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한준희의 교육 느낌표] 토요논술학교에 대한 목소리

정책을 실천하는 것은 언제나 어렵다. 하나의 정책이 시행되면 많은 목소리가 들려온다. 아이들을 대상으로 하는 것은 더욱 그렇다. 공교육에서 논술을 감당해야 한다는 믿음과 함께 학교논술수업의 모형을 완성하고 싶어 대구통합교과논술지원단을 조직, 토요논술학교를 열었다. 하지만 내 의도와는 달리 서로 다른 마음을 지닌 목소리들이 나에게로 달려와서 내 속에서 자기들끼리 싸운다.

목소리 하나. "안녕하세요? 토요논술학교 담당 장학사님이죠?" "네. 누구십니까?" "고등학교 학부모입니다. 신문을 보니 토요논술학교가 시작되었군요." "네. 학교의 신청을 받아 개강했습니다." "그런데 제 아이가 신청을 못해서 방법이 없을까 연락드렸습니다." "죄송합니다. 이미 반 편성이 완료되어 추가 신청을 받을 수가 없네요."

"기회를 갖지 못한 아이들은 이런 교육의 혜택을 볼 방법이 없잖아요." "모든 아이들에게 교육의 혜택을 주지 못한 점, 죄송하게 생각합니다. 하지만 교육청이 수용할 수 있는 범위가 있으니까요. 그 부분은 아무래도 학교가 해결해주어야 할 것 같습니다."

"학교에선 논술과 관련된 계획은 없다고 하면서 다른 학교도 마찬가지일 거라고 하던데요. 그러면 아이를 학원에 보내라는 말이냐고 물으니 그건 자신들이 답변할 문제가 아니라고 해요. 고등학생이 두 명인데 학원비가 어느 정도인지 아시나요? 정말 답답합니다." "네. 저도 말씀을 들으니 답답하네요. 지금 제가 도와드릴 수 있는 일이라면 도와드리겠습니다."

"학교에 전화해서 논술 좀 하라고 말씀해 주세요. 주변의 학교와 연계해서 운영할 수도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저녁에 11시 30분까지 아이들을 잡고 있으면서 논술 프로그램과 같은 과목을 개설하는 건 학교의 당연한 책무라고 생각합니다." "교육청은 말 그대로 학교 교육을 지원하는 곳입니다. 학교에 지시하거나 강요할 수는 없습니다. 학교에도 나름대로의 어려움이 있겠지요. 오히려 학부모님께서 좋은 의견을 학교에 직접 말씀하시는 편이 더 좋을 것 같습니다." "아닙니다. 별로 기대하지 않습니다. 그냥 하도 답답해서 푸념을 했습니다. 미안합니다." "바로 도움을 드리지 못해서 마음이 무겁습니다. 저도 방법을 찾아보겠습니다."

통화가 끝나고 한동안 일이 손에 잡히지 않는다. 얼마나 답답하실까? 학부모의 요구를 모두 들어줄 수 없는 학교 현장의 어려움을 알면서도 괜히 선생님들이 원망스럽다.

전혀 다른 성격의 목소리 또 하나. 처음부터 아주 불쾌한 어조로 따지듯이 묻는다.

"토요논술학교 담당자이십니까?" "네. 그렇습니다." "토요논술학교 수강료는 얼마나 되나요?" "무료입니다." "수업은 누가 하나요?" "현직 선생님들이 합니다." "선생님들이 무슨 논술수업을 합니까? 전문성은 있습니까?" "그러면 누가 수업을 해야 하나요? 저는 선생님들이 최고의 전문가라고 생각합니다."

"최고의 전문가인데 왜 공짜로 하나요?" "여긴 학교 교육이니까요. 그건 교육청의 당연한 책무이기도 하고요." "아이들에게 별로 도움이 안 되는 그런 거 하지 마세요. 왜 교육청이 나서서 그런 일을 하는 겁니까?" "도움이 되는지 아닌지는 아이들이 판단하겠지요? 그런데 그런 말씀을 하시는 선생님은 누구세요?" '뚜뚜뚜…'

이 세상에는 많은 사람들이 서로 다른 풍경으로 살아가니까 그럴 수도 있다 하면서 마음을 진정하려고 하는데도 불쾌한 기분은 오래 지속된다. 어쩌면 이런 목소리는 대한민국이란 나라에서만 존재할 수 있는 형태의 목소리이다. 제도권 교육에서, 그것도 아이들에게 지금 현재 필요한 교육을 제공하는 것이 왜 질타의 대상이 되어야 할까. 사교육 업체가 주식시장의 우량기업으로 숨 쉬는 나라. 본말이 전도된 교육의 풍경이 한없이 쓸쓸했다. 누구의 표현을 빌리자면, '말하여질 수 없는 것들의 절벽'이 거기에 있었다.

한준희 대구시교육청 장학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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