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장모(26'여) 씨는 밤거리를 걸을 때마다 불안감에 떤다고 했다. 수 개월 전 겪은 끔찍한 경험 때문이다. 늦은 밤 집 현관 앞에서 한 남성이 갑자기 장 씨를 끌어안고 입을 막았다는 것. 장 씨가 격렬하게 저항하자 남성은 도주했다. 남성을 쫓아가던 장 씨는 다급하게 112신고센터에 전화를 걸어 근무자에게 장소를 설명해도 도무지 알아듣지 못했다는 것.
결국 경찰은 20분 후 도착했고 남성은 이미 자취를 감춘 뒤였다. 장 씨는 "그 사건 이후로 절대 밤길을 혼자 걷지 않는다"며 "경찰에 대한 믿음도 함께 사라졌다"고 털어놨다.
이달 1일 경기 수원 20대 여성의 토막 살해 사건을 계기로 범죄 피해 신고와 가장 밀접한 112신고센터의 대응시스템에 대한 시민들이 불신이 증폭되고 있다. 피해 여성이 112신고센터 근무자와 1분 20초나 통화하며 구체적인 위치를 지목했지만 경찰은 장소를 찾지 못했고, 이후 6분 16초 동안 피해자가 다급하게 "잘못했어요. 악-악-악"하는 비명을 반복해서 질렀는데도 112신고센터 근무자들은 "주소가 어디냐"고 묻거나 "부부싸움 같다"는 어이없는 대꾸만 한 것으로 드러났다.
시민들은 112신고센터에 대한 믿음을 갖지 못하고 있다. 직장인 김모(50'대구 달서구 월성1동) 씨는 "이번 사건으로 112신고에 대한 신뢰가 사라졌다"며 "관료주의에 빠진 경찰의 위기관리 능력이 정말 취약하다. 긴급상황이 터졌을 때 빠른 대처가 가능할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경기도 수원 사건을 계기로 112신고센터 신고접수 요원들의 전문성 강화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다. 범죄 신고 대처 요령 등에 대한 전문 교육이 없다시피한데다 근무 연한도 짧기 때문이다. 신고접수 요원의 경우 경찰교육원에서 2주간 기본교육을 받아야 한다. 그러나 실제 교육을 이수하는 경우가 거의 없다는 것이 경찰의 설명이다. 112신고센터에 배치한 뒤 교육을 사후에 받도록 하고 있지만 빠듯한 근무 인원과 업무량에 치여 교육받을 엄두를 내지 못한다는 것.
실제 대구경찰청의 경우 신고접수 요원 24명 중 교육을 받은 요원은 2명에 불과하고 근무 기한도 짧은 편이다. 대구경찰청은 올 1월 신고접수 요원 중 절반을 교체했다. 그러나 신고센터 근무 경력이 1년 이하인 직원이 대부분이다. 3~5년 근무한 직원은 5명에 불과하다.
이에 비해 미국의 911신고센터 상담요원의 경우 1년간 상담요원 프로그램을 이수하거나 자격증을 소지해야 한다. 또 현장 투입 전 6~8개월 간 현장 교육도 실시한다. 미국'영국 등은 신고자의 목소리나 표현의 다급한 정도로 위험도를 판단하는 교육도 철저히 받도록 하고 있다.
한편 경찰은 문제가 드러난 112신고센터와 상황실의 운영체계를 전면 개편키로 했다. 조현오 경찰청장은 7일 열린 '전국경찰 화상회의'에서 "청장으로서 책임을 통감한다. 112신고센터와 경찰서 상황실 운영체계를 전면 개편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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