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최종문의 펀펀야구] 코와 포수

얼굴의 한가운데 위치한 코는 충직하고 정직하며 용감하면서도 배려심 또한 깊다.

주인이 잠이 들면 눈과 귀, 입은 이내 따라 잠들어 버리지만 충직한 코는 고르게 숨을 쉬며 끝까지 주인을 지킨다.

눈은 교활하여 때론 보고도 못 본체 하다가 뒤늦게 꾸짖는 양심에 눈물로 호소해 비난을 모면하기도 하고 간교한 입은 필요에 따라 쉴 새 없이 거짓말을 늘여 놓으며 건강한 심지를 흔들어댄다.

가식적인 귀 역시 듣기 좋은 말에만 솔깃해하지만 정직한 코는 상하거나 해로운 것을 냄새로 구별하여 본능적으로 몸을 보호한다.

더럽다고 놀림을 당하지만 콧물을 흘리며 감기에 대항하며 체온을 조절하고 탁한 먼지도 걸러내는 것이 바로 코이다.

코는 비겁하게 옆으로 피해버린 귀나 얍삽하게 납작 엎드린 눈과 입에 비해 가장 먼저 타격 될 지점에 돌출되어 약하지만 용감하고 안경까지 짊어질 정도로 희생정신이 강하다.

이렇듯 코야말로 진정한 생명력의 원천이며 조화의 중심에 있는 것이다.

얼굴에서의 코가 바로 야구에서는 포수이다.

쉬지 않는 코의 기능처럼 포수는 끊임없이 노력하고 몰입해야 하는 숙명을 가진 자리다.

모두가 라인 안에서 스포트라이트를 받을 때 유일하게 라인밖에 앉아 두툼한 마스크로 얼굴을 가린 채 그들의 역할을 환기시켜 갈채를 받도록 세심하게 준비하는 후원자인 것이다.

중앙에 돌출된 코처럼 위험을 감수하고 쉼 없이 최후의 저지선을 사수하는 책임이 강한 자리인 만큼 우선 강인한 체력과 정신력을 갖춰야 한다.

캐칭이나 도루저지능력, 블로킹의 기본적인 기술 이외에도 타자의 스탠스만 보고도 타자가 노리는 코스와 구질을 짐작할 정도로 영리해야 하며 처음부터 끝까지 배합한 볼의 구질과 그 매구의 결과가 사진처럼 머릿속에 각인될 정도로 날카로운 두뇌회전 능력도 따라야 한다.

야수의 수비위치, 바람의 방향, 투수 구위의 변화, 상대 감독의 성향과 주자의 능력, 현재의 점수 차와 상황이 순간적이면서도 종합적으로 판단의 범주에 들어 있어야 하니 감독의 대리인으로 경기를 주도하는 종합적인 상황실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게다가 투수의 실투마저도 자신의 책임으로 인정하는 관대함이 표정으로 나타나야 한다.

투수에게 핀잔을 주면 위축될 수 있으므로 과거보다 미래지향적 대비가 습관화되어야 한다. 온갖 힘들고 위험하고 똑똑하고 자비로운 역할에 최선을 다하고도 경기에 지면 곧바로 문책은 동네북처럼 포수에게 돌아오니 성인군자라도 어렵고 힘든 자리인 것이다.

누가 손해 보는 삶을 자청하겠는가?

그러나 자신보다 타인을 염려하고 자신이 아닌 누군가를 빛내어야만 자신의 목표를 이룰 수 있는 희생을 강요받는 타고난 자리이니 '시시포스의 고통'을 감내하는 것이다.

11일은 제19대 국회의원을 뽑는 선거일이다. 멋진 코를 가진 진정한 포수 같은 국회의원들이 많이 뽑혀 국민들의 삶의 질이 나아지고 서민들이 즐기는 야구장도 많이 만들어졌으면 좋겠다.

야구해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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