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이코노피플] "교육도시 대구는 벤처기업 '모태' 충분"…아이크 리 재미 벤처캐피탈

'교육 도시인 대구는 산학 협력을 통한 벤처 기업 모태가 될 수 있습니다.'

재미 벤처캐피탈리스트인 '아이크 리'(Ike Lee'59) 씨가 9일 경북대에서 학생들을 대상으로 '성공한 삶'과 '도전'이란 주제로 강연을 했다.

아이크 리 씨는 국내에서는 거의 알려지지 않은 인물. 하지만 미국과 중국, 동남아시아 등 해외에서는 '만나기 힘들고 몸값이 비싼 벤처 전략가'로 정평이 나 있다.

대구에서 태어나 대학을 졸업한 뒤 LG상사에서 3년간 일했던 리 씨는 1980년 '아메리칸 드림'을 안고 미국으로 떠났다. 이후 리 씨는 미국 벤처 역사상 드물게 개인 투자자로서 7개 회사를 나스닥에 상장시킨 인물로 업계에서 '전설'로 떠올랐다. 그가 성공시킨 회사 중 보안솔루션 기업인 '넷스크린'과 IT업체인 '포티넷'은 세계적인 회사로 자리매김했다.

"처음 미국에서 방위산업용 통신장비 수출회사를 설립해 운영했습니다." 경영자의 삶을 살 것 같았던 그가 투자자로 변한 것은 우연한 기회에 미국 친구가 창업하는 회사에 투자했던 것에서 시작된다. 그는 "투자한 회사가 3년 만에 나스닥에 상장하면서 투자금액의 300배에 달하는 이익을 얻게 됐다"며 "큰 이익을 얻는다는 것이 나에게는 엄청난 충격이었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이를 계기로 벤처기업에 투자해 회사를 성장시키는 '벤처캐피탈리스트'에 뛰어들었다. 그는 "미국 경제의 뿌리가 바로 벤처기업들이라는 것을 알게 됐다"며 "기술과 인재만 있다면 이를 담보로 개인 투자자들을 그러모아 성장하는 회사, 그러한 회사가 일궈놓은 경제 형태가 매력적이었다"고 말했다.

고향인 대구를 위한 일을 하고 싶다는 그는 대구에도 미국의 '실리콘밸리'와 같은 자연발생적인 벤처 지역이 생겨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리 씨는 "벤처기업이 성장하기 위해서는 '산학협력'이 중요한데 교육의 도시인 대구는 학교를 기반으로 한 기업과의 교류를 장점으로 키울 수 있다"며 "다만 '대구'라는 도시가 이에 걸맞게 국제적인 도시로 거듭나야 한다"고 말했다.

또 그는 "지역에 구글과 페이스북과 같은 성공 벤처기업이 나오기 위해서는 젊은이들의 도전을 이끌어낼 수 있도록 선배 경영인과 기관이 협력해 성공사례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만큼 아이크 리는 후배 양성이 중요하다고 판단하고 있다. 그는 "올가을 2, 3명의 학생을 선발해 프론티어 장학사업을 펼칠 계획이다"며 "매년 시애틀 연수 프로그램을 시작해 도전정신을 가진 젊은이들을 키울 것이다"고 말했다.

스스로가 유명한 사람이 되기보다 유명한 사람을 만들어내는 인물이 되고 싶다는 리 씨는 "제2의 아이크 리가 탄생한다는 것은 생각만 해도 흥분되는 일이다"며 미소를 지었다.

노경석기자 nks@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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