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상 존재하는 최고의 악기는 인간의 목소리라고 한다. 언제 어느 때든 쉽게 음악을 즐길 수 있고, 감정의 변화에 따라 다양한 변화가 가능하다. 무엇보다 가사를 전달해 낼 수 있는 유일한 악기라는 점에서 목소리는 단연 최고의 악기일 수밖에 없다.
최근 '슈퍼스타K' '위대한 탄생' '보이스 코리아' 등 오디션 프로그램이 인기를 끌면서 '보컬 트레이닝'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특히 오디션 프로그램 참가자들 중 상당수는 언뜻 보기에는 일반인처럼 보이지만 상당수는 보컬 트레이닝을 거친 가수 지망생이라는 점이다. 이런 사실이 알려지면서 '나도 노력하면 가수가 될 수 있을까?'라는 기대를 갖고 조심스레 보컬 트레이닝 과정에 도전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오디션 열풍, 밀려드는 보컬 수강생
직장인 이수민(26) 씨는 지난해 10월부터 보컬 레슨을 받기 시작했다. 그가 보컬 트레이닝을 시작한 것은 삶의 새로운 활력소를 찾기 위해서였다고 했다. 취미생활로 매주 일요일마다 축구를 즐겼지만 회사 사정상 일요일에도 출근해야 할 상황이 되면서 더 이상 축구를 할 수 없게 됐다. 그는 다른 취미를 찾다 노래에 도전하게 된 것. 이 씨는 "막연히 노래를 하고 싶다는 어릴 적 꿈이 있었는데 요즘 노래를 배우면서 음악에 대한 열정도 더해지고 있다"며 "언젠가는 직업으로 음악을 할 수 있는 그런 사람이 되고 싶다는 욕심도 생겼다"고 했다.
고등학교 2학년 길대호(17) 군은 실용음악과 입학을 꿈꾸는 보컬리스트 지망생이다. 중학교 때부터 합창단과 밴드 활동 등을 통해 특출난 노래 실력을 발휘해 온 그는 "상업적 연예인이 되기보다는 내 목소리를 가진 뮤지션이 되고 싶다"고 당찬 포부를 밝혔다. 길 군은 "레슨을 받으면서 내 목소리만이 가진 개성을 좀 더 살리고, 음역대가 넓어지며, 곡마다의 창법이 좀 더 세부적으로 다듬어지는 것을 느낄 수 있다"고 했다.
'보컬 트레이너'라는 직업이 국내에 본격적으로 등장한 것은 2000년 이후의 일이다. 립싱크를 하는 '금붕어 가수'에 대한 반감이 높아지면서 춤이나 쇼를 강조하던 아이돌 가수들도 보컬 트레이너를 찾는 발길이 늘어난 것이다.
하지만 일반인들과는 거리가 멀었던 보컬 트레이너가 최근 급부상한 것은 오디션 프로그램 덕택이다. 특히 목소리만으로 본선 진출자를 뽑는 블라인드 오디션 프로그램 Mnet '보이스 코리아'에는 MBC '위대한 탄생' TOP 3에 올랐던 셰인의 보컬 트레이너 장정우 씨, 가수 린이 "이분의 목소리를 듣고 그대로 녹음했다"고 말한 보컬 트레이너 김지은, 장은아, 서혁신, 이찬미 씨 등 주목할 만한 현직 보컬 트레이너들이 줄줄이 등장하면서 보컬 트레이너에 대한 대중들의 관심을 증폭시켰다.
이렇게 오디션 프로그램이 우후죽순 생겨나면서 보컬 레슨을 받으려는 학생들도 급증하고 있다. 지난해 10월 문을 연 MBC뮤직스쿨의 경우 전체 수강생의 40% 정도가 보컬 강좌 수강생일 정도다. 김정훈 MBC뮤직스쿨 동아쇼핑점장은 "뒤늦게라도 어릴 적 꿈을 찾아 직장인 밴드 보컬로 활동해 보고 싶다는 이들부터, '엄마는 왜 노래를 못해?'라는 딸의 지적에 수강신청을 했다는 주부, 연인에게 멋있는 프러포즈를 하기 위해 노래를 배우기 시작했다는 남성까지 저마다의 사연이 다양하다"며 "취미로 노래를 배우려는 이들과 장래 직업으로 노래를 생각하는 학생 수강생들이 6대 4 정도의 비율"이라고 밝혔다.
◆호흡과 발성, 음정 잡기는 기본
보컬 트레이닝은 과연 어떤 식으로 진행되는 걸까? 기자가 직접 트레이닝에 도전해보기로 했다. 지도는 대구 MBC뮤직스쿨 본점장을 맡고 있으면서 대신대 외래교수와 메인 스트림 밴드(Main Stream Band) 보컬로 활동하고 있는 이건 씨가 맡았다.
목소리라면 좀 자신 있다는 기자였지만 왠지 선생님 앞에만 서면 주눅부터 드는 것은 본능일까? 더구나 파워풀한 피아노 소리에 허스키하면서도 감미로운 그의 목소리를 듣는 순간 그냥 얼어붙고 말았다. 더구나 이날 감기까지 걸리면서 사실상 노래 연습은 불가능한 상태. 그래서 가장 기본기가 되는 호흡법과 발성법에 대한 이론수업부터 시작했다.
호흡은 흔히 말하는 '복식호흡'. 여기에 대해 재미있는 이야기가 이어졌다. 이건 씨는 "복식호흡은 사실상 배로 하는 호흡이 아니라 횡경막으로 하는 호흡"이라고 설명했다. 배에 공기를 집어넣는다는 것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결국 횡경막을 아래쪽으로 최대한 끌어당겨 폐에 집어넣을 수 있는 공기의 양을 늘리는 것이 복식호흡이라는 설명이다.
호흡을 약하고 고르게 오랫동안 뱉어내는 연습도 했다. "쓰~" 하고 조금씩 공기를 뱉어내면서 호흡이 흔들리지 않고 오래 이어지도록 하는 것이다. 기자가 할 수 있는 시간은 40초 남짓. 선생님은 "호흡을 길게 하는 것이 노래의 기본이 된다"며 "평소에도 계속 복식호흡에 신경 쓰고 조금씩 늘려가다 보면 1분 30초 정도는 거뜬히 호흡을 내뱉을 수 있게 된다"고 했다.
이후 시작된 스케일 연습. '도레미파솔'을 조를 바꿔가며 정확한 음정을 내는 것이다. 처음에는 진성으로 시작했다가 이것이 자연스러워지면 흉성과 비성, 두성, 가성을 자유자재로 넘나들 수 있도록 충분히 연습을 해야 한다고 했다. 이건 씨는 "이, 아, 에, 오, 우 등 각자의 높이를 가진 발음을 가지고 연습을 하면 훨씬 효율적으로 흉성과 비성, 두성을 트레이닝할 수 있다"고 밝혔다. 최근에는 발성 연습을 위한 인터넷 동영상 교재들도 많으니 이를 참고해도 좋다. 이건 씨는 "팝이나 록 등 대중가요를 부르는 보컬리스트는 다양한 스타일의 곡을 소화해야 하기 때문에 특정 음역만 부르도록 파트가 나눠져 있는 성악가들보다 훨씬 넓은 음역대를 표현할 수 있어야 한다"고 했다.
수업 중 이건 씨가 돌발질문을 하나 던졌다. 노래를 잘하려면 한 곡에 담겨 있는 보컬, 피아노, 기타, 드럼, 베이스 등 다양한 소리 중에서 무엇에 가장 귀를 기울여 들어야 할까? 상당수 사람들이 '보컬'이라고 답할 것이다. 기자 역시. 하지만 이건 씨는 "드럼과 베이스 소리에 집중하는 훈련을 해야 한다"고 했다. 음악의 가장 기본이 되는 박자와 리듬감을 맡고 있고, 코드의 기본음을 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는 "음악만 충실히 들어도 한결 노래를 배우기가 쉬워진다"고 강조했다.
◆표현력이 관건
사실 노래를 배우기 위한 학원은 과거에도 있었다. 특히 길을 걷다 보면 '음치교정학원'이라는 간판을 간혹 찾아볼 수 있었지만 요즘은 거의 없어진 상황. 이건 씨는 "최근에는 음치의 비율이 눈에 띄게 줄어든 것으로 본다"며 "노래방 등의 문화가 확대된 까닭이라고 보는 이들도 있지만 가장 큰 이유는 아마 음악을 접할 수 있는 기회가 워낙 폭넓어지면서 음정, 박자에 대한 체득화가 이뤄질 기회가 많아졌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음치교정 방법 중 하나로 꼽히는 '양동이 뒤집어쓰기'는 자신의 소리를 잘 듣도록 하기 위한 특단의 대책으로, 사실 노래만 유심히 잘 들어도 음치 치료에 상당한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노래교실은 최근에도 각종 문화센터의 필수 강좌로 자리 잡고 있다. 1990년대의 한때를 풍미했던 TV프로그램 '주부가요열창'의 여파로 여기저기 노래 강습소가 생겨나고, 문화센터에서 노래강사의 몸값도 한껏 치솟았던 것.
하지만 요즘은 일대일 레슨 방식의 전문적인 보컬 트레이닝이 대세로 자리 잡고 있다. 강사들의 실력도 한결 향상됐다. 단순히 타고난 노래 실력이 좋은 사람뿐 아니라 이론지식까지 체계적으로 갖춘 전문가들이 대거 배출되고 있기 때문이다. 각 대학마다 '실용음악과'가 신설되고 있고, 장래 뮤지션을 꿈꾸는 젊은이들이 크게 늘면서 생겨난 변화다. 특히 실용음악과 가운데서도 '보컬' 전공은 수백대 일의 높은 경쟁률을 기록할 만큼 높은 인기를 구가하고 있다.
하지만 노래를 잘하기 위한 비법으로 전문가들이 무엇보다 강조하는 것은 '자신의 목소리를 찾고 감성을 표현하는 법을 배우라'는 것이다. 기본기야 당연히 바탕이 돼야겠지만, 사람들에게 공감을 불러일으킬 노래를 할 수 있는가는 결국 '감성'에 있다는 것. 이건 씨는 "대부분 보컬트레이너가 노래의 '기술'을 가르쳐 준다고 생각하지만 결국 노래는 얼마나 자신만의 직'간접적인 풍부한 경험들로 사람들에게 감정을 잘 전달해 낼 수 있는가가 관건"이라고 밝혔다.
한윤조기자 cgdream@msnet.co.kr
사진'김태형기자 thkim@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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