가 중요하기 때문에 모든 사슴이 뿔의 크기를 절반으로 줄인다면 개별 사슴들도 손해 보지 않고, 집단에게도 유리하다. 그런데 아무런 규제도 없는 무한경쟁 세계에서 어떤 사슴도 그렇게 하지 않는다.

저자는 몰락한 중산층과 사회를 살릴 수 있는 방안으로 ▷지위 경쟁으로 인한 낭비적인 소비를 줄일 수 있는 누진소비세 도입 ▷저소득층에게 필요한 소득의 직접 이전 ▷타인에게 해를 끼치는 행위에 대한 세금 부과 등을 제시하고 있다. 352쪽, 1만5천원.

석민기자 sukmin@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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