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TO, FTA 등으로 전 세계 관세와 비관세 장벽이 완화되고 있다. 농산물도 시장 환경이 개방 확대로 빠르게 바뀌고 있다. 농산물의 소비 패턴도 고급화, 다양화되면서 양적 소비에서 질적 소비로 변하고 있고, 가공 및 외식 수요가 늘어나고 있다. 이에 따라 고품질 농산물의 안정적 공급이 농가 경쟁력의 중요한 키워드로 자리 잡고 있다.
이런 대내외적인 시장과 소비 환경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농업인들의 자세 변화가 필수적이다. 외국 농산물과 경쟁하기 위해서는 더더욱 차별화된 품질 관리가 요구된다. 이런 점에 착안하여 2009년부터 서울 가락동 농수산물 도매시장과 양재동 화훼공판장에 출하되는 채소, 과일, 화훼류 중 품목별로 최고 가격을 받는 농업인들의 생산 및 마케팅 우수 요인을 분석한 적이 있다.
경북 청도의 한 농업인은 팽이버섯만으로 360억원의 매출을 올린다. 240명을 고용하고 있고 신지식농업인으로서 500만불 수출탑을 수상하기도 했다. 이 농업인은 무농약 인증을 통해 환경친화적이고 정말 믿을 수 있는 버섯을 생산하는 농업인으로 평가되고 있다. 아울러 버섯단체를 운영하면서 버섯의 대중화, 고급화, 브랜드화를 선도하고 있다.
전남 진도의 한 농업인은 봄동만으로 25억원 정도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양보다는 질로 승부한다는 목표를 가지고 완숙 퇴비 사용, 품질 향상, 철저한 선별, 포장 관리 등 품질 관리에 역점을 둔다. 특히, 봄동 재배의 핵심이 토양 관리에 있다고 보고, 유기질 비료를 중심으로 토양 관리를 하면서 화학비료는 일절 사용하지 않고 있다.
고구마 재배도 토양 관리가 가장 중요하다고 보고 완전 부숙된 퇴비만 사용하는 농업인이 있다. 충남 논산의 이 농업인은 고구마 생산을 통해 30억원대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그는 밤고구마, 호박고구마, 황금고구마를 일정 비율로 재배하여 출하 시기를 분산한다. 신품종에 대한 연구와 열정도 뛰어난 고구마 박사로 알려진 사람이다.
토양 관리가 중요한 다른 품목은 당근이다. 제주도의 한 당근 생산 농업인은 철저한 토양 관리를 통해 타지역보다 높은 당도(9~12브릭스)의 당근을 생산한다. 당근 한 품목만으로 20억원의 매출을 올린다. 옥(玉) 당근이라는 브랜드는 최고 품질로 인정받아 통명 거래가 가능할 정도로 시장 신뢰도가 높다.
경남 의령의 한 농업인은 양상추로 10억원의 매출을 올린다. 토양 관리, 수분 관리, 온도 관리를 고품질 양상추 재배의 핵심으로 본다. 수확 후에는 우수한 선별로 높은 인지도를 형성하고 있다. 특히 병흔이 있는 상품은 과감하게 자체 폐기하여 신뢰도를 높인다. 수도권 도매시장과 직거래, 외식업체 등 출하처를 다변화시키는 마케팅 역량을 발휘하기도 한다.
강원도 평창의 한 농업인은 감자 생산으로 15억원의 매출을 올린다. 그는 감자의 경우는 품종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특히 씨감자 선택이 매우 중요하다고 본다. 감자를 연작하면 바이러스 병이 발생하여 생산성이 떨어지기 때문에 바이러스에 감염되지 않은 무병 종자를 고르는 것이 핵심이라는 의견이다. 연작 피해를 방지하기 위해 계분, 왕겨, 톱밥을 섞어 배합한 퇴비를 사용한다. 수확 후 관리에도 신경을 써서 일부는 밭에서 출하하지만, 나머지는 저장 창고에 보관하여 출하를 조절한다.
경기도 화성의 한 농업인은 호접란 생산으로 약 10억원의 매출을 올린다. 그는 빛, 물, 온도 관리가 고품질 호접란 생산의 핵심이라고 말한다. 출하 시에도 우수 상품만 엄선하여 출하하기 때문에 최고 품질만 출하하는 농가로 인식되어 통명 거래가 가능하다는 평가다.
이상의 전국 농업인들의 경영 사례에서 보듯이, 시장에서 최고 가격을 받고 높은 매출액을 올리는 선도 농업인에게는 공통점이 몇 가지 있다. 먼저 생산 면에서는 토양 관리라는 기본에 충실하다. 유통 면에서는 시장과 자주 소통하면서 소비자가 원하는 농산물을 출하한다. 고객의 신뢰 획득이라는 가장 중요한 핵심을 꿰뚫고 있다. 결국 시장이 요구하는 농산물을 생산하고 지속적으로 출하하면 충성스러운 고객이 형성된다.
그리고 이들은 끊임없이 공부하고 혁신한다. 정부에 의존하기보다는 스스로 돕는다는 자조 정신이 투철하다. 다른 농업인들이 반드시 본받아야 할 요소들이다. 이런 힘들이 모이면 FTA 등 개방의 높은 벽도 거뜬하게 넘을 수 있을 것이다.
나승렬/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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