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리 봐도 찍을 데가 없어. 온통 서울서 날라온 사람들밖에 없으니 여당 후보는 마음에 들지 않고 지역에서 얼굴이 익은 후보들은 찍어줘도 될 것 같지도 않아." 새누리당의 공천 과정부터 마음이 상한 유권자들은 투표할 데가 없다며 선거를 외면하고 있다. 의외로 이런 생각을 가진 유권자들이 많다. 특히 대구는 더 그렇다.
"선거 이미 끝난 거 아니야? 다 된 데에다 뭐하러 투표해?" 새누리당 지지자들은 '선거는 하나마나'라며 낙승을 장담한다. 굳이 투표할 이유를 찾지 못하겠단다. '나 하나쯤 안 해도 다 되는데'라는 생각이 가득하다.
결국 정치적 성향은 완전히 다르지만 나타나는 현상은 똑같이 '불참'이다.
그런 결과가 지난 2010년 6'2 지방선거에서 대구 투표율 전국 최하위로 나타났다. 그전까지 하위권을 맴돌았지만 꼴찌는 아니었는데 2년 전 급기야 투표율이 최하위(45.9%, 전국평균 54.5%)로 떨어진 것이다. 당시 선거 전의 분위기는 투표를 하나마나 한나라당 후보들이 당선될 것이 확실한 상황이었다. 한나라당 지지자들은 '나 하나 안 해도'라는 생각이었고 비한나라당 지지자들은 '나 하나 한다고 무슨'이라며 투표장에 가지 않았다.
이번 4'11 총선에서도 새누리당의 우세가 점쳐져 투표율이 낮을 것이라는 전망이 더 많다. 2년 전과 같은 이유에서다.
수성구 만촌동의 손모(73) 씨는 "대구는 새누리당이 다 되는 것 아니냐"며 "다들 1번을 찍지 않겠느냐. 나는 누가 나섰는지도 잘 모른다"고 했다. 북구 읍내동의 서모(42) 씨도 "1번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을 갖고 있지만 내가 아니어도 될 것이라는 생각에 별로 투표하러 가고 싶지 않다"고 했다.
반면 수성구 범어동의 이모(45) 씨는 "민주당 후보도 당선돼야 한다. 그런데 나 한 사람이 찍는다고 되겠느냐. 이미 새누리당이 대구 12석을 다 싹쓸이할 것이라고 하더라"며 투표 참여 여부를 두고 고민을 했다. 이 씨와 같은 생각을 하는 이는 의외로 많다. '찍어도 되지도 않을 건데 굳이 투표를 해야 하느냐'는 고민이다. 결국 투표율만 낮아지는 것이다.
투표를 하지 않는 것도 적극적인 주권 표시의 한 방식일 수 있다. 그러나 다른 시각에서 보면 기권은 스스로 주권을 내다 버리는 것이나 다름없다.
당당히 자기가 지지하는 후보에게 표를 던져야 한다. 또 다른 한편에서는 당선 가능성이 낮아 보여도 지지하는 후보나, 당선이 됐으면 하는 후보에게 과감하게 표를 던져야 한다. 마땅한 후보가 없어도 차선이라도 선택해야 한다.
당선된 사람을 지지한 표는 당선자에게는 더 큰 힘이 될 것이다. 반면 떨어진 사람을 지지한 표는 당선자에게 긴장감을 잃지 말라는 경계의 메시지가 된다. 당선 가능성은 그 다음의 문제다. 내가 지지하는 후보에게 한 표를 찍으면 된다. 내 한 표는 그 자체로 신성하고 소중하다.
이동관 정치부장 dkdk@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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