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라는 동화가 있다. 이상한 나라를 헤매는 앨리스는 체셔 고양이에게 어디로 가야 할지 물어본다. 너는 어디로 가고 싶으냐는 질문이 돌아오자, 앨리스는 어디든 상관없다고 말한다. 그런 앨리스에게 체셔 고양이가 이야기한다. 그렇다면 어느 쪽으로 가든지 역시 상관없다고. 혹시 자기가 갈 곳이 없는 건 아닌지 고민하자 이렇게 충고하기도 한다. 남이 만든 지도에 네가 가고 싶은 곳은 없다고, 너는 너만의 지도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이다. 단순한 동화라고 하기에는 참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하는 대목이다.
세상의 모든 일에는 정석이 있다. 예로부터 지금에 이르기까지 최선이라고 인정한 방법이나 길 말이다. 많은 사람들이 정석을 따르고 또 그로 인해 좋은 결과를 거둔다. 정석이 효율적이고 좋은 길이라는 것은 의심의 여지가 없는 일인 것이다. 그런데 요즘 우리는 정석이라는 그 말 자체에 목을 매는 경우가 있다. 그 대표적인 예가 바로 '공부 열심히 해서 좋은 대학 들어간 다음에 좋은 직장에 다니면서 좋은 사람을 만나 행복하게 살아라'하는 식의 생각이다. 그 교과서적이고 한 치의 틈도 없는 말이 부모들로 모자라 요즘은 아이들에게도 정석으로 여겨지곤 한다. 초등학생들의 장래희망 1위가 공무원이라는 씁쓸한 통계 결과를 떠올리게 되는 일이다.
그러나 비슷해 보여도 사람들은 제각기 다른 삶을 산다. 이 땅 위에 선 누구도 나와 같지 않은 것처럼, 나의 길 역시 그들과 같을 수 없다. 남들이 하지 않은, 정석이 아닌 것을 선택한 수많은 사람들이 자기만의 길을 걸어 꿈을 성취한 이야기가 그것을 방증해준다. 인생의 목적지는 하나가 아니고, 따라서 그를 향해 가는 길도 하나가 아니다. 목적지에 도달하기 전에 다른 목적지로 길을 틀 수도 있고, 다른 길로 갈 수도 있다. 그렇기 때문에 인생에는 딱히 정석이라는 것이 존재하지 않는다. 방법이나 수단에 정석이 있을지는 몰라도 그것에 얽매여 정작 중요한 것을 놓쳐서는 안 된다. 물론 아무도 가지 않은 길을 걷는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새로운 방식을 시도하는 사람들을 멋있다고 생각하면서도 정작 우리는 우리 자신의 일에서는 정석을 찾고 남들이 하는 안전한 길을 선택한다. 안전한 길이 나쁜 선택이라는 것은 아니다. 다만, 무작정 따르기 전에 한 번쯤 자기 자신에게 묻고 그 대답에 귀를 기울여보아야 한다는 것이다. 내 마음이 진정으로 이 길을 향하고 있는 건지, 온 힘을 다해 원하고 있는지를 말이다.
정석을 택하지 않았을 때 들여야 하는 시간과 비용을 낭비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다. 하지만 그것들은 결코 헛된 것이 아니다. 먼 길을 돌고 어딘가에 멈춰 섰을 때, 분명히 우리는 깨닫게 될 것이다. 나만의 지도가 바로 나만의 정석이라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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